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좌남수 공권력 과오 사과...강희봉 회장 "용기있는 결단 감사"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강정마을가 31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강정크루즈터미널에서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을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강정마을가 31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강정크루즈터미널에서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을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 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 과정에서의 격한 갈등에 휩싸였던 서귀포시 강정마을이 10여년 만에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강정마을회는 31일 오전 10시 강정 크루즈터미널 앞에서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원희룡 제주지사와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을 비롯해 강희봉 강정마을회장, 위성곤 국회의원, 중앙부처 관계자, 강정마을 주민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다시 부는 상생 화합의 바람'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해군기지 입지가 강정마을로 결정된 지난 2007년부터 14년에 걸쳐 이어진 반목과 갈등을 종식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주민들의 요청으로 인해 진행된 선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해졌다.

원희룡 지사는 해군기지 입지 선정과 건설 과정에서 발생했던 국가공권력의 과오를 사과하고, 향후 상생협력 협약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원 지사는 "제주 민군복합형관광미항 입지 선정과 건설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은 마을주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제주도정이 불공정하게 개입했고, 주민의견 수렴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한 일로 제주도정의 지난 과오를 이해한다"고 사과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강정마을회 주최로 31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강정크루즈터미널에서 열린 '상생화합 공동선언식'.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의소리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강정마을회 주최로 31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강정크루즈터미널에서 열린 '상생화합 공동선언식'. ⓒ제주의소리

이어 "주민들은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국가폭력과 인권침해로 숱한 아픔을 겪어야 했다"며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삶의 터전을 지키려고 발 벗고 나선 주민들을 상대로 정부는 물리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로 인한 주민들의 사법적 처리와 함께 경제적 손실과 트라우마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위로했다.

원 지사는 "강정마을이 예전처럼 화목하고 풍요로운 마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린다"며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조례가 개정됐고 250억원의 기금도 편성했다. 강정마을 중심의 서귀포시 지역발전계획 사업도 기간 내 차질 없이 마무리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좌남수 의장도 "아무리 국가안보를 위한 일이라고 하지만 평화가 가장 좋은 안보임에도 불구하고 강정마을과 주민들은 더 많이, 더 자주 갈등과 마주해야만 했다"며 "도의회의 책임을 통감한다. 2009년 12월 본회의에서 '절대보전지역변경 동의안'과 '민군복합형관광미항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이 처리됐기 때문에 도의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인정했다.

좌 의장은 "도의회 의장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부디 의회의 사과를 너그럽게 받아주길 부탁드린다"며 "오늘 상생화합 선언을 계기로 그동안의 갈등과 대립은 막을 내리고 새로운 화해와 상생의 시대를 열어나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강정마을회 주최로 31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강정크루즈터미널에서 열린 '상생화합 공동선언식'.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의소리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강정마을회 주최로 31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강정크루즈터미널에서 열린 '상생화합 공동선언식'.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의소리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강정마을회 주최로 31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강정크루즈터미널에서 열린 '상생화합 공동선언식'.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의소리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강정마을회 주최로 31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강정크루즈터미널에서 열린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에서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이 만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의소리

이에 강희봉 강정마을 회장은 "뿌리 깊게 내린 갈등과 반목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의 사과를 받고 용서를 함으로써 미래로 나아가려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며 상생화합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강정마을은 많은 이견에도 불구하고 정부를 믿고 관함식 개최를 동의했으며 대통령이 직접 마을을 방문해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절차적·민주적 정당성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경찰청장, 해군참모총장으로부터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에 대한 사과를 받아냈다"고 그간의 과정을 떠올렸다.

특히 "도지사가 처음 강정마을을 방문해 마을을 지원하겠다고 한 약속에 대해 의심이 든 것도 사실이지만, 그동안 끊임없이 마을과 진솔하게 소통하고, 설득하는 것을 보면서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며 원 지사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제주도의회의 사과에 대해서도 "마을 발전을 위한 조례 개정과 예산 지원 등 번번히 찾아가서 귀찮게 해도 이해해주고 앞장서 지원해준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화답했다. 강 회장은 "원 지사와 좌 의장이 용기있는 결단과 강정주민들의 명예회복에 앞장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공동체회복 사업들이 차질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제주도, 도의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강정마을이라는 이름 옆에 갈등이라는 단어가 다시는 자리 잡을 수 없도록 정부와 제주도, 도의회에서 많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공동선언식에 앞서 제주도와 강정마을회는 상생협력 협약 방안에 대한 의견을 꾸준히 주고받았다. 지난 2월에는 협약에 대한 도정 내 검토의견을 수합했고, 3월에는 검토된 의견을 바탕으로 협약안을 마련했다. 강정마을회도 4월5일 운영위원회, 같은달 15일 마을총회 의결을 거쳐 최종 협약안을 도출했다.

협약에는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강정마을의 갈등을 치유하고 강정마을의 공동체 회복을 위한 지역발전계획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강정마을 지역발전계획사업이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강정지역주민 공동체회복 지원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2021~2025년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매년 50억원씩 총 250억원을 반영한다는 계획으로, 기금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크루즈선박 입항료 및 접안료의 일정금 등을 기금에 포함하도록 대책을 세웠다.

또 해군과 협의해 민군복합형관광미항 서남방파제, '강정해오름 노을길'의 운영을 관리하고, 마을주민들을 위해 적법한 범위 내의 지원이 이뤄지도록 했다. 이날 공동선언식 직후에 참가자들은 강정해오름 노을길을 함께 걸을 예정이다. 이 밖에도 지역발전계획사업에 따른 직원을 고용할 때 지역주민 우선 채용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고,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강정마을 지원 조직을 유지하기로 협의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강정마을 갈등치유 및 공동체회복을 위한 상생협력 협약 체결 동의안'은 오는 6월9일까지 진행되는 제395회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다뤄지게 된다. 실질적인 협약식은 도의회에서 통과된 직후인 다음달 중 일정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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