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평화포럼과 노무현대통령

나는 해방공간에서 제주 모슬포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나는 굉장한 폭음을 들어야 했다. 모슬포 중에서도 웃뜨르에 속하는, 모슬포 축항에서 북쪽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나의 집이 있었다.

어머니는 대낮에 배틀에 앉아 배를 짜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잠을쇠를 채워둔 괘의 문짝이 열릴 정도의 폭음이 일어났다. 연도를 추측컨데 1946년으로 보인다. 모슬포 축항에 일본군들이 무장해재 당하면서 바다로 실어날라 버릴 목적으로 폭탄들이 수집되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고 한다. 소위 신주(구리합금)를 수집할 목적으로 폭탄을 분해하던 한 고물상인이 취급부주의로 뇌관을 건드리는 바람에 산적한 폭탄이 한꺼번에 대폭발하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모슬포항 주변 집벼락은 그 어느 곳도 온전한 곳이 없이 크게 금이 가고 무너지기도 했다.

내가 태어난 집 뒤에는 나의 증조부모님 묘소가 아직도 자리잡고 있다. 어릴 적 하도 궁금해서 할아버지께 몇 차례나 여쭤 봐서 알게 되었지만, 대동아 전쟁(제2차 세계대전) 말엽에 미군들이 공습이 하도 심해서 증조부가 돌아갔는데 모슬봉 기슭까지 운구할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밤중에 몰래 뒷 우영팥에다 장사를 지냈다고 하였다. 

내가 장성하여 대학을 막 졸업한 무렵(1970년)에는 모슬봉 앞에 주둔한 미군공군기지(한국공군 공용)에 무상징발되었던 땅이 국가에 의해서 강제수용되고 말았다. 나의 어머니는 "그냥 군에서 쓰다가 필요없게 되면 밭주인에게 다시 돌려주면 좋겠다"고 하면서 국채로 발행된 보상을 거부했었는데도 국가는 그 보상금을 어떤 기관에 공탁하고는 그냥 강제수용하고 말았다.

그 보상금이라는 것도 당시 공시지가에도 못 미치는, 그리고 10년 상환이란 종이쪽지에 불과했다. 우린 울며 격자 먹기식으로 조상 대대로 물려 오던 귀중한 땅을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영원히 빼앗기고 말았다. 

일제 때 강제징발되었던 알뜨르 모슬포 비행장 부지 땅들도 해방후에도 영영 원주인에게 반환되지 않고 국유화되어 버렸다. 

몇 해전까지만 해도 모슬봉 우리 조상묘에 시제를 하거나 벌초를 하러 가는데도 공군기지 위병소에 들러서 주민등록증을 맡겨 놓아야만 했다. 모슬봉이 <군사보안 지역>이기 때문에 그랬다. 불편하고 불쾌하기 그지 없었다. 

땅만 빼앗긴 것이 아니다, 국가 공권력에 의해서 1948년 <4.3광풍>과 1950년 <한반도 내전> 동안에는 3만이 넘는 제주인들이 무참하게 학살 당했다.  

그런 대사건이 왜 일어났는지를 필자는 10년이 넘도록 끊임없이 조사연구해 오고 있다. 4.3광풍에 의한 대학살은 단순한 대한민국 국군에 의해서 저질러진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섬"에서 좌익 반도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단 한명도 살아 돌아올 수 없도록..." 초토화해 버린 것임을 미정부문서와 대한민국 정부 문서를 통해서 찾아 볼 수 있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제주해군 전략기지> 유치 작전은 대한민국 해군과 국방부를 앞세워 행해지고 있지만, 그 배후는 미군임을 나는 이미 몇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나는 미국 정부문서들을 통해서 <전두환 신군부 독재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 '인준'의 대가로 대한민국 국방부는 미국으로부터 F-16 전투기 36대를 은밀하게 거래한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은 독재정부이든 민주정부이든 상관 없이 저들의 신종 전쟁 장난감만을 사서 같이 놀아주길 바란다. 그게 바로 '미국의 국익우선 주의'요 '세계 패권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방침이다. 

민주화의 대부라고 일컬어지는 김대중 <국민의 정부>의 국방부에서는 이지스 체제를 구비한 함대 1척을 구입했다. 

