제주 장애인극단 도란토닥 ‘동반자’

2011년 시작한 ‘제주전국장애인연극제’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대적인 기념 행사는 할 수 없지만, 비대면 공연으로 그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제한된 관객과 함께 11일부터 14일까지 4일 간 일정을 진행한다.

매해 연극제마다 제주시, 서귀포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단체가 참여했는데 올해는 서귀포 장애인극단 도란토닥이 나섰다. 지난 11일 개막 공연을 장식한 도란토닥의 ‘동반자’는 “장애인 노부부 이야기로 연극을 하고 싶다”는 극단 대표 김미영의 구상을 제주 연극인 설승혜가 이어받아 극본·연출로 구현한 작품이다.

올해 제주전국장애인연극제 개막작 '동반자' 출연진과 제작진. ⓒ제주의소리
올해 제주전국장애인연극제 개막작 '동반자' 출연진과 제작진. ⓒ제주의소리

정숙(배우 김미영)와 상우(김성일)는 어느덧 새로움 보다는 과거, 화려함 대신 정으로 살아가는 황혼의 부부다. 두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상우, 대화나 동작이 다소 불편한 정숙은 부모의 반대를 뚫고 가족을 이루고, 소중한 딸 정우(조윤하)도 얻는다. 그렇게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는 구성 속에, 작품은 상우가 왜 통곡하며 배우자를 그리워하는지 풀어낸다. 

'동반자'는 전체적으로 완성도와 공감 사이에서 공감에 초점을 맞췄다는 인상이 강하다. 정숙 아버지가 상우에게 던지는 “우리 딸도 성치 않은 데 더 성치 않은 자네” 같은 대사는 장애인 부부라는 고유한 설정을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장애가 없는 어린 딸이 장애인 부모의 사랑을 전하는 장면에서는 따스함도 느껴졌다.

다만, 장애인 부부 만의 사랑·고충이 강조되지 않고 여느 노부부 이야기와 큰 차이가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부 들어 몰입되는 구성이긴 하나, 영화(식스센스)나 다른 연극(동치미, 늙은 부부 이야기 등)과 많은 부분이 겹쳐 보인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비전문, 장애인 극단이라는 특성을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 작품 제작 과정에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도 짐작해본다. 

그럼에도 아내를 떠나보내야 하는 남편, 가족을 두고 먼저 돌아서는 아내의 이별은 문예회관 소극장을 채운 관객들의 눈물을 훔쳤다. 연극, 뮤지컬 등에 꾸준히 참여하며 경험을 쌓은 김성일 배우의 역할이 컸다.

개인적으로 ‘동반자’ 작품 하나를 두고 왈가왈부 평가하기보다는 큰 틀에서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다. 

제주전국장애인연극제는 올해로 10년, 무대 경험을 쌓은 배우들이 생기고 전문적인 예술에 도전하는 경우도 생겼다. 4년 전 예술단체로 정식 등록한 도란토닥 역시 이런 경우다. 연극제를 여는 제주장애인문화예술센터의 최희순 센터장은 “연극제를 시작한 10년 전만해도 중증장애인들은 작은 외출조차 쉽지 않았다. 연극제에 참여하면서 제주 장애인들은 무대 위 주인공 뿐만 아니라 무대 밖 세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배우의 꿈을 키우는 경우도 생겼다. 이것이 장애인 연극의 가치라고 본다”고 인사말에서 남겼다.

그래서 장애인 연극인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장애인들이 계속 예술로 희망을 얻기 위해, 장애인 뿐만 아니라 시민들까지 충분히 공감하는 창작을 위해 더 발전된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도란토닥의 경우는 10년 넘게 설승혜 배우와 개인적인 인연을 맺어왔다. ‘동반자’에서도 설승혜의 설득으로 동료 연극인들이 거의 무보수나 다름없이 참여해 무대 제작부터, 음악, 진행 등을 담당했다. 서귀포에 기반을 둔 커뮤니티아트랩 코지가 제주 장애인들과 의미 있는 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역시나 고독한 행보나 다름없다.

제주 연극인과 제주 장애인 연극인들의 보다 체계적이고 공식적인 협업을 어떨까. 제주 연극계 입장에서는 새로운 관객층·사업을 개척하고, 나아가 예술의 사회적인 책임을 실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연극인과 단체 한 둘이 감당하는 것이 아닌 제주연극협회 차원에서 역할을 찾는 상상을 해본다. 

제주장애인문화예술센터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행사를 10주년에 걸 맞는 내용으로 치르겠다는 구상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발전하는 제주전국장애인연극제를 기대한다. 

한편, 첫 날 공연에는 고현수, 박호형 제주도의원이 관객으로 참석했다. 고현수 의원은 연극제 후원 단체인 제주장애인인권포럼에 깊이 몸담았었고, 박호형 의원은 문화관광체육위원회(문광위) 소속이다. 문광위가 문화만을 다루는 곳이 아니고 지역구 의원이라면 구석구석 챙길 것도 많겠지만, 문광위 소속 의원들이 더 많이 지역 예술 현장을 찾아 고충을 듣기 바란다. 아마 여러 예술인들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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