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완화시기 엇박자 행정명령, '풍선효과'로 삼양-이호해변 등 인파 북적

 

제주시 탑동광장에 대한 일시 폐쇄 행정명령이 발동한 30일 늦은 밤. 평소라면 여름 밤바다를 만끽하기 위해 몰려들었을 인파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야간시간 탑동광장 방파제 산책로 노상에서의 술자리 등 각종 모임으로 방역에 골머리를 앓았던 제주시가 탑동광장에 대한 일시 폐쇄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때늦은 뒷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물망 설치를 통해 30일부터 폐쇄된 제주시 탑동광장과 탑동 방파제 산책로.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방침에 따라 오후 10시 이후 유흥주점을 비롯한 식당·카페 등의 영업이 금지되자 갈 곳을 잃은 이들은 탑동 해변을 찾곤 했다.

이 과정에서 마스크 미착용은 서로 다른 일행들이 거리두기와 관계없이 다닥다닥 붙어 앉는 것은 물론 5인 이상 모임 금지 방역지침이 깨지는 사례도 다반사였다.

이에 제주시는 광장 내 시민들이 머물던 곳마다 음주·취식 방지용 분리 시설물을 설치했다. 높이 1.5m, 길이 1.38km의 그물망은 탑동광장과 탑동 방파제 산책로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며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인위적으로나마 거리두기는 비교적 잘 지켜지게 된 셈이다.

탑동광장이 폐쇄되자 일부 사람들은 탑동 해변공연장과 라마다호텔 인근 방파제 등 탑동광장과 매우 가까운 곳에서 자리를 잡고 술을 마시고 있다. 
탑동광장이 폐쇄된 30일 사람들로 북적이는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탑동에서 자주 산책을 즐긴다는 40대 A씨는 “탑동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는데, 그물망을 설치해 폐쇄하니 사람이 급격히 줄었다”며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탑동에서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셨던 것을 생각하면 탑동을 폐쇄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또 술을 마시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A씨 우려처럼 비슷한 시간 조금만 눈을 바깥으로 돌리면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탑동방파제를 따라 서쪽으로 걷다보니 자취를 감췄던 시민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두기로 불리는 방파제에 이르러서는 몇몇 무리가 자리를 잡은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해변공연장 주변도 마찬가지였다. 탑동광장과는 직선거리로 불과 수십미터에 불과한 이곳에도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자리를 갖고 있었다. 

탑동광장 동쪽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출입금지 시설물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 이르자 4인 이상 모임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도 목격됐다. 종전처럼 탑동 광장에 머물렀을 때는 단속요원에 의해 제지라도 받았어야 할 현장이 오히려 감시망에서 벗어난 결과를 빚었다.

어떤 현상이나 문제를 억제할 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상황을 일컫는 일명 '풍선효과'가 그대로 발현된 모습이었다.

7명의 일행이 30일 늦은 밤, 제주시 삼양해수욕장 해변을 산책하고 있다.  
삼양해수욕장 산책로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도심지와 가까운 해변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제주시 삼양동 삼양해수욕장과 해안가를 따라 조성된 야간경관시설에는 공간을 비집고 시민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있었다.

삼양해수욕장에서는 어린 아이를 포함해 7명 정도가 무리지어 해안가를 함께 산책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산책로에 텐트를 쳐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들도 상당했다. 

삼양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B(36)씨는 "초저녁보다 밤 시간에, 선선한 날보다 무더운 날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곤 한다"며 "대부분 방역수칙을 지키지만, 5명을 넘어 7~8명씩 무리지어 앉거나, 쓰레기를 내버려두고 가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 이호동 이호테우해수욕장의 경우도 비치는 조명에 의지해 해변 곳곳에서 술자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해변 내에서는 거리두기가 비교적 잘 지켜졌지만, 호안 인근의 밀집도는 보다 빽빽했고, 경우에 따라 방역지침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삼양해수욕장 동측 해안도로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많은 사람들. 이곳도 음주 취사 행위 등이 금지된 곳이지만 아랑곳 없는 모습이다. 
삼양해수욕장 동측 해안도로 방파제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탑동 광장 폐쇄가 다소 무색한 모습이었다. 애초에 광장을 폐쇄시킨 것 부터가 실효가 없는 '탁상공론' 조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 방역당국은 개편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에 따라 바로 내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존 2단계에서 1단계로 하향 조치한다. 굳이 광장을 폐쇄할 것 없이 식당·주점 등에서의 모임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30일 기준 최근 일주일간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4.3명으로, 거리두기 완화 1단계에 부합한 수치다.  제주시가 광장 폐쇄 결정을 내렸던 지난 23일에도 코로나19 확산세는 확연히 꺾이는 분위기였다. 한 주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3.86명으로 떨어졌고, 22일에는 약 두 달여만에 확진자가 0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방역당국이 거리두기를 완화시킨 때, 제주시 당국은 광장을 폐쇄시키는 '엇박자'를 냈다. 광장에 모여드는 인파가 방역에 위험하다고 인식했다면 코로나 확산 기세가 가장 매서웠던 지난달에, 그보다 앞서 지난해 여름에라도 폐쇄 조치가 이뤄졌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철저한 방역이 무엇보다 우선시되고 있지만 광장 폐쇄라는 전례 없는 강수를 둔 제주시의 결정이 등 떠밀려 내려진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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