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청구 24명 중 유일한 생존수형인 고태명 할아버지 “전기고문 등 각종 고문 당해”

제주4.3피해자들의 4차 재심 청구에 앞서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4.3특별법 전면개정 이후 4.3 피해자와 유족 등 24명이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4.3 피해자들의 재심 청구는 이번이 4번째다. 

전기고문 등을 겪으며 억울하게 옥살이한 제주4.3생존수형인과 유족 24명은 20일 제주지방법원에 재심청구서(일반재판)를 제출했다. 

재심 청구인은 유일한 생존자인 고태명(1932년생, 구좌읍 동복) 할아버지를 비롯해 이미 세상을 떠난 강석주, 강병주, 고창옥, 김경욱, 김재은, 김충유(김정유), 김경종, 문성언, 문성보, 박남섭, 양문종, 양치선, 양규석, 장진봉, 오원보, 오성창, 정양추, 한신화, 현태집, 홍만선, 이경천, 강익수씨 등 24명이다. 고태명 할아버지를 제외한 23명의 재심은 유족들이 신청했다. 

이들은 1945년 9월7일 태평양방면 미국 육군총사령관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의 포고 제1·2호 ‘조선인민에게 고함’에 따라 검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맥아더 장군은 인천상륙작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재심을 청구한 24명은 포고 1·2호와 국가보안법, 내란음모 방조, 방화,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뒤집어썼다. 

이들의 재심을 돕는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4.3도민연대)는’ 이날 오전 10시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947년 4월3일 미군정은 직접 재판을 맡았다. 주심 스티븐슨 대위, 검찰관 스타우드 소령이 맡은 제3차 재판에서 애월면 금성리 출신 이경천 애월초등학교 교사는 징역 8월에 벌금 8000만원 형에 처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경천씨 유족은 73년만에 재심을 청구하고 있다. 1947년 3월1일 제주북초등학교 앞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의 경찰의 발포는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세화와 성산, 남원, 서귀, 중문, 안덕, 대정, 한림, 애월, 우도 등에서도 3.1절 기념식이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4차 재심 청구자 중 유일한 생존수형인 고태명 할아버지(오른쪽)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4.3도민연대는 “기념식을 주최하거나 참가했다가 경찰에 체포돼 재판을 받은 사람들이 많다. 당시 안덕국민학교에서 열린 3.1절기념식을 주관했던 안덕면 민청위원장의 유족, 금악리에서 걸어서 한림국민학교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했던 피해자의 유족도 재심을 청구한다”고 설명했다. 

4.3도민연대는 “1947년 미군정 아래 부당한 공권력의 피해는 사법정의의 이름으로 당당히 회복돼야 한다. 이번 재심청구를 통해 73년 전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고, 피해자의 명예가 회복되는 역사적 판단을 기대한다. 사법부의 민주적 권위를 굳게 믿으며, 조속한 재심 진행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4차 재심 청구인 중 유일하게 생존중인 고태명 할아버지는 “동네사람들에게 한글을 가르쳤을 뿐인데, 처녀들과 음란행위를 했다는 등의 죄를 뒤집어 썼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고 할아버지는 “15살 때 이유도 없이 경찰에 잡혀갔고, 전기고문 등 각종 고문을 당했다. 법원은 올바른 판단을 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4.3도민연대는 2019년 1월17일 1차, 2019년 10월21일 2차, 2020년 4월2일 3차 재심을 청구한 바 있다. 

1차 재심청구인 18명에 대해서는 2019년 1월17일 역사적인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2차 8명은 2020년 12월1일, 3차 2명은 올해 3월16일 각각 무죄 판결을 받았다.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가 4차 재심 청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