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51) 상식이라는 것이 통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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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어지며 호텔 예약율이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시내 한 특급호텔은 작년 3월부터 현재까지 무급휴업을 강행하며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고 있다. ⓒ제주의소리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직업군과 연령층으로 나누어 단계별 접종이 시작되었고, 이른바 노쇼(No-Show)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예약을 하는 비대상자도 많다.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잠시 있었지만 실제 백신접종이 시작되자 주변은‘기회가 되면 맞아야지’라는 분위기가 대세다. 부작용의 우려에도 백신접종을 서두르는 마음은 한가지 일 것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시국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는 것.

코로나 시국에서도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호텔업을 예로 들면 노동자의 고용과 관련해서 정부는 대량해고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예방하기 위해 사업주에게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한다. 노동자들은 호텔이 휴업 혹은 제한운영에 들어서자 순환휴직, 무급휴가, 휴가소진,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소득감소로 인한 생활불안을 버티고 있다. 다행히 작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호텔사업장은 점차 회복하는 추세이다. 해외로 여행을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혼부부를 비롯한 내국인의 제주도 방문이 늘어났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평년의 80%까지 회복되었다는 소식이다. 특급호텔들의 경우에는 예약률이 평년을 회복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일상을 되찾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시내의 한 특급호텔은 그러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노동자의 생존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제주 로터리에 인접해있는 이 호텔은 오랜 역사가 있는 곳이다. 1982년 관광호텔로 시작하여 카지노를 겸하면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그간 몇 차례의 인수과정이 있었고 현재는 필리핀 자본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작년 코로나19 위기에서 해당 호텔도 3월부터 휴업에 돌입했다. 당시에는 다른 호텔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전면휴업을 하거나 부분휴업을 했다. 규모가 작은 호텔들은 사업을 접기도 했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이 끝나자 호텔은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업’에 동의해줄 것을 요구했다. 작년 9월의 일이었다. 9월에는 3월과 상황이 달랐다. 여름 성수기를 지나면서 관광객이 증가했고 다른 호텔들은 영업중단을 해소하고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무급휴업이 아닌 영업을 재개하는 방법을 호텔 측에 제안했지만 ‘그건 내년에 고민해보자’는 답변이 돌아왔다. 2021년에는 꼭 영업을 재개할 것을 약속하며 무급휴업에 돌입했다. 

2021년 또다시 6개월간의 휴업이 지속되었다. 호텔은 고용유지지원금기간이 끝나는 6월말까지 휴업을 하고 7월 1일부터는 영업을 재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호텔만이라도 운영을 시작하면 되지 않겠냐고 호소했지만 해당 호텔은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휴업수당 감액”을 신청했다. 휴업수당 감액신청의 내용은 올해 연말인 12월 31일까지 회사가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휴업수당을 “0원”으로 해달라는 것이었다. 

현재 도내 특급호텔의 경우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 없다. 해당 호텔을 매일 지나는 사람들도 호텔이 현재 당연히 영업을 하고 있는 줄만 알았다고 했다. 다만, 주변 점포의 상인들은 호텔의 영업이 재개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호텔사업이 중단된 만큼 주변 점포에 들르는 이용객의 수도 줄어든 것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상식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성원들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가치관이다. 코로나위기 시대의 상식은 일상을 되돌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이다. 관광객의 증감여부와는 무관하게 올해까지는 무조건 무급휴업을 하겠다는 호텔의 입장은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비상식적 태도다. 호텔은 사실상 카지노업을 하지 못하니 그보다 소득이 적은 호텔만은 운영하지 않겠다는 이유를 들고있다. 영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는데 영업이익이 작을 것이라는 이유로 200여명에 가까운 호텔노동자를 거리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그리도 어려운가. 

#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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