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평화재단-제주언론학회 ‘제주4.3을 관통하는 냉전질서와 미디어 정치’ 학술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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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제주4.3평화재단과 사단법인 제주언론학회, 한국지역언론학회는 오후 2시 제주4.3평화공원 평화교육센터 1층 대강당에서 ‘제주4.3을 관통하는 냉전질서와 미디어 정치’를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4.3 73주년을 맞아 과거사에 대한 미디어의 정치적 매개 과정을 통해 신냉전 질서의 재편과 사회구조의 변동을 점검하고, 지역에 반영하는 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제주4.3평화재단과 사단법인 제주언론학회, 한국지역언론학회는 지난 18일 오후 2시 제주4.3평화공원 평화교육센터 1층 대강당에서 ‘제주4.3을 관통하는 냉전질서와 미디어 정치’를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총 3부로 구성된 세미나는 △1부, 분단질서의 구축과 관리, 문화냉전에 포섭된 한국 △2부, 잠들지 않는 반공주의와 집단기억의 정치공학 △3부, 라운드 테이블 등 순서로 진행됐다. 

본격적인 순서 진행에 앞서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4.3의 시발점은 38선에 있다. 1945년 8월 15일은 우리 민족에게 해방이라는 광복을 안겨준 날이자 분단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 민족과 의논 없이 강대국에 의해 그어진 38선은 70여 년이 넘도록 민족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며 “4.3과 냉전의 실체, 그 이면사를 제대로 파악해야 우리나라가 겪은 현대사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낙진 제주언론학회장은 “이번 세미나의 의의는 왜곡된 역사와 잘못된 담론을 학술화 해 바로잡는 데 있다”며 “유가족분들과 4.3연구자들의 저널리즘, 학술 연구 활동 덕분에 지금의 4.3이 있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민일보가 장기 기획 보도한 ‘4.3을 말한다’는 4.3의 진상규명과 법제화에 있어 소중한 자료로 쓰였으며, 한국 언론의 빛나는 성과”라며 “세미나가 4.3의 완전한 해결과 역사적 아픔 치유에 일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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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최낙진 제주언론학회장. ⓒ제주의소리

1부에서는 김성해 대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고 △윤상길 신한대학교 미디어언론학과 부교수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가 주제 발표에 나섰다.

윤 부교수는 ‘1950~60년대 자유대한의 소리 방송 청취자 조사와 아마추어 무선문화의 냉전적 전유’를 주제로 방송 역사의 단면에서 어떻게 미디어가 냉전을 만들어가는 데 참여하게 됐는지 구체적 예를 들어 소개했다.

그는 “냉전이라는 거대한 담론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선택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냉전세계에 참여하게 됐으며, 어떤 방식으로 이용했는가를 이해하고자 이번 주제를 선정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자유대한의 소리 방송은 1953년 8월 이승만 정권의 필요성에 의해 시작된 국제방송, 대외방송이다. 냉전질서 속에서 대외방송의 대공적 성격을 강화하는 명분이자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협조를 받아낼 수 있는 정치적 명분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정상국가로 인정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으며, 문화냉전 전략의 중심축으로 대외방송을 활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송출됐다”며 “당시 자유대한의 소리는 해외청취자에 대한 조사를 수행키도 했는데, 이를 통해 앞서 말한 것들이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체계적인 조사방법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방송전문지에 게재하고 방송을 듣고 보내온 편지를 보여주는 식으로 대외방송의 정책적 정당성을 확보해나갔다는 것이다. 

윤 부교수는 “방송전문지를 통해 해외청취자 조사를 보도하는 등 행위는 하나의 냉전현실을 구성해나가기 위한 과정”이라며 “미국에 대한 방위 공약을 확보하고 반공체제를 추구하기 위해 미디어가 사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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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 김성해 대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윤상길 신한대학교 미디어언론학과 부교수. ⓒ제주의소리

이성민 조교수는 ‘남남갈등의 토대로서 1980년대 보수 종교계열 미디어의 성장’을 주제로 국민일보와 극동방송을 중심으로 냉전 종교 정치의 맥락과 보수 개신교 미디어를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이 조교수는 “1988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에 반발한 보수 교회를 중심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등장했고, 이때부터 한국 개신교계는 신학적 차이가 아닌 보수-진보의 이념을 중심으로 분열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수 개신교계 미디어 지형 변화를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극동방송과 순복음교회계열 국민일보는 민주화 이후 열린 언론 자유의 국면에서 성장과 확장의 기회를 얻었다”며 “특히 1990~2000년대까지 종합일간지와 방송 미디어를 소유, 운영한다는 것은 상당한 힘을 갖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권위주의 정부는 보수 이념으로 연결된 우호적 민간 주체에게 차별적 성장을 허락하는 방식으로 이익의 동맹을 구축했다”며 “집회의 자유가 충분하지 않았던 시기 대규모 전도집회가 허락된 것은 당시 보수 교계가 얻었던 자율성의 공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80년대 언론통폐합에서 종교방송의 규정은 1차적으로 민주화 운동의 중요 기반이었던 기독교방송의 활동을 견제하고 이와 연결해서 저항적 개신교 세력을 억압하려는 목표에서 이뤄진 정책”이라고 했다.

이 조교수는 “보수세력 결집과 진보세력 고립이라는 전략은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신군부까지 이어지는 일관된 종교정치 헤게모니 전략 중 하나”라며 “정권 친화적인 보수 개신교 집단 세력화를 통해 저항적 개신교 세력의 영향력을 희석하려는 노력이 계속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종교, 특히 개신교와 미디어의 관계는 냉전의 자장 안에 형성된 진보-보수의 오랜 갈등의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여전히 더 많은 탐구를 기다리고 있는 주제”라고 마무리했다.

2부는 ‘송두율 간첩 만들기: 보수언론의 적색공포 활용법’을 주제로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최종한 북한대학원대학교 심연북한연구소 연구교수 △김성해 대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가 주제 발표했다. 

이어 이종명 대구가톨릭대학교 프란치스코칼리지 연구교수가 시사정치 유튜브 채널의 제주4.3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제주4.3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 정용복 제주언론학회 학술이사가 1990년대 전후 제주4.3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대항기억 ‘나는 왜 기록했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3부는 라운드 테이블로 △김건일 한국지역언론학회 부회장이 사회를 맡고 △김동만 제주한라대학교 방송영상학과 교수 △양원홍 제주영상문화연구장 △반영관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 연구원 △방희경 서강대학교 연구교수 △황우선 대덕대학교 교양과 교수의 토론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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