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 공석 ‘경영기획실장’ 도청에 파견 요청...노조 “독립성 포기”

제주문화예술재단 건물 창문에 이승택 이사장의 경영기획실장 파견 요청을 비판하는 문구(노란색 박스)가 붙여있다. 제공=문예재단 노조.
제주문화예술재단 건물 창문에 이승택 이사장의 경영기획실장 파견 요청을 비판하는 문구(노란색 박스)가 붙여있다. 제공=문예재단 노조.

제주문화예술재단(문예재단)이 1년 가까이 공석으로 두던 경영기획실장 자리를 결국 파견 공무원으로 채운다. 2017년 폐지한 공무원 파견을 5년 만에 되살린 셈인데, 이승택 이사장이 강력하게 밀어 붙인 것으로 알려진다. 문예재단 노조는 즉각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포기한 선언”이라고 비판하며 무기한 시위에 나섰다.

제주문예재단은 25일 제주도에 경영기획실장 파견을 정식 요청했다. 경영기획실장 직은 이승택 이사장이 지난해 5월 취임하고 나서부터 구설수의 대상이었다. 그해 8월 ‘1실 10팀’으로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음에도 소식이 들리지 않으면서 ‘공무원 파견’을 염두 한다는 소문이 조직 안팎으로 흘러나왔다.  

박경훈 이사장 재임 시절인 2017년, 문예재단은 17년 동안 유지해온 사무처장(현 경영기획실장) 공무원 파견을 없애기로 도청과 합의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문예재단 노조는 2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최근 들어 다시 관련 규정 개정을 위한 입안예고를 실시하는 등 경영기획실장을 개방형 직위로 공모하기 위해 속도를 내던 시점에서 불거진 공무원 파견 요청은 원칙과 상식을 저버린 이사장의 무능력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만들어만 놓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나서 이제야 공무원을 들이겠다는 이사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경영기획실장은 왜 필요했으며, 누구를 위해 신설한 자리인가”라고 물었다.

노조는 “사무처장직 공무원 파견제 폐지는 당시 타 광역문화재단들에도 재단의 독자성을 담보하는 선진적이고 모범적, 개혁적 사례로 평가받았으며, 제주도에서 실시한 경영평가에서도 주요 성과로 인정받았다”고 피력했다.

특히 파견 요청 과정이 “소통 전무, 절차 무시, 강압 지시”로 이뤄진 졸속 절차였다고 꼬집었다.

문예재단 노조는 28일 오전 출근 시간에 맞춰 경영기획실장 공무원 파견을 취소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제공=문예재단 노조.

노조는 “이사장은 25일 기획홍보팀장에게 제주도에 공무원 파견 요청 공문을 보낼 것을 지시했다. 내부 소통은 물론 단 한 차례의 간부회의도 없이 독단적인 결정”이었다며 “특히 이사장은 최소한의 간부 간 협의가 필요하다며 재고를 요청한 기획홍보실장을 결재 과정에서 배제시킨 후, 입사 1년도 안된 기획홍보팀 직원에게 파견 요청 공문 기안, 발송을 지시했다. 당시 해당 직원은 담당업무가 아님에도 어쩔 수 없이 문서를 기안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후 이사장의 지시대로 조직운영 담당부서인 기획홍보팀장의 결재는 누락된 채,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재무회계팀장, 인사팀장, 이사장의 결재만으로 도청에 공문이 발송됐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민선 7기 막바지, 원희룡 지사 중도 사퇴를 앞두고 이뤄지는 도청 인사 타이밍에 이사장이 돌연 공무원 파견을 요청하고, 제주도가 이를 실행한다면 우리는 원희룡 도정 마지막 인사의 승진잔치를 위한 모종의 거래 증거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를 의심했다.

