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 전국 확대-하]기초자치단체 단위 자치경찰 구성 장기적 과제

2021년 7월1일 전국 각 시·도에 자치경찰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2006년 7월1일 전국 최초·유일의 자치경찰이 제주에서 시작된 지 15년 만이다. 하지만, 제주는 전국 ‘유일’의 타이틀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두 차례에 걸쳐 제주 자치경찰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전국 유일·최초로 제주에서 시작된 자치경찰 제도가 지난 1일자로 전국으로 확대 도입됐다. 각 시도지사 직속으로 자치경찰위원회가 꾸려져 국가경찰 자치사무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갖추게 됐다.

제주도 자치경찰위원회는 8차례 회의를 열어 운영 규정과 실무협의회 운영 세칙 등 총 28건(보고 18건, 심의․의결10건)을 처리했다. 

자치경찰위원회는 향후 3년간의 비전을 ‘언제 어디서나 도민과 함께 하는 제주 자치경찰’로 정했다. 올해는 ‘도민과 소통하는 제주형 공감 치안행정’을 목표로 ‘휴가철 종합치안 활동, 휴가철 안심 제주 4(four) YOU’를 제1호 시책으로 세웠다.   

제주시 영평동에 위치한 제주도 자치경찰위원회.
제주시 영평동에 위치한 제주도 자치경찰위원회.

 우여곡절 끝 출범 자치경찰위와 실무협의회 

올해 3월25일 제주도의회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사무 및 자치경찰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조례(자치경찰 조례)’가 재석의원 37명 중 찬성 32표, 반대 2표, 기권 3표로 가결됐다.

자치경찰 조례 심사 전부터 제주경찰청 직장협의회는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을 잇따라 가졌다. 관련 법상 경찰은 노조를 설립할 수 없는데, 경찰 조직에서 직장협의회는 노조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자치경찰 조례(안) 제2조 2항 자치사무를 조정할 때 제주도지사나 제주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라고 명시됐는데, 국가경찰은 ‘들어야 한다’로 수정을 요구했고, 제주도청 대신 협의에 나선 자치경찰은 ‘들을 수 있다’라는 조항으로도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결국 조례는 도의회에서 ‘청취해야 한다’로 바꿔 의결됐다. 

조례 제정 이후 국가경찰은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추후 구성되는 실무협의회에 부기관장과 실·국장급이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자치경찰이 아닌 제주도와 직접적으로 협의하겠다는 의미다. 

실무협의회는 자치경찰 제도 전면 시행 이틀을 앞둔 6월29일에야 발령됐다. 

국가경찰은 특정 사안에 대해 제주청 차장(경무관)을 실무협의회 공동위원장으로 선임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거절당했다. 실무협의회는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겸 사무국장을 위원장으로 둬 각 기관 ‘과장급’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기관간 ‘힘겨루기’ 치열...갈등 불씨 여전

사무국 구성을 두고 기관간 신경전은 끝까지 이어졌다.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은 정무직 2명(위원장, 사무국장), 국가경찰 3명(총경·경정·경위), 지방직 15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자치경찰 제도 전면 도입에 따라 최근 사무국의 업무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무국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모 기관이 사무관(5급) 급 직원을 파견하고 싶다는 의견을 자치경찰위원회에 전달했으며, 이를 두고 기관끼리 수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직급의 직원을 파견하느냐에 따라 각 기관의 인사이동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자치경찰위원회는 각 시·도지사 직속 기관이다. 예를 들어 자치경찰 조례에 제주도교육청 소속 5급 공무원을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에 파견해야 한다고 명시되면 도교육청 입장에서는 6급 직원 1명을 5급으로 새롭게 승진시킬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기관간의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국가’와 ‘자치’ 업무분장 갈등 치안공백 없어야

일반 국민에게 ‘국가’와 ‘자치’ 등 경찰의 소속은 중요하지 않다. 치안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112’로 신고했을 때 국가경찰이든 자치경찰이든 최대한 빨리 현장출동해 해결해주길 바랄 뿐이다. 

기관간의 신경전으로, 애매한 업무분장으로 인해 치안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은 일반 국민으로서 최악의 상황이다. 이런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다. 실제 사례가 있다. 

2018년 12월9일 제주시 구좌읍에서 자치경찰이 신호를 위반한 스타렉스 차량을 적발했다. 이 과정에서 자치경찰은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 A씨가 무면허로 운전한 것으로 보고 국가경찰에 연락했다. 

관련 법상 당시 자치경찰은 음주운전 단속 권한만 갖고, 무면허 운전자에 대한 수사나 단속권한이 없었다. 현장에 도착한 국가경찰이 자치경찰로부터 인계받는 사이 A씨는 현장에서 달아났다. 당시 국가경찰 B씨는 순찰차 안에 앉아 있었다. 

직무태만으로 징계를 받은 B씨는 징계에 불복해 소송까지 제기했다. 소송에서 B씨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간 업무분장 문제라고 항변했다. 

국가경찰이 자치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나 업무감독권이 없어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재판부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이와 관련해 제주국제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고헌환 교수는 ‘자치’의 단어를 되새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 교수는 “자치경찰은 풀뿌리 민주주의처럼 주민들과 밀접해야 한다.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일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자치경찰이 주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 자치경찰위원회는 경찰과 행정 등 공무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주민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초 자치경찰 제도는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도입이 추진됐다. 제주에서도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나뉘었다가 광역단위로 통합됐다. 진정한 자치경찰 제도 운영을 위해서는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자치경찰이 구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현 자치경찰 제도가 풀뿌리 민주주의처럼 나아가기 위해서 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과 각 자치경찰단장 모두 주민들이 직접 선출할 수 있는 모델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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