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시인.

제주 출신 김진숙 시조시인이 제3회 정음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정음시조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정환)는 최근 제3회 정음시조문학상 수상 소식을 발표했다.

정음시조연구소가 2019년 제정한 정음시조문학상은 ‘등단 15년 미만’과 ‘균질성을 담보하는 5편의 작품’이 참여 조건이다. 올해는 2000여편이 넘는 신작 가운데 20명·100편이 본심에 올랐고, 김진숙 시인이 수상자로 최종 결정됐다. 수상작은 ‘붉은 선발’ 포함 5편이다. 예심은 김양희·임채성, 본심은 민병도·박명숙·최영효 시인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에서 “김진숙 시인 작품을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이견 없는 합의를 도출하게 됐다”면서 “시인의 작품들은 자아와 세계의 문제를 직설이나 정공으로 다루지 않는 예각의 빛을 발한다. 자아의 정서와 사유를 세계의 정서와 의식으로 확장하면서 사회적 보편성을 획득하는 데 능하며, 시적 대상과 메시지에 대한 명료한 감각 또한 깊은 정서적 울림을 동반한다. 동시대의 ‘지금, 여기’를 비켜 가지 않는 시 정신과 실천 의지도 선명한 이미지로 생동하는 힘을 뿜는다. 제주의 밭담처럼 마음의 오랜 돌담으로 구축된 그의 시 세계는 한결 성숙한 몸빛과 기운을 머금고 있다 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대표 작품인 ‘붉은 신발’에 대해서는 “4.3의 동백 이미지를 붉은 신발로 은유하고 형상화한 몰입과 상상의 힘이 실로 놀랍기만 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붉은 신발 
김진숙

넘어진 삶을 일으켜 다시 사는 이 봄날
당신은 돌아왔지만 당신은 여기 없고
바닥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보이는 길들

짐승 같은 시간들 바람에 씻겨 보내도
눈물은 그리 쉽게 물러지지 않아서
행불자 묘역에 들어 아버지를 닦는다

닦고 또 닦아내는 사월의 문장들은
흩어진 신발을 모아 짝을 맞추는 일
아파라, 동백 꽃송이 누구의 신발이었나

‘붉은 신발’은 지난해 ‘정음시조’ 2호에 실린 작품이기도 하다. 김진숙은 수상 소감에서 “한 줄도 쓸 수 없는 날들이 많았다. 마스크에 가려진 혀의 문장이 얼마나 보잘 것 없고 허술한 것이었는지 깨닫는 시간이었다”면서 “아직 멀고 먼 나의 시조 공부도 늘 그렇게 ‘뜨거운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길 다짐해본다”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더불어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걷고 또 걸어보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조를 꿈꾼다”면서 제주시조시인협회와 영언동인 문우들과 수상의 기쁨을 공유했다.

제3회 정음시조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창작 지원금 500만원을 수여한다. 수상작과 심사평은 계간 시조전문지 ‘좋은시조’ 여름호에 특집으로 게재된다. 시상식은 6월 19일 오후 3시 대구 한영아트홀에서 열린다.

김진숙은 1967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2008년 ‘시조21’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저서로 시집 ▲미스킴라일락 ▲눈물이 참 싱겁다, 우리시대 현대시조선 ‘숟가락 드는 봄’ 등을 펴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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