나아가 “이승택 이사장은 11개월 뒤에 재단과 무관한 자연인이 될 것이지만, 그가 저질러놓은 시대역행적 만행의 결과는 오롯이 남은 직원들의 몫이 된다”며 “자신이 경영하고 책임져야 할 기관의 생명과도 같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이승택 이사장은 자신의 방만·무능 경영을 인정하고, 독단과 졸속으로 얼버무려진 공무원 파견 요청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28일부터 파견 요청 철회가 이뤄질 때까지, 오전 8시부터 9시 출근시간에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이승택 이사장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경영기획실장 파견을 요청한 이유'에 대해 "경영적 판단이다. 세부적으로 여러 가지를 고려해 총괄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독립성-자율성 포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원희룡 도지사의 정치적 처지를 감안한 결정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거기까지 갈 일은 아니다. 재단 내부의 일"이라고 말했다.

[성명서]
공무원 파견 요청은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 포기 선언!!!
이승택 이사장은 경영기획실장
공무원 파견 요청을 철회하라!!
!

우리 노조는 지난 6월 25일, 이승택 이사장이 현재 1년 가까이 공석인 경영기획실장 자리에 공무원을 파견해 줄 것을 제주도에 요청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는 재단 설립 17년 만에 사무처장직 공무원 파견제 폐지를 통해 어렵게 이루어낸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처사이기에, 이승택 이사장은 당장 경영기획실장 공무원 파견 요청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개원 17년 만에 폐지한 공무원 파견제 부활이 웬 말인가?

재단 설립 17년 만인 2017년, 기관의 독립성, 자율성 확보를 위하여 재단은 제주도와 협의 끝에 사무처장직 공무원 파견제 폐지에 합의하고 3본부 체제를 출범시켰다.

이로써 재단은 전문성과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 운영을 위한 경영기반을 마련하였다. 이는 당시 타 광역문화재단들에도 재단의 독자성을 담보하는 선진적이고 모범적, 개혁적 사례로 평가 받았으며, 제주도에서 실시한 경영평가에서도 주요 성과로 인정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현행 공무원 파견 요청 근거가 남아있는 「제주문화예술재단 설립 및 육성 조례」의 개정을 통해 재단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담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 바 있었다. 이런 와중에 경영기획실장 자리에 공무원 파견을 받겠다는 이승택 이사장의 결정은 지극히 시대착오적이며, 기관장으로서의 리더십 결여의 반증이 아닐 수 없다.

공무원 파견 안 한다던 도지사에게, 이사장은 무엇을 위해 일사천리로 파견 요청했는가?

그동안 제주도의 유관기관 공무원 파견은 민선 6기, 7기 동안 계속 문제로 지적되어왔다. 2015년 총무과를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출자‧출연기관에 고위직 파견으로 제주도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제주도는 “기관에서 공무원 파견 요청 공문을 먼저 보내면 그 이후 제주도가 파견을 보내고 있다”라면서도, “유관기관에 관여해 온 게 사실이고, 공무원 파견 명목으로 다른 직원들을 승급시킬 수 있도록 관행적으로 해왔다”라며 “앞으로 자제하겠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원희룡 지사도 2018년 6월, 민선 7기 첫인사에 앞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고위직 공무원들의 출자‧출연기관 파견에 대해서 “4년 전에도 비정상이라고 했는데 그때는 인사 순환을 빨리할 필요가 있었고, 기존 파견된 부분과 형평성 때문에 자르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라면서 “이번에는 도정이 크게 전환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가겠다”라고 하였으며, 특히 “기관 성격에 따라 꼭 파견해달라는 곳도 있지만 엄격하게 누가 봐도 필요한 파견이라고 인정되지 않으면 없애는 게 맞다고 본다”라며, “공무원들의 보직 숨통을 트기 위한 파견은 없애야 한다”라고 강조한 사실이 있다.

이처럼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져가고 있던 공무원 파견제를 소리 소문 없이 재단으로 불러들인 이사장과 이와 관련하여 제주도가 사전협의를 한 것이라면 그 책임의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 

우선 제주도는 이사장의 요청에 부응하여 공무원을 파견한다면, 원희룡 지사가 2018년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누가 봐도 필요한 파견’이라고 인정할 만큼의 그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더욱이 이사장의 공무원 파견 요청 공문 작성 지시 과정은 더욱 큰 문제를 안고 있음을 제주도가 명백히 알아야 할 것이다.

1년 가까이 공석인 경영기획실장, 도대체 왜, 누구를 위해 만들었는가?

