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간 오이, 연극 ‘일곱 개의 단추’ 2~4일 공연

한때 고통과 비극의 대상으로 숨겼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존엄하고 고귀한 존재로 그린 연극이 제주에서 열린다.

제주 극단 ‘예술공간 오이’는 2일부터 4일까지 제주도 설문대여성문화센터 공연장에서 창작 연극 ‘일곱 개의 단추’를 공연한다고 밝혔다. 작·연출 전혁준이다.

오이는 이 작품에 대해 “위안부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무관심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결국 인간의 존엄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한 할머니(배우 김수민)가 지나가던 사람을 아무 이유 없이 돌로 내려쳤다. 사건은 ‘묻지마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보도가 되고 큰 이슈가 된다. 심지어 할머니는 치매 말기였고 주민등록도 되어 있지 않은 무적자였다.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진술을 통해 할머니가 의자에 집착했다는 사실만을 겨우 알아낸다. 변호사는 상담을 통해 할머니에 대해 알아보고자 상담사를 부른다. 그렇게 할머니의 입을 통해 할머니의 이름과 과거가 드러나는데….

전혁준 작가 겸 연출은 제45신요대(해상 카미카제)에 소속됐던 요카렌 병사들이 제주 위안소를 출입했다는 논문 자료에 소재를 얻었다.

그는 “제주에서 활동하는 작가로서 지척에 ‘위안소’가 있었고 그 사실이 긴 시간 동안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은 충격이었다. 제주는 이미 4.3이라는 큰 아픔이 있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고 제작 취지를 밝혔다.

연극 '일곱 개의 단추' 공연 장면. 사진=텀블벅.
연극 '일곱 개의 단추' 공연 장면. 사진=텀블벅.
연극 '일곱 개의 단추' 공연 장면. 사진=텀블벅.
연극 '일곱 개의 단추' 공연 장면. 사진=텀블벅.
연극 '일곱 개의 단추' 공연 장면. 사진=텀블벅.
연극 '일곱 개의 단추' 공연 장면. 사진=텀블벅.

이 작품은 올해 대한민국연극제 제주예선전에 출품해 우수상(2등상), 연출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한 차례 공연으로 끝내기엔 아쉽다는 의견이 많아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비를 공개 모집했다. 목표 금액 700만원을 설정하고 2주간 모집한 결과 113명이 목표치를 뛰어넘는 806만원(115%)을 후원했다. 애초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인해 공연 매 회당 80석으로 제한했지만, 200석으로 늘어나면서 보다 많은 관객들이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일곱 개의 단추’는 자극적인 장면이나 비애 일변도의 감정 대신 “우리는 스스로 존엄하다”라고 외치는 당당한 위안부 여성들을 통해 역사를 기억하게 만든다.

전혁준 작가 겸 연출은 “작품을 만들면서 전쟁의 참혹함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이 칠흑 같은 어둠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경계선에 서 있는 본인을 마주하게 됐다. 이 작품이 경계선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나갈 수 있는 무언가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소개했다.

출연진은 김수민, 홍서해, 채려나, 김소여, 한정임, 홍수지, 김지은, 남석민, 김경미, 강영지, 이상철, 이진혁, 부지원, 고승유, 오현수, 오상운이다.

조연출 겸 작곡은 고승유, 기획은 오상운, 전하얀, 고승유, 박병성, 박민수, 이휘연, 김지은이다. 무대감독은 전하얀, 조명감독은 박민수, 음악감독 겸 작곡은 오종협, 조명은 박병성, 음향은 이휘연, 무대디자인은 노현정, 의상과 소품은 문혜림이 담당한다.

관람 시간은 2일 오후 8시, 3일과 4일은 각각 오후 3시와 7시다. 관람료는 전석 2만5000원이다. 예매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544679 )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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