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원희룡 도정 마지막 정기인사, 직무대리 국장 양산-승진 배척 잡음

[기사수정-7월 2일 15:00]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마지막 정기인사는 조직 안정화에 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권 도전으로 인한 도백의 빈자리를 행정조직 차원에서 메우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고위직 인사에서는 무더기 직무대리 국장을 양산하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했고, 비서실장 출신을 서귀포부시장 영전하는 등 측근도 챙겨줬다. 게다가 6급 이하 인사의 경우 일선 방역업무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곱지 않은 평가도 양립했다. 인사불만에 따른 초유의 음독 소동도 오점으로 남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일자로 단행되는 '2021년 하반기 제주도 정기인사'를 발표했다.

원 지사는 1일 특별자치도 출범 15주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번 인사 기조에 대해 "임기 4년차 인사는 도정의 연속성과 벌여놓은 일의 결실을 맺기 위한 것으로,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업무의 연속성과 그동안 진행되는 사업, 성과를 마무리하기 위한 점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실제 도지사와 정무부지사의 공백, 신임 행정부지사의 업무 적응 과정에서 사실상 도정의 축이 돼야 할 허법률 기획조정실장과 양제윤 정책기획관 등은 현 자리를 지켰다.

명예퇴임, 공로연수 등으로 공석이 되는 국장 직에는 주무부서 과장을 직위 승진하는 방식으로 조직 안정화를 꾀했다.

명퇴하는 특별자치행정국장에는 윤진남(60.서기관) 자치행정과장을, 전임자의 공로연수로 자리가 비게 된 관광국장에는 김승배(59.서기관) 관광정책과장을 각각 직무대리로 임명했다. 마찬가지로 명퇴를 앞둔 교통항공국장에는 김재철(59.서기관) 건축지적과장을 임명했다.

문제는 윤진남 국장의 경우 1962년생으로 6개월이면 공로연수를 떠난다. 전임 송종식 국장 역시 지난해 8월 국장을 달고 1년만에 떠났다. 자치행정국장이 2년새 3명이 바뀌게 되면서 조직안정이란 말이 무색하게 됐다. 

국장 승진 연한인 만 3년을 채우지 못해 2년6개월에서 2년을 채운 서기관 과장들의 직위 승진은 예견된 현상이다. 1961년생들이 대거 공로연수를 떠난 구조적 문제로 풀이된다.

승진 연한이 1년이 남은 한웅(59.서기관) 서귀포시 부시장의 임명도 예상 범주 안에 있었다. 도지사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최측근으로 활동하다가 일선의 요직으로 영전한 것은 김태엽 서귀포시장의 사례와도 겹친다.

원희룡 도정에서 비서실장 출신들은 다 승진연한을 채우지 못해도 국장을 달았다. 이번에도 측근 챙기기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예년에 비해 인사가 빠르게 단행되면서 오는 8월이면 근무연한 3년을 채우게 되는 고춘화 문화체육국장, 최명동 일자리경제통상국장 직무대리 서기관들도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허문정 공항확충지원단장과 장문봉 감사위원회 사무국장의 경우 승진연한 3년을 한달 앞둔 상황에서 직대로 승진했다.

근평 1순위자가 승진 인사에서 배척되는 사례로 인한 잡음도 발생했다.

서귀포시에서는 코로나19 방역 업무를 맡고 있는 근평 1순위자가 승진을 하지 못해 현장의 사기가 저하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지난 1일 오후에는 승진에 탈락한 5급 사무관 A씨가 국장실을 방문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음독 소동을 벌여 모 종합병원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했다. A씨는 1970년대생 후배에게 승진이 밀리자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부서 인사의 경우 방역 현장 인력 확충과 노동조건 개선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업무 근무자들이 불합리한 업무분장, 직원간 차별적 대우, 불공정한 성과 평과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공무원노조는 이번 인사에 대해 "여지없이 특정 학연 및 세력이 주요 부서를 독점하고 승진하는 등 인맥 챙기기 인사로 그동안 그릇된 인사 관행이 최고점을 찍었다"고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2일 정기인사 관련 논평을 통해 "그동안 제주공직 사회에 반드시 없어져야 할 잘못된 인사 관행으로 △공정하지 못한 근무성적 평정 △기회의 균등을 저해하는 회전문 인사 △공평한 순환근무 미 이행 △외부수혈 개방 인사로 포장된 선거 공신 챙기기 △하위직 공직자의 인사 고충 상담 대화 채널 부재 등을 지적했지만, 잘못된 인사관행이 반복됐다"고 평했다.

인사는 공정한 평가와 동등한 경쟁을 통한 차별 없는 승진의 기회가 보장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권 도전에 나서면서 마직막 단행한 원희룡 표 인사가 양질의 대민 행정 서비스와 공직사회 개혁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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