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불공정 시비 차단, 투명성과 공공성 확보 위한 대안 필요 / 김효철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조천읍 선흘2리에 들어서려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와 마을 이장 사이에 돈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파장이 크지만 아주 놀랍거나 새로운 일은 아니다. 개발사업을 둘러싼 사업자와 마을간 돈거래는 종종 있었던 일이다. 이 일이 알려지기 전에도 ‘혹시?’하는 우려가 일던 터이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얼마 전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2750만원을 받은 선흘2리 전 이장 정모씨를 배임수재와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제주지검은 이와 함께 정씨에게 돈을 준 회사 임원과 대표이사도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기소 내용에 따르면 반대대책위원장을 맡던 정씨는 사업추진이 마을주민 반대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사업자로부터 돈을 받았다. 동물테마파크 사업이 마을주민 반대에 부딪힌 상황에서 사업자와 함께 도지사 집무실에서 원희룡 지사와 공무원들을 만나는 날에 돈이 오갔다. 사업자는 정씨가 반대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다음 날에도 아들 명의 통장에 돈을 입금했다. 돈이 오간 시점을 계기로 동물테마파크 사업추진에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사법적 판단은 법정에서 다투겠으나 돈을 주고 받은 시기와 사업 진행에 미친 영향을 볼 때 사업자나 돈을 받은 정씨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혹시나 하던 소문이 사실로 밝혀지자 반대 운동을 벌여온 선흘2리 주민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물테마파크 사업 때문에 마을 주민간 고소와 고발이 오가며 마을 공동체가 갈등으로 무너지는 고통을 겪었던 마을 주민들이 느끼는 분노와 허탈한 마음이 와 닿는다.

불안정한 환경영향평가 심의제도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불허가 갖는 의미에도 제주환경보전에 불안감과 한계를 남긴다. 환경보전은 송악선언처럼 행정권자 의지로만 해결할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를 보완하고 사회적 통제로 이뤄질 때 공정성과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제주의소리
모든 사업은 제주 사회와 문화, 환경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인허가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업자가 안겨준 떡고물에 제주 마을이 고통받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제주의소리

문제는 선흘2리 만이 아니다.

어느 순간 제주도내 마을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여러 사업에는 돈이 오가고 이로 인한 갈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동물테마파크 사업처럼 뒷거래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고 마을 발전기금이라는 이름으로 드러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물론 사업 추진으로 인해 마을이 겪는 피해를 보상한다거나 개발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선한 기부도 있다.

하지만 사업자들은 마을과 관련한 사업을 할 때면 원만한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감내해야 하는 또 다른 세금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사업체에서 마을 반대여론을 찬성으로 돌려 사업추진을 위한 디딤돌로 삼기 위해 적극적으로 마을발전 기금을 약속하기도 한다. 

어느덧 관례처럼 돼버린 사업추진 과정에서 오가는 돈이 자칫 개인 욕망과 맞물리면 부정과 비리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마을 주민을 찬반으로 의견을 갈라놓아 공동체 무너뜨리는 일도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업자가 돈으로 마을 의견을 왜곡하거나 인허가 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선의도 아니고 정당한 로비도 아닌 비리다.

마을 주민들이 사업자와 함께 마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인허가를 요구할 때 공정하고 합리적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인허가 절차는 상당한 압박을 받는다. 인허가 부서도 지역 민원 사업이라는 부담감에 공정한 관리자로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이번 동물테마파크 사건에서도 선흘2리 주민들은 제주특별자치도 공무원들이 찬성 입장을 대변했다며 개입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몇 해 전에는 환경영향평가 위원들이 사업자나 영향평가 업체로부터 돈을 받았다가 사법처리를 받는 일도 있었고 사업자가 환경단체를 대상으로 현금 로비를 시도한 사례도 있다.

금품 제공은 아니더라도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나타나는 압력에 가까운 로비활동도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인허가 심의 기능을 위협한다. 특히 마을과 연관된 사업에서는 마을 주민이나 사업자가 심의위원들을 상대로 개별 만남까지 하면서 심의 통과를 밀어붙이는 일도 있다. 나아가 개인 신상정보까지 이용한 이른바 각개격파식 인허가 통과 작전도 벌어져 심의위원들을 곤혹스럽게 할 뿐 아니라 공정한 판단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여러 사업 관련 심의들이 대부분 무사 통과하며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가시지 않는다.

제주에서 일어나는 여러 개발사업은 마을 단위에서 일어나지만, 마을 공동체뿐 아니라 제주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는 일이다. 그러기에 모든 사업은 제주 사회와 문화, 환경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인허가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동물테마파크에서 보듯 사업추진을 앞두고 돈이 오가거나 밀어붙이기식 사업추진은 공정해야 할 인허가 절차를 무력화시킨다. 더욱이 사업자와 마을 대표 간 은밀한 뒷거래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찬반을 떠나 사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다면 사업추진에 정당성과 신뢰는 사라지고 공정성 시비와 갈등만 남는다. 

김효철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제주의소리

그런 속에 한 번 잘못 내린 결정은 마을 공동체에 갈등과 상처를 남기고 오랜 생활터전인 제주 자연환경 파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만 낳는다.

사업 과정에서 오가는 돈이 공정성과 투명성, 공공성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는 사업 인허가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관행처럼 이뤄지는 마을발전 기금이든 사회 기부금이든 불공정 시비를 차단하고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 사업자가 안겨준 떡고물에 제주 마을이 고통받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랄 뿐이다. / 김효철 논설위원,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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