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법 시즌2 도민 손으로] ② 특별자치도 15년, 성과와 한계
제주와미래연구원·제주의소리·한라일보 공동 특별기획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15년이다. ‘특별한’ 자치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을까. 제주도민들은 “아니오”라고 말한다. 이제 궤도를 수정해야 할 때가 됐다. 기수를 어디로 돌릴지, 나아가야 할 좌표 찾기는 오롯이 도민들의 몫이다. 제주와미래연구원, 제주의소리, 한라일보가 ‘제주인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주제로 공론의 장을 펼친다. 매주 한 차례 총 11번의 공동 특별기획을 통해 도민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의 내용을 ‘도민 손으로’  직접 채워나간다. [편집자 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한라일보, (사)제주와미래연구원이 마련한 특별기획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두 번째 토론회가 지난 6월15일 ‘제주특별법 15년, 성과와 한계’를 주제로 열렸다.ⓒ제주의소리

'특별하지 않은 특별자치도'. 어느덧 출범 15주년을 맞게 된 제주특별자치도의 위상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표현이다. 번번이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논리에 좌지우지돼 온 제주특별자치도는 한 걸음을 내딛는데도 갖가지 고초를 겪어야 했다.

과연 혹자가 바라보는 것처럼 '제주특별자치도'는 시혜성 국가전략 사업이었던 것일까. 그 특별자치도로 인해 도민들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또 현시점에 이르러 방향을 바로잡기 위해 제기되고 있는 기초자치단체 부활, 시장직선제 도입 등의 제도개선은 영영 요원한 것일까.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한라일보, (사)제주와미래연구원이 마련한 특별기획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두 번째 토론회는 지난 6월 15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제주특별법 15년, 성과와 한계’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는 김태윤 박사(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사회로 정민구 제주도의회 부의장(더불어민주당, 삼도1·2동), 양덕순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강보배 국무조정실 산하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제주청년사회적협동조합 이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 "특별자치도 출범 시 정부와 제주도의 지향점은 달랐다"

패널들은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애초부터 중앙정부와 제주도가 바라보는 특별자치도의 지향점이 거리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제주연구원에 재직하며 관련 실무를 책임졌던 양덕순 교수는 "당시 노무현 정부는 기본적으로 국가균형 발전과 지방분권 선도가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마침 제주에서 '제주형 자치 모형'으로 지역 여건과 특성에 맞는 계층 구조를 한번 만들어 보자는 시도가 있었다"며 "당시 효율적인 행정 체제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던 제주의 계층 구조를 축소해보는 모형에 대해 논의했고, 지방분권 전체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다"고 회고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강력한 지방분권과 제주도민들이 제주만의 지방자치를 모색해 보겠다는 자기혁신의 노력이 결합해 특별자치도가 출범된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특별자치도가 중앙 정부가 제주도 도민들에게 준 시혜적 국가전략 사업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앙정부의 지방분권에 대한 노력과 제주의 강력한 행정권에 대한 추진 의지가 맞물려 나타난 결과"라고 진단했다.

꾸준히 지역사회에서 시민사회 운동을 전개했던 정민구 부의장은 "당시에는 제주특별법이 과연 이게 도민들의 의견이었는가, 도민들과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이뤄지는 법안이었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봤을 때 사안을 순수하게 접근했던 것 같다"며 "특별자치도에 국제자유도시라는 비전이 붙으면서 '행정의 효율성'이 전제가 돼야 했고, 이는 곧 행정체제 개편을 통한 기초자치단체의 무용론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정 부의장은 "주민투표를 통해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됐지만, 모순된 결과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했던 지방분권은 가장 민주적인 지역의 안정을 추가해야 했는데, 오히려 제주도는 풀뿌리단체의 근간인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15년이 지난 이후에 과연 이 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라는 두 가지 상을 도민들이 원했을지, 도민사회에 얼마만큼 공감대가 형성된 속에서 출범했는지, 이에 대한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고 되짚었다.

강보배 위원은 "이미 학창시절 제주가 특별자치도를 갖추고 있던 시점에서 살아왔지만, 특별자치도 출범 후 이뤄진 지방분권에 주민참여가 이뤄지고 있는지,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는지는 모두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은 "제주의 상(像)이 무엇일지에 대한 토론을 나눌 수 있는 장 자체도 제대로 마련된 적이 없었고, 기초의회가 없어진 후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기회가 오히려 축소된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많았다"고 되돌아봤다.

왼쪽부터 양덕순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정민구 제주도의회 부의장, 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강보배 국무조정실 산하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제주의소리

◇ 국제자유도시에 밀린 특별자치도, '지방자치'보다 '지역개발' 치중

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 조성이라는 두 가지 비전이 맞물리며 실상은 '국제자유도시'에만 무게중심이 쏠렸다는 의견도 모였다.

