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확산 양상 변화…선제 대응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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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않다. 신규 확진 인원도 인원이지만, 관광객이 다수였던 지난 4월과 양상이 달라진 점도 우려를 키운다. 이 와중에 원희룡 지사는 확진자가 쏟아진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관한 특강을 진행했다. <그래픽=한형진 기자>

모든 감염병이 그렇듯이 백신은 늘 뒷북을 치지만, 별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더 많이 백신을 맞아야 확산을 줄일 수 있다. 그 전까지는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순서를 기다리는 게 최선이다. 다른 왕도라도 있는가. 

여기서 드는 의문 한가지. 요즘 부쩍 이런 질문이 많아졌다. 코로나19 백신은 과연 어느정도 안전한가.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백신 불신을 접하면서 비상 시국에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자문해본다. 

분명한 것은 의사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확률로, 그리고 확률을 말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경우든 백신은 유익할 확률이 위험을 초래할 확률보다 훨씬 높다고. 그래서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하는 거라고. 맞다. 이 세상에 100%라는 건 없다. 더구나 코로나19는 역사도 짧다. 지구상에 코로나19를 2년이상 지켜본 사람은 전무하다. 

한때 ‘코로나19 청정지역’을 자처했던 제주에서의 요즘 확진자 발생 추세를 보면서 단상이 끊이지 않는다.

휴일인 23일 하루에만 19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24일에는 17명(25일 0시 기준)으로 이틀연속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지난해말 3차 대유행 당시와 거의 맞먹는 인원이다. 5월 한달 누적 확진자는 249명. 이중 도민(228명)이 대부분(91.5%)이라는 점이 심상치 않다. 관광객이 다수였던 4월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도내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된 경우도 70% 가까이 된다. 외부 요인이 아니라 도민간 전파로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감염 경로를 모르는 ‘조용한 전파’도 16.8%에 이른다. 가정의 달 모임과 만남이 잦아진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사태 장기화로 인한 피로 증가가 일탈(?) 혹은 해이를 불렀을 수 있다. 제주도의 방역 점검 결과는 많은 걸 느끼게 한다. 10~21일 다중이용시설 등 7050곳을 점검했더니 방역수칙 위반 사례 125건이 적발됐다. 영업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집합 금지 위반 등 유형도 다양했다. 주변에선 적발 건수가 실제와 비교해 새발의 피라는 얘기들이 많다. 엄격히 조치해야 하지만, 이른바 ‘코로나 블루’의 반대급부를 보는 것 같아 한편으로 마음이 무겁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은 언제나 유효하다. 이제는 내, 외부 요인의 구분이 모호해졌지만, 관광객 급증세는 또다른 우려를 키운다. 해외 여행이 막힌 국내 관광객들이 제주로 제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제주를 찾은 내국인은 10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54만명) 보다 갑절 많았다. 코로나19 사태가 닥치기 전인 2019년 4월 방문객(116만명)과 견주어도 93%까지 회복됐다. 제주를 오가는 항공기마다 좌석이 꽉 차기 일쑤고, 골프장 펜션 등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관광업소들도 많다고 한다. 5월 관광객도 100만 돌파가 확실시된다. 

지난해 제주도정의 코로나 대응을 칭찬한 바 있다. 원희룡 지사가 ‘전도민 진단검사’ 카드를 빼든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입도객 음성 확인서 제출’도 획기적인 방안이라며 높게 샀었다. 신규 확진자가 쏟아질 때였다. 두 가지 방안 모두 선제적으로 해결해야할 것들이 많아 현실화가 쉽지 않았으나, 이것저것 잴 때가 아니라는 점에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백신 접종과 관련해 획기적인 방안이 나올 차례다. 

대선주자로서 뜨고 싶어서였는지는 모르겠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24일 갑자기 ‘제주도민 100% 백신 접종’을 제안하고 나섰다. 김 의원이 주목한 것은 제주 입도객 급증. 우리 국민들의 여행에 대한 갈망은 더 이상 억누를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가 힐링여행의 최적지라는 인식도 작용한 듯하다. 이러니 도민 전원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백신을 맞게 해 누구나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제주도를 만들자는게 제안의 요지다.  

관광객은 밀려드는데 도민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제주도 전체가 일본에서 봤던 거대한 크루즈선이 될 수 있다는 충고도 곁들였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긴 해도, 대권주자의 ‘전지적 참견’ 정도로 치부하기엔 검토해볼 여지가 있는 내용이다. 제주도의 입장에서는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전날 똑같은 대선주자인 원 지사는 서울 여의도에 머물면서 특강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의 중요성을 부르짖고 있었다. 과연 블록체인 전도사 다웠다. 최근 자신이 가상화폐에 일정액을 투자한 사실도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닷새 연속 한자릿수를 유지하던 코로나19 확진자수가 20명에 육박한 날이었다. 

코로나19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자는 의도였는데, 결과적으로 두 정치인에 대한 비교가 되고 말았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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