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예술칼럼, Peace Art Column] (54) 토미야마 카즈미

제주도는 평화의 섬입니다. 항쟁과 학살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은 더욱 간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주4.3이 그렇듯이 비극적 전쟁을 겪은 오키나와, 2.28 이래 40년간 독재체제를 겪어온 타이완도, 우산혁명으로 알려진 홍콩도 예술을 통해 평화를 갈구하는 ‘평화예술’이 역사와 함께 현실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 네 지역 예술가들이 연대해 평화예술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평화예술운동에 대한 창작과 비평, 이론과 실천의 공진화(共進化)도 매우 중요합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네 나라 예술가들의 활동을 ‘평화예술칼럼(Peace Art Column)’을 통해 매주 소개합니다. 필자 국적에 따른 언어가 제각각 달라 영어 일어 중국어 번역 원고도 함께 게재합니다. [편집자 글]

5월 국제자연보호연합(ICUN)이 아마미오시마, 도쿠노시마, 오키나와 북부 및 이리오모테 섬의 세계유산 등재를 권고해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정식 결정될 전망이다. 오키나와 섬 북부의 후보지인 약 7700 핵타르의 숲은 생물 다양성의 핫스팟으로 불릴 만큼 독특하고 풍요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오키나와의 산과 숲을 각별히 사랑해 온 여성 사진가가 있다. 올해 80세가 되는 카네시로 준코는 대학 시절 등산부에서 활동했으며 그 후로도 오키나와의 산뿐 아니라 대만의 옥산과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까지 올랐다. 고교 교사를 퇴직한 후, 오키나와섬 북부에 있는 오쿠마강을 보호하는 NPO의 이사가 되어, 댐 건설을 저지하는 운동에 종사했다. 카네시로는 카메라를 취미로 삼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중학교 때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오키나와의 산과 숲의 모습을 기록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하게 됐다. 카네시로가 기록하고 남기고 싶은 것은, 둘도 없는 자연의 고상함 만이 아니다. 오키나와의 군사화에 항거하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모습을 그녀의 카메라는 포착해 왔다. 그녀 자신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기지로 불리는 후텐마 비행장 인근에 50년 가까이 살면서 후텐마 기지를 발착하는 군용기의 폭음 피해 해결을 요구하는 소송단의 일원이기도 하다.

사진=토미야마 카즈미.
사진가 카네시로 준코가 촬영한 오키나와 군사기지 반대 시위 장면. 사진=토미야마 카즈미.
사진=토미야마 카즈미.
사진가 카네시로 준코가 촬영한 오키나와 군사기지 반대 시위 장면. 사진=토미야마 카즈미.

후텐마 비행장을 반환하는 대신 그 이전 장소로 헤노코에 새로운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 떠오른 것이 1996년의 일이다. 이전은 결국 대규모 바다 매립을 수반할 계획이며, 이는 헤노코 주민의 생활과 정신문화의 기반인 자연의 파괴를 의미했다. 후텐마를 구하기 위해 헤노코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신기지 건설은 오키나와인의 분단을 초래하는 것이었다. 카네시로는 후텐마 주변에 사는 여성들의 그룹에 가입해 헤노코가 소재한 나고 시의 여성들과 연대해 이전 반대 행동을 시작했다. 헤노코 사람들, 특히 오키나와 전투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의 확고한 결의에 감동받아 스스로도 그 계보에 이름을 올리기로 했다. 그리하여 후텐마 여성들은 헤노코가 아닌 일본 본토로의 이전을 제창하게 된다.

그것은 그만큼 미군의 일본 주둔이 중요하다면 오키나와에만 떠넘기지 말고 일본 본토에서 인수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였다. 국가 안보의 부하를 차별적으로 오키나와에 떠넘겨 온 일본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좌파 또는 리버럴로 분류되는 지식인들로부터 상당한 때리기가 일어났다. 이들은 일본 본토 이전은 오키나와와 일본에 분단을 가져다 줄 것이므로 마음씨 좋은 오키나와인이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여자들을 나무랐다. 거기에는 미군기지 같은 거추장스러운 것은 오키나와에 가둬두라는 그들의 무의식과 ‘여자의 얕은 꾀’를 비웃는 여성혐오가 배어 있었다.

사진=토미야마 카즈미.
사진가 카네시로 준코가 촬영한 오키나와 군사기지 반대 시위 장면. 사진=토미야마 카즈미.

신기지 건설 반대운동은 생명과 삶을 지키는 생활인의 사상에 입각하고 있다. 미군기지를 일본에 인수하라는 것도 오키나와인의 평화롭게 살 권리를 존중하라는 것뿐이다. '생명과 삶을 지키는' 사상이란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의 회복을 지향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그것은 자본의 논리와 반대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쉽게 짓밟힌다. 그런데도 존엄을 걸고 저항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카네시로는 계속 찍었다.

