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의 중심, 제주의 관문 ‘용담 도시재생’] ④ 부러리마을

‘지형이 달과 비슷한 형국 또는 달이 뜨는 모습.’
‘달뜨는 모습이 잘 보일 만큼 높은 지대.’

제주시 용담1동 부러리마을의 지명 유래에 대해 ‘용담동지’(2001)는 두 가지 설을 소개한다. 정설이 무엇이든 부러리마을에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살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1955년 시제(試製) 실시에 따라 용담리는 용담동(1동~3동)으로 바뀌고 제주시에 편입됐다. 그 중에서 1동은 용연동, 대옹리, 그리고 부월리(부러리)로 나뉘었다. 조선 순조 27년(1827), 제주향교는 광양에서 (부러리마을과 맞닿은) 현재 위치로 옮겨진 바 있다.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탐라국 시대 제사유적이 현재 용담1동 청소년문화의집 위치인 제주향교 서북쪽, 즉 부러리마을 서남쪽 끝에서 발견됐었다.

예전만큼 쓰이지 않지만 부러리마을에 ▲부러릿질(제주 향교 북쪽, 동서로 난 옛날의 구한질) ▲듬돌거리(부러릿질 동쪽 길목 근처에 듬돌, 등돌, 뜸돌을 놓고서 수시로 힘내기를 한 곳) ▲구린질(부러릿질 북쪽으로 난 골목길) ▲부러릿동산(부러리동네에서 가장 높은 지대) 같은 용어가 남아있다는 기록 역시 마을의 지난 시간을 짐작케 한다.

용한로, 서문로, 탑동로가 감싸는 삼각지대 형태의 부러리마을은 현재 단독주택과 빌라들이 모여 있는 주거지 모습을 띄고 있다. 무엇보다 마을 구석구석에 뻗어있는 옛 골목길이 남아있어 소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초록색 안쪽 구역이 부러리마을. 출처=네이버 지도.
초록색 안쪽 구역이 부러리마을. 출처=네이버 지도.
부러리마을 골목길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중심 사거리에 설치된 안내 비석. ⓒ제주의소리

주물럭 요리로 유명한 태광식당 뒤쪽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작은 가게와 옛 다방이 등장하고 곧장 안길이 나온다. 바로 부러리마을의 중심길이자, 예전 용담마을의 큰 길이었던 ‘구한질(부러릿질)’이다. 

완만한 오르막인 구한질은 차량이 마주보며 넉넉하게 오갈 수 있는 정도의 폭이다. 길 양쪽으로는 크고 작은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담장에는 아기자기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구한질 초입 오른쪽 방향에는 다른 골목길 입구가 등장하는데,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는 일명 ‘구린질’이다. 좁아진 길에는 담장과 집들이 붙어있고 그 사이로 겹겹이 쌓인 건물들과 한라산 자락이 시야에 들어온다. 

부러리마을 골목길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구한질 입구.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골목길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구한질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골목길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구한질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골목길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구린질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골목길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구린질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골목길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구린질에서 바라본 풍경.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골목길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구린질 모습. ⓒ제주의소리

구한질 아래쪽으로 향하면 비룡못을 중심으로 ‘생굣질’이 등장한다. 생굣질은 제주향교 가는 길을 의미하는 옛말이다. 한때 주민들이 애용하던 목욕 시설 ‘금화탕’은 이제 우뚝 솟은 굴뚝만을 뽐내고 있다. 마을 어느 방향에서도 눈에 띄는 금화탕 굴뚝은 부러리마을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근대 건축물인 옛 삼미여인숙은 굴뚝과 함께 독특한 경관을 연출한다. 구한질 끝에는 용연과 마주한 용한로가 등장한다. 제주올레 17코스와 연결되는, 길 건너편 용담중앙공원에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코스모스가 만개했다. 

용담1동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의 핵심 축으로 손꼽히는 ‘부러리마을 재생’은 이런 골목길의 매력을 한껏 키울 수 있는 방향이다. 핵심은 주민 개개인과 지역의 역사·문화가 담긴 골목길을 보다 걷기 좋은 길로 탈바꿈한다.

부러리마을 골목길 모습. ⓒ제주의소리
금화탕 굴뚝과 옛 삼미여인숙 건물.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골목길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생굣질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골목길 모습. ⓒ제주의소리
구한질 끝에서 바라보는 용담중앙공원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골목길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골목길 풍경.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골목길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골목길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골목길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골목길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골목길 모습. ⓒ제주의소리
부러리마을 골목길에서 바라본 한라산 모습. ⓒ제주의소리

답답한 담장을 허물어 집 앞을 가꾸거나 혹은 주차장을 조성하고, 골목길 구석구석에 공공예술을 입힌다. 조명 시설도 개편해 분위기 개선과 안전성을 함께 챙긴다. 구간마다 식물을 활용한 ‘녹지대’를 조성하고, 돌담·표지판·간판 등 마을 환경 디자인 역시 새롭게 개편한다.

담장허물기 사업을 비롯한 주요 사업 내용마다 주민 의사를 확인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이미 7개 가구는 담장 허물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나아가 저층 단독주택의 1층을 상가로 조성하는 시도 역시 타진한다. 

길 자체에 대한 변화뿐만 아니라 ▲안트레 마을 정원 ▲숨골쉼팡 ▲비룡못 어울림마당 ▲생태숲 보행로 ▲문화마을 모델샵 같은 새로운 인프라도 함께 조성하면서 부러리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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