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섬에서 상생의 길을 찾다] 제주 삼성혈 관련 유적지 연혼포의 비밀

 
▲ 서귀포시 온평리 연혼포는 삼성신화 3공주 발상지임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 김강임
 
# 삼성신화는 탐라개벽신화

유난히 신화가 많은 제주는 1만8천 신들의 고향이라 일컫는다. 그 중에서도 삼성신화와 얽힌 제주 탄생의 신화는 신비롭기만 하다.

모흥혈에서 탄생한 삼신인이 수렵생활을 하다가 멀리 동쪽 바닷가에서 3공주를 맞이하여 탐라를 창조한 삼성신화. 이를 두고 제주문화원 홍순만 원장은 "삼성신화는 탐라개벽신화"라고 말한다.

탐라개벽신화에서 삼신인과 3공주는 제주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사람마다 자신의 뿌리가 있듯 제주인의 뿌리 또한 궁금하다. 특히 연혼포는 3공주가 목함을 타고 들어온 곳으로, 오곡과 우마를 가지고 들어와 제주농경생활에 터를 이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 황루알 바닷가에 서 있으면 성산 일출봉과 섭지코지가 오롯이 바다위에 떠 있습니다.
ⓒ 김강임
 
# 삼성혈-연혼포-혼인지-삼사석 연계 문화탐방계획 필요

지난 3일이었다. 삼성신화와 관련한 문화관광부 UPC 동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삼성혈과 삼사석, 혼인지, 연혼포를 찾았다.

혈의 전설을 간직한 삼성혈과 삼신인이 터를 정하기 위해 쏜 화살의 흔적을 석실 속에 보관하고 있다는 삼사석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삼신인과 3공주가 혼인을 하고 신방을 차린 혼인지 방문은 문화사업 조성의 규모나 크기에 비해 허무함을 느꼈다.

혼인지의 의미를 전달하는 전령사가 있었으면 더 좋은 문화 탐방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삼성신화와 연계한 문화탐방 계획 필요성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렇다 보니 연혼포를 찾기란 더욱 어려움이 많았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연혼포는 서귀포에서 일출봉으로 향하는 해안도로변에 있었다.

연혼포는 '결혼으로 이끌어 들인 포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제주의 동쪽마을 온평리 끝에 있었다. 포구의 아름다움은 바다냄새 듬뿍 풍기는 맛이 있겠지만, 연혼포 포구는 달랐다.

찾는 사람이 없어 너무 한적할 정도. 간혹 오징어를 파는 아주머니가 길가에서 행상을 하고 있을 뿐이다. 표지판이 없어 해안도로를 달리다가도 그저 스쳐 지나갈 우려를 낳기도 한다.

 
▲ 달랑 표지석 하나가 전부인 연혼포는 '삼성혈관련유적지'라는 표지석이 현실과 신화를 넘나듭니다.
ⓒ 김강임
 
# 연혼포, 아직도 신화 속에 잠들어 있다

신화 속 등장인물인 3공주가 처음 제주 땅에 발을 디뎠을 때도 이만큼 고요했을까? 성산일출봉이 훤히 내다보이는 연혼포는 달랑 석비 하나가 전부다. 그리고 그 석비 옆에는 '삼성혈 관련 유적지'라고만 적혀 있었다.

 
▲ 썰물때 바닷가로 내려가면 의자모양의 돌과 말발굽 모양의 돌 형상을 볼 수 있습니다.
ⓒ 김강임
 
파도소리를 듣고 있는 석비는 그 신비를 더했다. 하지만 석비 주변은 쓰레기가 너저분하게 널려있을 뿐 신화의 신비는 간 곳이 없다. 바닷가로 내려가 보았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 그리고 돌무덤 속에는 우마의 발자국과 3공주가 앉았다던 의자 모양의 돌이 아직도 현실 속에 존재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태고 속을 다녀온 기분이다. 자주색 목함을 타고 온 3공주의 흔적은 아무 곳에도 없다. 그저 신화는 신기루 같은 이야기일 뿐. 하지만 온평리 연혼포에서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제주 여성의 모태는 해신이었을까?'

 
▲ 섬사람들의 바다동경과 그리움에 대한 피안사상, "제주여성의 모태는 해신이었을까?"
ⓒ 김강임
 
어떤 이는 3공주가 나타난 곳을 동쪽의 바닷가라 하여 동쪽의 포구를 거론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삼신인이 맞이한 3공주는 바다 건너에서 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제주 여성의 모태가 해신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해 제주문화원 홍순만 원장은 "신화의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는 섬사람들의 피안사상"이라고 피력했다. 즉, "자신의 땅에서 고통스럽고 고독한 섬사람들이 바다 건너에는 무엇인가가 존재할 것이라는 동경과 바다 건너에는 그 무엇이 있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하지만 바다를 동경하고 수평선 너머에는 안식처가 있으리라는 피안사상이 과연 3공주를 탄생시켰을까. 그것은 단지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제주 여성의 억척스럽고 강인한 마음을 보면 '제주 여성의 모태는 망망대해를 지키는 바다 신, 거친 파도를 가르며 존재하는 해신이 아니었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 신화를 깨우자!

삼성혈 모흥혈에서 탄생한 삼신인과 바다 건너에서 들어온 삼공주의 비밀은 신화 속에만 존재한다. 그러나 신화를 재조명하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 아닌가 싶다. 고요 속에 잠들어 있는 서귀포시 온평리 연혼포구, 그리고 3공주가 목함을 타고 들어온 황루알, 신화의 발상지로 다시 깨어나면 어떨까?
 
☞ 찾아가는 길:제주시-동부관광도로-성읍-표선-온평리 해안도로(온평리에서 성산일출봉으로 가는 해안도로)-연혼포구-연혼포로 1시간 정도가 걸린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김강임의 제주테마여행>에도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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