카메라를 들고 생명과 삶을 지키는 사람들의 투쟁 현장과 풍요로운 숲의 소우주를 누비는 것은 카네시로의 필연이었음에 틀림없다. 이를테면 숲의 잡초에 꿈틀거리는 벌레들, 호젓이 피어나는 꽃들, 헤노코 해변에 떼지어 있는 작은 게, 완만한 호를 그리며 나는 전갱이들, 기지의 펜스 앞에서 주저앉아 그리하여 항의의 뜻을 나타내는 사람들 모두가 카네시로의 세계관 속에서는 등가이고, 게다가 나누기 어렵게 결합되어 있는 듯하다. 모두가 작고 약하고 존엄성이 넘치는 동물들이다. 숲의 작은 생물들이 내뿜는 생명의 빛은,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투쟁의 현장을 향하는 조용한 힘을, 카네시로에게 주고 있었을 것이다.

사진=토미야마 카즈미.
사진가 카네시로 준코가 촬영한 오키나와 자연 풍경. 사진=토미야마 카즈미.
사진=토미야마 카즈미.
사진가 카네시로 준코가 촬영한 오키나와 자연 풍경. 사진=토미야마 카즈미.
사진=토미야마 카즈미.
사진가 카네시로 준코가 촬영한 오키나와 자연 풍경. 사진=토미야마 카즈미.
사진=토미야마 카즈미.
사진가 카네시로 준코가 촬영한 오키나와 자연 풍경. 사진=토미야마 카즈미.
사진=토미야마 카즈미.
사진가 카네시로 준코가 촬영한 오키나와 자연 풍경. 사진=토미야마 카즈미.

 

# 토미야마 카즈미

토미야마 카즈미(豊見山和美 TOMIYAMA Kazumi) 씨는 도쿄 소재 추오대학교와 류큐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영국 런던대학교 아카이브연구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이후 오키나와현립공문서관의 아키비스트로 일하면서, 오키나와 전후사를 중심으로 문화평론을 하고 있습니다.


闘いの現場と豊饒な森を往還する 
豊見山和美

5月、国際自然保護連合(ICUN)が「奄美大島、徳之島、沖縄島北部および西表島」を世界遺産に登録するよう勧告し、7月のユネスコ世界遺産委員会で正式決定される見込みだ。沖縄島北部の候補地である約7,700ヘクタールの森は「生物多様性のホットスポット」と言われるほど、ユニークかつ豊饒な生態系を示している。

沖縄の山と森をこよなく愛してきた女性の写真家がいる。今年 80 歳になる兼城淳子は、大学時代は ワンダーフォーゲル部で活動し、その後も沖縄の山だけでなく台湾の玉山やアフリカのキリマンジャロまで登った。高校教師を退職した後、沖縄島北部にある奥間川を保護するNPO の理事となり、ダム建設を阻止する運動に携わった。兼城はカメラを趣味としていた父親の影響で中学生の時から写真を撮り始めていて、沖縄の山と森のすがたを記録し人々に伝える手段として活用するようになった。兼城が記録し伝え残したいのは、かけがえのない自然の気高さだけではない。沖縄の軍事化に抗う人々、とりわけ女性たちの姿を彼女のカメラは捉えてきた。彼女自身、世界一危険な基地と言われる普天間飛行場の近隣に50 年近く暮らし、普天間基地を発着する軍用機の爆音被害の解決を求める訴訟団の一員でもある。

普天間飛行場を返還する代わりにその移設先として辺野古に新たな基地を建設する計画が浮上したのが 1996 年のことだ。移設は最終的に大規模な海の埋立てを伴う計画となり、それは辺野古住民の生活と精神文化の基盤である自然の破壊を意味した。普天間が救われるために辺野古に犠牲を強要する新基地建設は、沖縄人の分断を招くものだった。兼城は、普天間周辺に住む女性たちのグループに加わって、辺野古の所在する名護市の女性たちと連帯して移設反対の行動を始めた。辺野古の人々、とりわけ沖縄戦を生き残った女性たちの揺るぎない決意に心をうたれ、自らもその系譜に連なることを決めた。やがて普天間の女性たちは、辺野古でなく日本本土への移設を提唱するようになる。それは、それほど米軍の日本駐留が大切ならば、沖縄だけに押し付けず日本本土で引き取るべきだという問題提起だった。国家安全保障の負荷を差別的に沖縄に押し付けてきた日本への痛烈な批判だったといえるだろう。しかしこれに対して、左派あるいはリベラルとされる知識人から相当なバッシングが起こった。彼らは日本本土への移転は沖縄と日本に分断をもたらすものだから、心優しい沖縄人がそんなことを言ってはいけないと女たちをたしなめた。そこには、米軍基地のような厄介なものは沖縄に閉じ込めておけという彼らの無意識と、「女の浅智恵」を嘲笑するミソジニーが露呈していた。

