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오현학원, 학부모운영위서 오현 중·고교 이전계획 공개...명도암 이전 가능성은?

제주시 화북동에 위치한 오현고등학교 전경.

제주 전통의 사학 명문 오현고등학교가 50년 화북동 시대를 마감하고, 한라산 중턱 봉개동 '명도암'으로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학교법인 오현학원은 지난 21일 학교운영위원회를 열고 '오현중.고등학교 이설 계획안'을 공개, 본격적인 학교 이전 추진 계획을 밝혔다.

오현고등학교는 1951년 제주시 오현단 인근에서 개교한 후 1972년 화북동으로 이전해 50년 가까이 제주 중등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학교법인은 현 오현중·고등학교 교사는 1972년 완공돼 50년이 지나면서 낡고 협소해 학생 교육활동에 어려움이 있고,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등 미래교육환경 변화에 대한 공간 구축, 기숙사 확대 운영 및 쾌적한 학습 환경조성, 오현중·고등학교 각 단위학교 분리가 필요하다는 이전 필요성을 이유로 들었다.

학교법인 오현학원이 오현중.고등학교를 2025년까지 제주시 봉개동 명도암마을 라헨느골프장 밑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학교법인 오현학원이 오현중·고등학교를 2025년까지 제주시 봉개동 명도암마을 라헨느골프장 밑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오현중·고 이전 부지로 유력히 검토 중인 곳은 오현학원 소유 수익용 기본재산인 제주시 봉개동 명도암 소재의 약 7만6600㎡(약 2만3200여평) 부지다. 현재 화북동 학교 면적(4만㎡, 1만2000여평)보다 2배 정도 큰 규모다. 법인 측은 2025년까지 오현중고교를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재원확보 계획으로는 현재의 화북동 부지 매각 대금으로 학교 이전을 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제주 신성여중·고가 제주시 이도2동에서 영평동으로 이전할 당시에도 약 500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현중·고교 이전 역시 500~600억원 정도면 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학교법인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20년 전 신성여중·고 이전 당시와 이전 비용을 동일하게 추정한 것을 두고 적절한지 여부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 이전 예정 부지다. 제주4.3평화공원과 라헨느골프장 바로 아래 위치한 곳으로 해발 400m 이상 고지대에 있다.

버스노선도 현재는 단 1개 노선 뿐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선 오현중·고등학생 및 교사들이 통학과 출퇴근 하기에 매우 외진 곳이다.  

학교법인 오현학원은 법정분담금도 몇십년동안 제대로 내지 못하는 부실 학교법인다. 재원확보 방안으로 현 학교부지를 매각, 재정을 마련한다고 하는데 가능성 여부도 문제다.

신성여중·고가 영평동으로 이전할 당시는 2001년이었다. 당시에도 500억원이 소요됐는데 20년이 지난 지금에는 이전비용이 8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재정여건이 어려운 오현학원이 학교이전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서성희 오현학원 이사장은 최근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을 만나 학교이전 계획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이사장은 면담 당시 학교급식실 증개축 관련 예산 40억원을 반납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육감은 학교이전 계획에 대해 듣기만 하고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현중·고교 이전 계획은 이제 시작 단계다. 학부모와 학생의 50% 이상이 이전에 동의해야 하고, 관할 관청인 제주도교육청에 학교이전계획 협의도 진행해야 한다.

현재로선 학교운영위원회와 총동창회에 이전계획에 대해 알린 정도 뿐이다. 총동창회에선 동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오현중·고교 이전에 학교법인으로부터 서류나 신청을 접수받지 못했다"며 "저희도 소문으로 학교이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고 관계자도 "학부모운영위에서 학교 이전계획을 공개했을 뿐,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도 "학교법인에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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