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D-1년] 인구편차 선거구획정 불가피...통폐합-교육의원 정수 조정 등 변수

1년 앞으로 다가온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또 다른 변수는 선거구 획정 여부다.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인구편차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제주지역의 선거구 재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사실상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나 다름 없는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나뉜 입장차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 상한선 넘어선 2개 선거구 분구 '선택 아닌 필수'

현재 제주도의회 의원정수는 총 43명이다. 비례대표 7명과 교육의원 5명을 제외하면 지역구 의원은 31명이다. 제주시 동지역 16개, 읍면지역 5개, 서귀포시 동지역 5개, 읍면지역 5개 선거구가 분포해 있다.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선거구별 인구편차는 3대1 비율을 넘겨서는 안된다. 즉, 선거구의 인구가 가장 적은 곳과 많은 곳의 인구수가 3배 이상 차이가 벌어져선 안된다는 의미다.

지난 4월말 기준 제주도내 주민등록 인구수는 67만4484명으로, 이를 31개 선거구로 나누면 평균인구는 2만1757명이 된다. 상한선은 3만2635명, 하한선은 1만878명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이상적인 구도다.

그러나, 제주는 최근까지 이어져 온 이주민 유입과 대규모 도시개발로 인해 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크게 어긋나 있다.

제주시 아라동은 이 같은 사례의 대표적인 지역이다. 도시개발로 인구 유입이 늘면서 2010년 1만4194명이었던 인구수가 지난달에는 3만8137명까지 급증했다. 상한선을 크게 웃돌아 분구가 불가피하다.

아라동보다 인구수가 적은 일도2동(3만2678명)의 경우 갑·을로 나뉘어져 2개 선거구가 배정돼 있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제주시 애월읍도 이주민 유입 열풍으로 인해 2010년 2만8381명에서 올해 4월 3만7127명까지 늘었다. 인구편차 기준을 벗어난 아라동과 애월읍, 2개 선거구는 반드시 분구돼야 할 선거구다.

◇ 유권자 반발 불보듯 뻔한 '통·폐합 리스크'...뾰족한 수 없어

사실 부족한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이 가장 쉽고 분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이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도민정서도 곱지 않은데다가, 중앙정치권을 설득할 명분도 부족하다.

지난 2018년 선거구 획정 당시에는 기존 의원정수 41명에서 43명으로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삼양동·봉개동과 아라동을, 삼도1·2동과 오라동을 분구하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제주 인구가 10만명 이상 증가했지만, 의원정수는 늘어나지 않았다는 논리가 작용한 결과였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무엇보다 인구수가 부족해 통·폐합을 논해야 하는 선거구가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제주시 한경면·추자면 선거구는 지난달 기준 1만729명으로 하한선에 미달된다. 서귀포시 정방동(2126명), 중앙동(3383명), 천지동(3453명)이 합쳐진 선거구의 총 인구수는 8962명에 불과하다.

당장 통·폐합이 급한 선거구가 있는 마당에 정수를 늘린다는 시도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다보니 벌써부터 여러 설이 난무하고 있다. 정방·중앙·천지동 선거구는 인접한 송산·효돈·영천동 선거구와 통합하고, 행정구역을 나누기 애매한 한경·추자면 선거구는 한경면은 한림읍에, 추자면은 제주항이 위치한 일도1·이도1·건입동 선거구에 편입시킨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 경우 해당지역 후보군은 물론, 유권자들의 거센 저항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 

송산·효돈·영천동 선거구 강충룡(국민의힘) 의원은 "통폐합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는 있지만, 인구수만으로 선거구를 나누기에는 제주지역의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산남지역 의원정수를 줄여서 제주시 지역 의원이 늘어난다면 지역 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폐합이 논의되고 있는 선거구에서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는 모 인사는 "정치신인으로서 무조건 불리하게 시작할 수 밖에 없는 구도다. 어떻게든 하루 빨리 교통정리가 돼야 얼굴도 알리고, 전략도 고민할텐데 현재로서는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 교육의원-비례대표 정수 조정 변수까지 논란

제주에만 운영되고 있는 교육의원 선거 제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지난 지방선거 당시에는 후보가 없어 5개 교육의원 선거구 중 4명이 무투표로 당선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내년 선거도 교육의원 후보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민사회 진영을 중심으로 교육의원 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하다. 

제주특별법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교육의원의 경우 교육경력·교육행정경력이 5년 이상이어야 출마자격이 주어진다. 이 때문에 피선거자격 제한이 위헌해 해당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까지 청구됐지만 헌재에 의해 기각됐다.

결국, 제주특별법 자체를 개정해야 하는 교육의원 제도는 다음 선거 때까지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의원 제도는 유지하되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지만, 이에 대해서는 교육자치 훼손 우려를 들어 교육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현재 7명으로 배정돼 있는 비례대표 수를 줄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 또한 소수정당과 사회적약자의 정치 진출을 제한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 주체별 갈리는 입장...속도 내야할 선거구획정위원회도 '공전'

현재까지는 지방선거를 둘러싼 주체들 간 의견도 다소 거리가 있다.

제주도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도교육청은 도의원 정수에서 교육의원을 제외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주도의회는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들로 인해 하나된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의 경우 의원정수는 현행을 유지하는 대신 분구 내지 통폐합이 거론되는 선거구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도민공감대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 현행 선거구를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고, 정의당 제주도당은 연동형비례대표 등 비례의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제주도선거구획정위원회는 당초 이달까지 통·폐합, 분구 대상 선거구에 대한 논의를 마치고, 8월께 조정안을 도출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여전히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위원 간 의견을 좁히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활한 선거구 조정을 위해 오는 9월까지는 합의안이 도출돼야 주민의견 수렴을 거쳐 연말 선거구획정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나리오대로 흘러갈 지는 불투명하다.

이미 지방선거 정치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구 획정 변수가 어떻게 작용될 지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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