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서른세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제주 발전에 획을 긋는 3요소는 무엇인가?

1234년에 김구판관의 밭담과 1963년 김영관 지사의 물·불·길·감귤 농업 정착으로 오늘날이 제주가 일어서게 되었다. 1234년에서 천년 후는 2234년, 그때 제주는 어떤 모습일까?

현무암 자갈밭을 갈다 보면, 큰 돌덩이와 자갈이 끝없이 나온다. 밭 가운데 그 돌을 모아 놓은 곳이 ‘머들(돌석, 무리 뢰石磊)’로 밭 가운데 돌무더기는 마치 나무의 ‘옹이(枙)’ 같고 3多의 ‘삼촌 괸 당(众)’ 같다. 밭 구석에 머들은 밭을 경작하면서 한 돌, 두 돌 땀방울이 묻어있는 ‘모아진 잡석의 돌무더기’다. 머들을 만들 때는 굽 돌로 ‘굄돌’을 삼고, 밑돌로 그 위에 돌을 한 단 두 단 붙여나가면서 작은 자갈돌을 가운데와 틈새로 끼워 가면 바로 머들이 생긴다. 

고려 중기 1234년 전주 부안 출신 김구(金坵) 판관은 25살 젊은 나이에 제주 판관으로 부임, 밭담을 창안했다. 제주섬 땅이 소유 경계의 다툼과 우마, 방풍 및 방화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구획 공간’을 돌담 이음으로 ‘단칼’에 해결했다. 기본 아이디어는 두 가지, ‘머들’에 모아진 돌을 공간 땅 평면에 가로로 연결하면서 세로로 1.5m 높이로 세우는 것이 밭담이다. 그렇게 만들어 이웃사람끼리 경작 토지 분쟁을 ‘밭담경계구역’을 주어 확인하게 하였다. 

토지경계 해결의 수단이 된 밭담, 그것은 ‘삼촌과 사람인(人)’ 자를 돌담 이음으로 구현했다. 삼촌(三寸)과 인(人)은 굄돌 두 돌 위에 돌 한 덩어리를 올려놓은 모양새. 사람인 자(人)도 양다리에 돌 한 덩어리를 밑돌로 놓고 그 위에 머리 모양으로 한 덩어리 돌을 붙였다. 삼각형의 삼(三)이고, 촌(寸)은 피붙이의 마디. 돌무더기인 석뢰(石磊)도 돌 석(石)자인 두 둘을 밑돌로 그 위에 한 개 돌을 올려붙여진 돌무더기 삼각형 모양이 뢰 자다. 백성(百姓)과 서민(庶民) 셋 이상 모이면 무리 중(众). 돌무더기 뢰(磊) 자의 돌석(石) 자를 사람인(人)으로 바뀐 것이 사람의 무리 중(众)이 아닌가. 유학(儒學)에 밝은 김구 판관이 통찰로 보여준 자연과 유학의 통섭(統攝, Consilience)이 놀랍다. 김구(金坵) 판관의 이름 구(坵) 자도 흙토(土) 변에 언덕 구(丘) 즉 밭의 언덕(머들, 石磊)으로 밭담을 뜻한다. 제주 사람을 사랑하고 간 김구 판관이다.

김영관 전 도지사.
김영관 전 도지사.

김구가 간 700년 후, 36세 준장 김영관 장군(경기도 김화군 출신, 1961~1963년 현역 준장으로 제12대 제주도지사). ‘제주 사람을 하늘로 받들어’ 제주의 물, 5.16 도로, 전기를 해결하고 제주 대학의 국립대 승격과 감귤 조성 농업을 뿌리 내리게 했다. 김 지사의 제주 지사의 3년 동안의 회고록을 보면 제주사랑이 넘쳐난다. 당시 1961년 9.8 박정희 의장이 전국 시·도 초도순시에서 제주를 첫 방문지로 해서 제주에 대한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박 의장이 묵을 호텔이 없어 도지사 관사에 머물렀다. 당시 북제주군에 박종실(朴宗實, 1875-1966, ,1957년 제주도서관 건립) 씨, 남제주군에 강성익(康性益1890-1968, 11대 제주지사) 사업가가 김 지사를 도왔다. 필자도 1963년 대학 1학년때 전주에서 탱자나무 씨앗을 가져와 귤나무 접목을 했다. 정보화 세상에 제주는 앞으로 200년을 어떻게 가야하나?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곳이 제주와 닮은 싱가폴 섬이다. 제주의 발전 동력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1963년 싱가폴(697㎢)의 이광요(1923-2015) 총리와 제주(1833㎢)의 흘러간 바람들

제주 면적은 싱가폴의 2.6배로 한국의 특별자치도의 가장 큰 섬이다. 일본 강제 점령기를 거쳐 4.3사건을 거쳤다. 싱가폴도 일본 강제 점령기와 영국의 식민지를 거쳤다. 이광요 총리는 싱가폴의 역사를 새로 쓴 인물이다. 간단한 예가 당시 세워진 싱가폴의 국립대와 난양공대는 현재 세계 톱 2~3위에 오른다. 세계 최고 인재들이 모여 들게 만든 사람이 바로 이광요 총리다. 두 대학은 미국 MIT와 스텐포드, 버클리대학과 어께를 나란히 한다. 거기엔 제주보다 아주 작은 섬 국가의 이광요 총리의 철학이 만든 결과다. 그 사이에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대통령급인 도지사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 흘러가는 바람들이었다. 김구 판관이나 김영관 지사처럼 ‘제주사람들을 위한’ 민치를 펴지 못했다. 제주 1000년을 내다본 게 아니라 용이 꼬리가 된 ‘룡지사’처럼 자신의 앞날을 위한 도치(道治)를 폈다. 만일 도민의100년을 위해 먹고살 수 있는 농·생산 제조업을 부흥하고, 세계 유명 대학이나 지식 산업을 창출했다면 관광객은  싱가폴처럼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법, 이광요의 국정 철학의 비법을 몰랐다. 