양 교수는 "특별자치도는 크게 두가지 축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지방분권 선도, 또 하나는 국제자유도시 발전"이라며 "6차례의 제도개선을 통해 거의 5천여건에 이르는 사무와 권한이 이양됐지만, 어찌 보면 지역개발적 차원에서의 특별자치도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양된 권한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규제완화 쪽이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는 "행정적인 사항들은 2020년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제주만의 특별한 내용은 거의 다 소멸했다고 볼 수 있다"며 "제주가 외형적 성장을 이뤄낸 것은 사실인 것 같지만, 특별자치도의 주인으로서 얻은 것은 '특별자치도'라는 이름뿐이고 잃은 것은 생활자치, 풀뿌리민주주의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기초자치단체 폐지였다는 자조적인 비판이 있다는 것을 중앙정부는 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국가적인 관점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는 아주 성공한 케이스다.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 영어교육도시를 만들어 일정 부분 국가적 차원에서 기여를 했고, 관광객들이 대거 제주도로 몰려왔고, 세금도 많이 걷히며 제주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관광지가 됐다"면서도 "그러나, 도민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집값이 오르고, 차가 넘쳐나고, 쓰레기가 넘쳐난다. 정화되지 않은 하수가 바다로 넘쳐나고 있다. 경제적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제주도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 사라지니 도민의 삶의 질이 저하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 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국제자유도시가 제주도에 정말로 관광객을 데려온 것이냐라고 하는 부분 자체도 의문"이라며 "따지고 보면 문화적인 변화가 매우 컸다. 당장 제주올레 등으로 대표되는 제주의 가치가 기존의 수도권 중심 문화생활 속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길 원했던 수요를 충족시켰고, 이러한 가치의 변화들이 실질적으로 제주라는 곳을 매력적이게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제자유도시라고 하는 규제 완화가 제주에 정말로 변화를 만들었느냐라고 하면 개인적으로는 체감하지 못하겠다"며 "영어교육도시 얘기도 나왔지만, 도민들은 엄청 소외된 개발이었고, 특구 형태의 개발도 도민들에게는 남아있는 것이 없다. 실질적으로 변화를 이끌었던 관광지라고 할 만한게 있는지 물음표"라고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절대 불가? 중앙정부 형평성 '역논리'

무엇보다 중앙정부의 논리가 특별자치도의 발전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 부의장은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에 행정시 개편에 대한 갈등은 제주도민들의 문제는 아니다. 도민들은 원하고 있지만 이것을 중앙정부가 철저하게 막고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도민들이 행정 용어나 주민자치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지만, 벌써 10년째 '우리끼리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자괴감이 생기고 있다"고 뼈 아픈 평가를 했다.

그는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구성됐고 도민 여론조사를 통해 70% 이상이 행정체제 변경을 원하고 있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행정시장 직선제가 법인격이 없다면 이번 기회에 기초의회 부활까지 한번 가보자는 의견이 계속 대두됐지만, 중앙정부 입장은 특별자치도의 전제가 기초자치단체 폐지였다며 역논리를 폈다"며 "방법상의 문제에 불과한데 이것을 중앙정부가 철저히 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양 교수는 "정부는 특별자치도의 전제 조건이 '기초자치단체 폐지'였다고 인식하고 있어 기초자치단체를 부활시키거나 새로운 형태의 자치 모형에 대한 접근을 수용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것은 특별자치도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 불과하다"며 "특별자치도는 제주 여건과 특성에 맞는 지방자치가 주된 목표였다.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해봤지만, 이 결정이 지역 여건과 특성에 맞지 않다면 새로운 모델을 재조정하는 권한도 우리에게 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은 "특별자치도를 이야기할 때마다 지역 내 다양한 계층의 뜻을 포괄하고 있는지, 지역적 특성이 반영됐는지 폭넓은 합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다시 또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라고 하는 모델로 가야 되느냐, 더 점진적으로 더 다양한 방식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구조는 없나 하는 심도 있는 고민으로 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 위원은 서울시 청년시민회의의 모델을 예시로 들며 "서울에서는 자치구별로 청년들에게 예산을 할당하고 청년들이 직접 결정하도록 했다. 직접민주주의를 좀 더 실천해 보려고 하는 시도들이었다"며 "꼭 청년이 아니어도 좋다. 주민참여예산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올라오는 사업들은 대부분 행정에서 결정하는 사업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혁신적인 모델을 얘기해 보면서 고민하는게 행정도 설득하고 중앙정부도 설득하고 도민도 설득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닐까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한라일보, (사)제주와미래연구원이 마련한 특별기획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두 번째 토론회가 지난 6월15일 ‘제주특별법 15년, 성과와 한계’를 주제로 열렸다.ⓒ제주의소리

◇ "제주도민 결정권 확보 위한 역량 강화해야"

결국 새로운 특별자치도 모델 설정을 위해서는 도민의 자기의사 결정권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제주 스스로 역량을 키워나가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정 부의장은 "시민단체 활동할 때부터 특별자치도에 대한 비판을 많이 했지만, 그렇게 부정적이지는 않다. 어쨌든 제주도도 대한민국의 일원으로서 나름대로 국가에 이바지한 부분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다만, 도민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는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데 부족하지 않느냐, 그 문제가 중앙부처라고 얘기하고는 있지만 우리들의 문제는 없는가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제주도가 더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도민들이 의견을 모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졌으면 좋겠다"며 "학계와 언론계에서 거대 담론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단순히 1~2년 앞을 내다보는 게 아니고 제주도의 미래에 어떠한 상을 만들것인가에 대한 거대담론을 하나씩 형성해서 도민들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조건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양 교수는 "특별자치도를 얘기할 때 자치행정 분야와 지역개발 분야가 혼동돼 있어 이를 분리해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초자치 부활, 읍면 생활자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자치행정 분야에서의 자기결정권 확보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중앙정부가 제주에 권한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지역간의 형평성, 현행 법률의 체계를 흐트러뜨린다는 불신"이라며 "제주도민이 비록 1%지만, 1%가 우리나라를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 특별자치도의 취지다. 도민들이 자치역량 강화에 대한 좀 더 많은 정책적 관심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강 위원은 "자치역량에는 다양한 계층의 이야기들도 담겨야 되고, 지역적 특색과 세대적인 특성들도 담겨야 된다"며 "어떻게 하면 우리 속에서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을지 고민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제주도가 왜 사랑받냐라는 생각을 할 때 제주가 국제자유도시여서, 특별자치도여서가 아니라 다양한 가치와 새로운 미학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양성을 실천해줄 수 있는 특별자치도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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