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제주 자연과 제주 살이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나이가 들면서 초록이 좋아진다. 날씨가 좋은 날, 한라산의 다양한 초록색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내 앞에 펼쳐진 초록 풍경에 기분이 좋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 어느덧 내게 익숙한 삶이 됐다. 

동네 한 바퀴 돌아보니 푸르른 자연이 가까이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길가에 핀 꽃들이 유독 예쁘다. 푸르른 한라산, 맑은 하늘, 뭉게구름, 맑은 새소리, 기분 좋은 산책길이다. 비오는 날 산책도 좋다. 

제주의 가장 큰 장점은 손닿을 곳에 자연이 있다는 점이다. 약간만 나가면 초록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우거진 삼나무 길과 한적한 산록도로 길을 드라이브할 수 있고, 사려니 숲길 등 여러 숲길을 걸을 수 있다. 산방산, 송악산, 성산 일출봉, 섭지코지, 외돌개 등 아름다운 곳이 널려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자연은 좋은 여건을 제공해준다.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는 건 제주도가 주는 큰 축복임에 틀림없다. 우리에겐 이 자연을 즐길 권리와 지킬 의무가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추사유배지 같이 자연과 인문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도 꽤 있다. 이중섭 미술관, 기당 미술관, 왈종 미술관 등에서 제주 자연을 그린 그림에 빠져든다. 제주도립미술관에서 ‘탐라는봄’ 전시회를 만날 수 있다.

제주 자연에 어울리는 건축이 부족한 게 살짝 아쉽다. 몇 년 전 싱가포르를 잠시 여행했는데, 그곳 건물의 모양과 이미지가 다 다르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싱가포르 건축법에 따라, 같은 모양의 건물을 짓을 수 없다고 한다. 정말 다양한 건물, 특이한 건물들이 많았다. 제주에 짓는 건물이 미적 감각을 갖고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대부분 젊을 땐 도시를 선호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연을 찾는다. 지인 중에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 도서관 사서로 일하시는 분이 있는데, 이분 이야기가 그랬다. 자신이 20-30대 도서관 사서로 일할 때보다 50대가 되고 보니 지금 하는 일이 그렇게 좋다고 했다. 제주에서의 삶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물론 20-30대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와 인프라가 제공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주 청년들이 제주에서의 삶에 답답함을 느낀다면 그 또한 이해된다. 크고 넓은 세상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고, 언제나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한다. 제주의 여러 여건들이 제주 자연에 걸맞은 정도가 돼야 한다. 

제주 바다 속엔 수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제주 땅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는가! 나는 얼마나 무지한가? 나이가 들수록 제주가 점점 커진다. 내게 없는 네잎 클로버를 찾다가, 지천에 널린 세잎 클로버를 외면하며 사는 건 아닌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없는 것에 미련을 두지 말고,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고봉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비워야 한다. 비워야 홀가분해진다. 근데 쌓는 것보다 더는 게 훨씬 어렵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으로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월이 가르쳐주는 것 같다. 제주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조금씩 덜어내는 삶을 살아야겠다. 

코로나가 우리 일상을 제약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코로나로 지친 일상에 산책 같은 활력소가 필요하다(물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된 2주간은 외출과 이동을 자제해야 하기에, 산책을 언급하는 것마저 조심스럽다). 제주 자연은 좋은 여건을 제공해준다.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는 건 제주도가 주는 큰 축복임에 틀림없다. 우리에겐 이 자연을 즐길 권리와 지킬 의무가 있다. / 고봉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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