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지구-제주의 허파…보호방안 서둘러야 

제주 곶자왈(위)과 불타는 아마존 열대우림. 각각 제주의 허파, 지구의 허파로 불리지만 갈수록 파괴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아마존 우림은 이미 '산소공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었다는 연구도 있다. 곶자왈도 보호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래픽=한형진 기자>

아마존 열대우림은 한때(?) ‘지구의 허파’로 통했다. 지구 산소의 20% 이상을 생성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를 연 10억톤씩 흡수하는 것으로도 알려졌었다. 

지금은 아니라고? 의문부호가 달린 이유가 있다. ‘브라질 아마존’이 더이상 ‘산소공장’이 아니라는 최신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미 ‘CO₂ 굴뚝’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동안 브라질 아마존 숲은 166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내뿜었으나, 흡수한 양은 139억톤밖에 안된다는게 과학 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린 연구논문의 요지다. 이산화탄소 흡수량보다 배출량이 20% 많다는 얘기다. 

논문 공저자는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배출량보다 갑절은 많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마존이 이산화탄소 배출원으로 변했다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면서 언제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아마존 밀림의 60%를 차지하는 브라질 유역 만을 대상으로 했다. 페루, 콜롬비아 등 나머지 지역까지 고려하면 아마존 숲 전체적으로는 아마도 탄소중립을 이룰 것으로 연구팀은 추산했다. 

이게 위안이 될 수는 없다. 훨씬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지점이 있다. 2019년 화전과 벌목 등에 의한 아마존 숲 파괴 면적(390만ha)이 이전 2년(100만ha)에 비해 거의 4배로 증가한 점이다. 

2019년 1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취임 이후 환경정책은 급격히 후퇴했다. ‘브라질의 트럼프’라 불렸던 그는 극우 개발론자로, 아마존 우림 보호와 관련해 좌충우돌 행보를 보여왔다. 좋게말해 갈짓자-세계적 시선이 따가울 때만 보호 운운-이지 사실은 파괴에 치중했다. 한 나라 리더의 엇나간 정책이 전 지구적 재앙에 대한 공포를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바다의 열대우림’으로 불리는 맹그로브 숲도 위기를 맞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곳이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 맹그로브 숲은 이미 절반 이상 사라졌다는 보고도 있다. 원인은 불법 벌목과 리조트 등을 짓기 위한 난개발이다. 돈을 좇아 숲을 밀어버리면서 오늘의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자 맹그로브 지킴이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인도네시아의 오바마’라던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도 숲 재건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오는 2024년까지 매년 15만ha의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세계 열대, 아열대 연안의 해변이나 하구 습지에 발달하는 맹그로브 숲은 조개, 새우, 게 등 해양생물의 보육장, 육지에서 흘러드는 빗물에 대한 생물화학적 필터 기능도 수행하지만, 무엇보다 해안 재난의 ‘천연 방어막’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2014년 10월 첫 문민대통령으로 취임한 조코위는 산림학 학사 출신으로, 그동안 산림보존정책에 무게를 둬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이탄지(泥炭地) 복원청을 해체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기관명을 '이탄지 맹그로브 복원청'으로 바꾸고 권한을 더 강화하기도 했다. 

이탄지는 나뭇가지, 잎 등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퇴적된 유기물 토지를 말한다. 중요한 ‘탄소 흡수원’이기도 하다. 

조코위 대통령은 2015년 역대 최악의 산불로 이탄지 261만ha가 불에 타자 이듬해 한시기구로 이탄지 복원청을 만들었다.

미국의 두 전직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오늘의 두 지도자가 각기 다른 대륙에서 완전히 상반된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면적으로 치면, 아마존 우림이나 맹그로브 숲에 비할 바 아니나 기능과 역할 면에서는 전혀 손색없는 천연자원이 제주에 있다. 곶자왈이다. 아마존 우림이 지구의 허파였듯이, 곶자왈은 제주의 허파다. 예나 지금이나. 이 말고도 곶자왈을 수식하는 단어는 많다. 생태계의 보고, 생명의 숲…. 

과거에는 쓸모가 적은 땅으로 인식됐다. 돌무더기로 인해 농사를 짓지 못하는 탓이 컸다. 기껏해야 방목지로 이용되거나, 땔감을 얻고 숯을 만들고 약초 등을 캐는 장소로 쓰였다. 

격세지감이다. 이제는 환경적인 측면을 뛰어넘어 신비한 존재로까지 여겨지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한 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그래서 곶자왈 훼손은 신역(神域)을 침범이라도 한 것처럼 불손한 행위로 비쳐지기도 한다. 특히 곶자왈 하면 누구나 ‘보호’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사적 소유의 개념이 가미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내 땅은 곶자왈이 아니라는 항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토지 소유 여부에서 빚어지는 극단적인 인식의 괴리다. 2015년 8월에 시작한 곶자왈 보전관리방안 수립 용역이 여태껏 마무리되지 않은데는 일부 토지주들의 반발도 작용했다. 뭐니뭐니해도 경계 설정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었다.

2018년 11월 용역 중간결과 발표 당시 용역팀은 곶자왈 보호지역에 해당하는 지역은 모든 개발을 금지하되 보호지역 내 사유지는 매수청구 대상 지역에 해당될 수 있도록 법제화할 것을 권고했다. 나름 합당한 틀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진척된 게 없다. 그 사이 사파리월드(이후 자연체험파크로 변경) 사업에서 보듯 곶자왈은 개발 위협에 잇따라 노출되고 있다. 

토지주 등 이해관계자의 입장도 들어야 하지만, 더 이상 머뭇거려선 안된다. 원칙과 기준이 섰다면 과감한 추진이 필요하다. 소중한 환경자산인 곶자왈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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