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77) 천 원의 기적과 행복

어려운 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무슨 거창한 정치적 구호나 비전이 아니라, 따뜻한 위무와 작은 나눔의 실천일 것이다. 출처=픽사베이.
어려운 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무슨 거창한 정치적 구호나 비전이 아니라, 따뜻한 위무와 작은 나눔의 실천일 것이다. 출처=픽사베이.

‘작은 사랑의 씨앗 운동’은 30여 년 전 제주도교육청에서 시작됐다. 직원들이 매월 월급에서 천 원 미만의 자투리 금액을 기부해 불우한 이웃을 돕는 운동이다.

처음엔 교육청 직원들만 참여하던 운동이 산하기관(각급 학교, 사업소)으로 확산하면서 나중엔 적립금이 수 억 원에 이르렀다. 실로 ‘티끌 모아 태산’이요, 이소성대(以小成大)란 말이 실감되는 사례였다.

작은 사랑의 씨앗을 뿌렸더니 매우 큼지막한 열매를 맺는 것이다. 매스컴에서 어려운 이웃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 바로 작사동의 성금이 전달됐는데, 많은 이들이 혜택을 입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나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는 이웃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수혜자들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리라고 여겨진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수많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서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정부에서 일회성으로 이들에게 주는 재난지원금은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금년 초부터 나는 작심해서 식당과 이발관을 나올 때 천 원이나 2천 원을 팁으로 주고 있다. 택시를 타면 잔돈을 받지 않는다. 그게 무슨 대수냐고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팁을 받는 종업원들의 해맑은 미소를 보면서 나도 괜히 덩달아 즐거워진다. 실제로 나는 천 원의 기적과 행복을 여러 번 목도한 바 있다.

만일 대다수 사람이 이 작은 기적에 동참한다면 이 팍팍한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풍요로워질 건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어려운 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무슨 거창한 정치적 구호나 비전이 아니라, 따뜻한 위무와 작은 나눔의 실천일 것이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넌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따뜻해본 적이 있느냐”라고 일갈했던 어느 시인이 떠오른다.

코로나로 인해 파산과 도산의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희망의 선물을 보내고 싶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작은 사랑의 씨앗 운동’을 전개해 어려운 이웃들이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조금만 도와준다면 그들은 넘어졌다가도 다시 힘차게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신은 또 하나의 다른 문을 활짝 열어주실 것이다.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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