이제 <참여정부>의 국방부에서는 한반도의 어느 구석에 그 중장비들을 숨겨 둘 곳이 마땅치 않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제주의 앞바당에 갖다 둘 작정이다. 제주도민과의 민주적 합의는 뒷전으로 한 채 너무나도 '비민주적인' 그리고 '독재적 방식'으로 결단을 내리고 통보하는 식으로 전격 작전을 펼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최근 <제주평화 포럼> 참석차 제주를 방문한 직후 제주도 인사들과의 대화에서 묘한 뉴앙스를 남겨 놓고 갔다. "제 의지와 관계없이 행정의 방향이 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가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국방부는 대통령의 통솔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란 말이다. 그렇다 유사시 국군 통제권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리라.

제주도가 <제2의 오끼나와>가 된다. 한 동안은 한국의 <하와이>를 만들겠다고 떠들석했다.  

노 대통령은 <해군전략기지>와 관련한 모두 발언에서 "무장과 평화는 같이 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다지 오래되지도 않은 지정학적 역사적 사건들을 전혀 모르는데서 나온 발상이 아닐까도 싶다. 

나는 1979년 3월 미국으로 '망명'(?) 온 후에 학교 켐퍼스에서 무료로 상영해 주는 <간디>라는 영화를 네 번씩이나 감상했다. 그리고 해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이란 그의 육성을 기숙사 로비에서 수십 번 경청했다.

그 두분이 역설적으로 우리 심금을 울리는 말씀은 '전쟁'과도 같은 불의에 대하여 '비폭력'(=비무장)으로 끝까지 대항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바로 예수의 누가 너의 "왼뺨을 때리거든 오른쪽 뺨도 내놔라"라는 성서의 가르침을 몸소 실행하는 것이었다. 

결국 두 분은 무자비한 '폭력'앞에 자신의 소중한 목숨까지도 내 던졌다. 

제주가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려는 것은 바로 이런 <비폭력 저항>이 근저를 이루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무장으로 싸워서 지켜지는 <평화>는 결코 오래 가지 않으며 진정한 평화가 아니란 것이다. 

진짜 무장을 하려면 이지스 체제를 갖춘 함대나 구축함 또는 잠수함으로는 되지 않는다. 최근 북한의 <벼랑끝 전술>의 한 방안으로써 <핵무장>을 한 것처럼 그것이 가장 경제적(?)이고도 확실한 방안이라고 본다. 

그렇게 된다면 동북아 전체가 무한 군비경쟁에 돌입하리라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게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방부는 "제주해상에서의 유사시에 대비하여..."라고 핑계를 대고 있지만 역사상 제주해상에서 '유사시'가 발생한 적은 일제 말기와 4.3광풍 때  외에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것도 제주도가 일본군에 의해서 최고도의 중무장을 하고 결전을 준비했기 때문에 그렇다. 

미래의 가상의 적이 중국이라면 이지스 체제로는 결코 필적할 수 없는 노릇이다. 왜냐면 저들은 이미 핵보유국이지 않은가. 

저들이 가진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 한 방이면 제주도는 불바다가 된다. 제주도가 무장이 되어 있지 않다면 저들이 제주도를 향해서 그 무지막지한 미사일을 날릴 이유가 없다고 본다. 

<제주해군 전략기지> 건설은 바로 저들의(가상의 적) 가공할 만한 무기의 타킷을 자초하는 격이라고 본다. 바로 평택 미군기지와 제주해군전략 기지가 그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지켜야 할 <평화>는 동북아 여러 민족과 국가들과 더불어 '공존공생'하는 현명한 지혜를 요한다. 저들이 중무장을 하고 제주땅과 바다를 점령한다고 하면 그냥 내어줘도 된다, 영원히 점령할 수는 없으니까. 그 비용은 결사를 요하는 <전쟁>보다는 저렴하다.

<무장>한다는 것은 곳 <긴장>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마치 상대방(적)이 가진 가공할 만한  <햄머>를 무서워하여 나의 머리 위에 커다란 <바위> 덩어리를 이고 살아가는 격이다. 그 무기가 가공할만하면 할수록 나는 더 큰 무거운 바위덩이를 이고 있어야 할 것이다. 

북한을 비롯한 동북아 제국과 <불가침 평화공존 조약>을 맺고 항구적인 <평화> 체계를 외교에 의해서 구축하는 것이 확실한 방안이라고 본다. 대대적인 군비축소만이 우리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최선의 지름길이다. 군비확장은 바로 공멸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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