작년 5월 말 취임한 이승택 이사장은 외부 전문기관의 종합경영진단 연구가 이미 진행 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8월, 본부 직제를 없애고, 수평 조직으로 개편한다는 명분하에 경영부서를 총괄하는 경영기획실을 신설하는 한편, 사업부서는 본인이 직접 총괄하는 1실 10팀제로 조직을 개편, 직원 약 80%가 이동하는 파행적인 인사를 단행하였다. 그러면서 경영기획실장은 공석으로 두어 당시에도 공무원 파견설이 나돌았으나, 담당부서는 기자의 취재에 경영기획실장을 개방형 직위로 공모할 계획이라고 답하며, 공무원 파견설을 일축하였다.

그러나 이사장이 신설한 경영기획실장은 1년 가까이 공석이었고, 그동안 절차를 무시한 채 개방형 직위 공모를 위한 관련 규정 개정을 부적절하게 추진하는 등 파행을 거듭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다시 관련 규정 개정을 위한 입안예고를 실시하는 등 경영기획실장을 개방형 직위로 공모하기 위해 속도를 내던 시점에서 불거진 공무원 파견 요청은 원칙과 상식을 저버린 이사장의 무능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만들어만 놓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나서 이제야 공무원을 들이겠다는 이사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경영기획실장은 왜 필요했으며, 누구를 위해 신설한 자리인가? 

소통 전무, 절차 무시, 강압 지시로 이루어진 졸속의 공무원 파견요청!

지난 6월 25일 이사장은 기획홍보팀장에게 제주도에 공무원 파견 요청 공문을 보낼 것을 지시하였다. 내부 소통은 물론 단 한 차례의 간부회의도 없이 독단적인 결정이었다.

특히 이사장은 최소한의 간부 간 협의가 필요하다며 재고를 요구한 기획홍보팀장을 결재 과정에서 배제시킨 후, 기획홍보팀의 입사 1년도 채 안된 직원에게 파견 요청 공문 기안, 발송을 지시하였던 것이다. 당시, 해당 직원은 개인적 사유로 이미 조퇴한 상황이었고, 담당업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문서를 기안하였다. 이후 이사장의 지시대로 조직운영 담당부서인 기획홍보팀장의 결재는 누락된 채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재무회계팀장, 인사팀장, 이사장의 결재만으로 도청에 공문이 발송되었던 것이다.

이는 조직의 적법한 의사결정 절차를 철저히 무시한 처사이며,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담당팀장을 배제한 채로, 담당자도 아닌 조퇴한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한 것은, 강압에 의한 부당 업무지시임을 명백히 밝혀둔다.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할 사안에 대해 아무런 내부 소통이나 논의 없이, 절차마저 깡그리 무시하고 4시간 만에 뚝딱 해치워야만 한 이사장의 절실함과 절박함의 정체가 무엇인가? 민선 7기 막바지, 원희룡 지사 중도 사퇴를 앞두고 이루어지는 도청 인사 타이밍에 이사장이 돌연 공무원 파견을 요청하고, 제주도가 이를 실행한다면 우리는 원희룡 도정 마지막 인사의 승진 잔치를 위한 모종의 거래의 증거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승택 이사장은 시대역행적 공무원 파견 요청을 당장 철회하라!

자신이 신설해놓고도 1년 가까이 공석으로 방치한 경영기획실장에 공무원 파견을 요청한 이승택 이사장은 이로써 경영능력의 무능을 대외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재단의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이승택 이사장의 잔여 임기는 11개월이다. 이승택 이사장은 11개월 뒤에 재단과 무관한 자연인이 될 것이지만, 그가 저질러놓은 시대역행적 만행의 결과는 오롯이 남은 우리 직원들의 몫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경영하고 책임져야 할 기관의 생명과도 같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이승택 이사장은 자신의 방만·무능 경영을 인정하고, 독단과 졸속으로 얼버무려진 공무원 파견 요청을 당장 철회하라.

또한 제주도가 이승택 이사장의 공무원 파견 요청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지 우리는 주시할 것이며,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제2항에 근거한 출자 출연기관 재단의 자율적인 운영권을 보장할 것을 주문한다.

2021. 6. 28.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지부
제주문화예술재단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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