新基地建設への反対運動は「命と暮らしを守る」生活者の思想に立脚している。米軍基地を日本に引き取れというのも、沖縄人の平和に暮らす権利を尊重せよというだけのことだ。「命と暮らしを守る」思想とは、近代化の過程で私たちが失ってきたの回復を目指すものと言ってもよい。だが、それは資本の論理とは対極にあるがゆえに、ともすれば容易く踏みにじられてしまう。それでも尊厳をかけて抵抗する女性たちの姿を、兼城は撮り続けた。

カメラを携えて、命と暮らしを守る人々の闘いの現場と、豊饒な森の小宇宙とを往還することは、兼城にとって必然だったに違いない。たとえば森の下草にうごめく虫たち、ひっそりと開く花たち、辺 野古の浜に群れる小さな蟹、ゆるやかな弧を描いて飛ぶアジサシ、基地のフェンスの前で座り込 んで抗議の意志を示す人々。どれもが兼城の世界観のなかでは等価であり、しかも分かちがたく結びついているようだ。どれもみな、小さく、弱い、そしてなお尊厳に満ちた生きものだ。森の小さな生物たちが放つ命の輝きは、希望と絶望の交錯する闘いの現場に向かう静かな力を、兼城に与えてきたのだろう。


Passages between the site of struggle and the fertile forest 
TOMIYAMA Kazumi

In May, the IUCN recommended that "Amami Oshima, Tokunoshima, Northern Okinawa and Iriomote Island" be registered as a World Heritage site, and the decision is expected to be made officially at the UNESCO World Heritage Committee in July. The 7,700-hectare forest in the northern part of Okinawa Island is known as a "biodiversity hotspot," exhibiting a unique and fertile ecosystem. 

There is a female photographer who has deeply loved the mountains and forests of Okinawa.  KANESHIRO Junko, who will turn 80 this year, was a member of the Wonder Vogel Club when she was a university student, and later climbed not only the mountains in Okinawa but also Jade Mountain in Taiwan and Kilimanjaro in Africa. After retiring from her job as a high school teacher, she became the director of an NPO that monitors the Okuma River in the northern part of Okinawa Island, and was involved in a campaign to stop the dam construction. Kaneshiro started taking pictures when she was in junior high school under the influence of his father, who was a camera hobbyist, and started using it as a means of recording and communicating the appearance of the mountains and forests of Okinawa. What Kaneshiro wants to record and convey is not only the nobility of irreplaceable nature. Her camera has captured the images of people, especially the women, who are fighting against the militarization of Okinawa. She herself has lived for nearly 50 years in the vicinity of Futenma Air Station, which is said to be the most dangerous base in the world, and is a member of a lawsuit team seeking a solution to the damage caused by the military aircraft roar.

In 1996, a plan to build a new base at Henoko was proposed to relocate Futenma Air Station. The plan eventually entailed a massive reclamation of the sea, which meant the destruction of nature, the foundation of the lives and spiritual culture of the Henoko residents. The construction of the new base, which forced Henoko to make sacrifices in order for Futenma to be saved, was a way to divide the Okinawan people. Kaneshiro joined a group of women living around Futenma and began to take action against the relocation in solidarity with the women of Nago City, where Henoko is located. She was so moved by the unwavering determination of the people of Henoko, especially the women who had survived the Battle of Okinawa, that she decided to follow in their footsteps.

The women of Futenma began to advocate for the relocation of Futenma Air station to mainland Japan instead of Henoko, saying that if the U.S. military presence in Japan was so important, it should be taken over by mainland Japan, not imposed only on Okinawa. It was a scathing criticism of Japan's discriminatory imposition of the burden of national security on Okinawa. However, it was met with considerable bashing from leftist and liberal intellectuals. They chided the women, saying that the base relocation to mainland Japan would lead to division between Okinawa and Japan and that kind-hearted Okinawans should not say such things. Their unconsciousness that something as troublesome as a U.S. military base should be confined to Okinawa and their misogyny that ridiculed the "shallow wisdom of women" were exposed.

The opposition to the construction of the new base is based on the idea of realism, "protecting life and livelihood.” Bringing the U.S. military base to Japan is just another way of saying that you should respect the right of Okinawans to live in peace. The idea of "protecting life and livelihood" is one that aims to restore what we have lost in the process of modernization. However, because it is the opposite of the logic of capital, it can easily be trampled upon. Even so, Kaneshiro continued to photograph the women who resisted with dignity.

It was inevitable for Kaneshiro to travel back and forth between the site of people's struggle and the microcosm of the fertile forest with her camera. Insects buzzing in the undergrowth of the forest, flowers quietly blooming, tiny crabs swarming on the beach of Henoko, terns flying in a gentle arc, people sitting in front of the base fence to express their protest. All of them are equal in Kaneshiro's worldview, and yet they seem to be inextricably linked. All of them are small, weak, and yet full of dignity. The sparkle of life of the small creatures of the forest seems to have given Kaneshiro the quiet strength to face the scene of the struggle where hope and despair intersect.


※ 중국어 원고는 추후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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