제주는 청정 자연인 곶자왈을 파괴(22%)하고 골프장 7개 건설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게 제주 발전이라고 생각했다. 발전 명목으로 곶자왈 속에 중국 노름판을 벌리게 한 어떤 지사는 12년간(1991-2004) 제주 파괴(?)에 앞장 선 것이 아닌가. 그때 지방 언론과 교수들은 입을 닫았고 제주연구원과 공무원은 수족처럼 움직여 ‘제주의 치욕(恥辱)’ 기간이었다. 당시 산업 사회의 초기 진입 단계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다. 특히 1960-2000년대 사이에 이병철의 삼성전자, 정주영의 현대건설과 자동차 사업이 태동기로 제주가 손짓만 했다면 일(誘致)이 쉽게 이뤄졌을 것 이다. 그때, 제주의 앞을 내다보는 걸출한 인물이 없었는가? 있다. 공군 소장 출신의 박충훈 상공부 장관(박종실 씨의 장남, 1919-2001, 일본교토 동지사 상고, 훗날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두 번씩 상공부 장관과 부총리 겸 경제부총리를 지낸 경제통인 박충훈 장관이 제주를 위해 움직였다면 삼성전자나 LG 브렌치 유치나 제주 특성에 맞는 기업 창업이 가능했지 않았을까. 하귀 출신 고광림(1920-1989, 미국 하버드대 박사) 미국 코네티컷주립대 교수도 집안 가족의 하버드 박사가 12명이지만 제주 고향에 큰 흔적이 없다. 하귀리에 고 박사 가족 현양비만 세워 졌다. 김용민(1953~,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는 포항공대 총장(2011-2015)을 지냈다.

골프장 대신 세계적인 특정 Item을 갖는 연구 대학이나 연구소, 반도체 설계소를 곶자왈에 세웠다면 오늘날 제주의 역사는 많이 변했을 터. 섬나라 대만을 보면, 대만(3만6193㎢, 제주의 20배)의 비메모리반도체 TSMC(모리스 창 스텐포드대 전기과 박사가 1987년 창업)가 세계 톱 기업으로 대만을 먹여 살리고 있다. 모리스 창(Morris Chang, 張忠謀, 1931년)은 중화민국의 반도체 엔지니어 겸 기업인이다. 세계 최초의 파운드리 기업인 중화민국의 TSMC를 1987년 창업했고, 전 회장을 역임했다. 중화민국의 반도체산업을 탄생시킨 장본인으로서, 중화민국 첨단산업의 대부, 중화민국 반도체의 아버지로 불린다. 1998년 커먼웰스(Common Wealth) 잡지가 선정한 중화민국의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비즈니스위크의 `아시아의 떠오르는 별' 50인, 97년 비즈니스위크 `올해의 톱경영자 25인' 등에 선정되었다.

만일 제주대학과 경쟁하는 특성 대학을 만들었다면 서로 경쟁하면서 상생이 되어 서로가 발전한다. 그 예가 전남대와 맞먹는 광주과기원, 경북대와 경쟁하는 포항공대가 만들어졌다. 필자는 1990년초 전주삼례-이리-군산의 삼각지대에 테크노벨트를 설계했다. 기억에 남는 선각자는 명륜학원 설립자인 강석범(1917-1979) 전 제주상고 교장이 제주실업전문대를 세웠다. 그에 명함도 ‘제주도 강석범’ 여섯 글자였다. 온갖 기행이 많았다.

김구 판관과 김영관 지사가 그랬듯이 제주는 제주 사람이 먼저다. 유람 오는 관광객은 두 번째다. 강대국인 미국의 트럼프나 바이든 대통령을 보면 알 수 있다. 즉, 미국의 이익이 우선이고, 코로나 백신 주사도 미국인이 먼저다. 앞으로 오는 새천년 제주는 제주도민을 위한 농·생산 제조업과 돌연변이 바이러스균 국제연구소, 전력 특구의 정보통신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유치 등으로 관광 산업에 치우친 산업 구조를 확 바꿔야한다. 감귤 대신 커피나무는 어떤가.  싱가폴의 이광요 총리, 대만의 반도체 TSMC의 모리스 창 박사는 태어난 고향의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건 수구초심(首丘初心)의 본 보기다. 돌(石)-물(水)-균(菌). 제주 천년을 위해서는 사람을 키워야 제주가 산다. 이 글을 김구 판관과 지난 3월에 작고하신 김영관 장군에 올린다.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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