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법 시즌2 도민 손으로] ③ 연방제 수준의 특별자치 가능한가?
제주와미래연구원·제주의소리·한라일보 공동 특별기획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15년이다. ‘특별한’ 자치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을까. 제주도민들은 “아니오”라고 말한다. 이제 궤도를 수정해야 할 때가 됐다. 기수를 어디로 돌릴지, 나아가야 할 좌표 찾기는 오롯이 도민들의 몫이다. 제주와미래연구원, 제주의소리, 한라일보가 ‘제주인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주제로 공론의 장을 펼친다. 매주 한 차례 총 11번의 공동 특별기획을 통해 도민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의 내용을 ‘도민 손으로’  직접 채워나간다. [편집자 주]

제주특별자치도란 이름이 붙여진지도 15년이 됐지만, 무엇이 과연 특별한지 체감하는 도민들은 얼마나 될까? 피로감까지 일으키는 현재 제도개선 대신 삶과 직결되는 획기적이고 거대한 변화로서 특별자치를 시도하자는 의견이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한라일보, (사)제주와미래연구원이 마련한 특별기획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세 번째 토론회가 지난 6월22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연방제 수준의 특별자치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는 김태윤 박사(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사회로 오영훈 국회의원(세종제주자치분권균형발전특별위원회 제4기 제주분과위원장), 강창민 제주연구원 연구기획실장, 박건도 제주주민자치연대 참여자치위원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왼쪽부터 김태윤, 박건도, 강창민, 오영훈. ⓒ제주의소리
왼쪽부터 김태윤 박사, 박건도 위원장, 강창민 실장, 오영훈 의원. ⓒ제주의소리

# 와닿지 않는 '특별자치 제주'...답은 대전환

패널들은 제주 안팎에서 바라본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의 입지를 냉정하게 판단했다.

오영훈 의원은 “최근 세종자치시특별법이 제정됐고, 그다음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제주특별자치도의) 법적인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강창민 실장 역시 “2006년도 특별자치도가 출범하고 참여정부 때 상당히 많은 기반을 다진 이후에, 외부 정치적인 환경 요인으로 인해 동력이 상실된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박건도 위원장은 “특별자치도의 영향, 부작용을 가장 오래 맞닥뜨리고 살아가야 할 세대가 바로 청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를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의 장에 청년이 참여하는 기회는 상당히 협소하다”면서 “특별자치 제도의 기존 취지가 과연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현재 특별자치 제도가 제주도민들에게 피부로 느낄만한 변화와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데도 동의했다.

오영훈 의원은 “강정해군기지나 제2공항 같은 사례를 보면 단일 광역행정체제로의 의사 결정 시스템이 오히려 갈등을 격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 게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강창민 실장은 “제주특별자치도 시작은 국제자유도시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그래서 싱가포르나 홍콩을 벤치마킹하자는 목소리가 많이 있었다. 소위 홍가포르(홍콩+싱가포르)를 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제주가 싱가포르, 홍콩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일부 제도개선, 부분 개정에 그치는 변화가 아닌 특별자치의 틀 자체를 바꾸는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제시했다.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세 번째 토론회가 지난 6월22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세 번째 토론회가 지난 6월22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강창민 실장은 “이제 7단계 제도개선을 앞두고 있는데 6단계 제도개선까지 3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 도민들도 마찬가지고 전문가들도 제도개선에 대한 피로도가 상당히 크다고 본다. 획기적으로 특별자치 제도 전부를 변화시켜보자는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박건도 위원장 역시 “15년간 살아오면서 청년과 도민들의 삶의 질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불안정한 일자리들이 제주에서 공급되고 있다”면서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쓰레기, 오·폐수 등 환경 문제 뿐만 아니라 도민들의 삶의 질 악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법률을 일부 조금씩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전환의 기회를 가져가야 된다”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오영훈 의원은 “제주특별법을 전부 개정해야 한다는 방향은 맞지만, 도지사로 인한 행정공백 사태가 예상되고 있어 문제”라고 꼽았다. 전부 개정은 의원 입법이 아닌 도지사가 도의회 동의를 얻어 정부에 제출하는 정부입법으로 진행돼야 타당한데 원희룡 지사의 대권 도전으로 인해 공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대전환 급의 사고를 바탕으로 “행정시장 직선제 같은 정도가 아닌 자기 결정권 강화에 걸맞게 행정계층 구조 문제까지 논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 구호보다는 실리...제주도 지원위원회 상설화 필요

‘연방제 수준의 특별자치’라는 목표에 대해서는 패널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보다 실질적이고 체감 가능한 접근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영훈 의원은 “연방제 수준의 자치 이야기에 앞서 도민 삶의 수준을 어떻게 끌어 올릴까? 최소한 전국평균 소득 수준은 어떻게 달성할까? 이런 고민이 먼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좀 더 현실에 맞는 단어를 쓰고 특별자치 과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윤 박사는 렌터카 총량제, 환경보전기여금 등 제주도가 공들여 추진한 제도개선 과제들이 줄줄이 좌절된 경우를 들며 그 이유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강창민 실장은 “아직 중앙정부의 관료들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중앙부처와 관료들의 보수적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에 상당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외부적인 요인을 들었다.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세 번째 토론회가 지난 6월22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세 번째 토론회가 지난 6월22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오영훈 의원은 “법 테두리에 없는 것을 가지고 계속 고민하면, 현행 법률 안에서 할 수 있는 진흥책은 제대로 고민하지 못한다”며 실사구시적인 공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제주도 지원위원회 상설화에 동의하면서 ‘지원위원회 산하 사무국 신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태윤 박사는 “정말 많은 권한을 갖고 오더라도 우리가 준비돼 있지 않고 맞춤형 정책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은 공염불로 그칠 수 있다”며 “제주도민 스스로가 선택하고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도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전면 개정안을 준비하고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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