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주도개발공사 직원 6명 경찰 고소...'눈 가리고 아웅' 감사결과 구설

 

5일 오전 긴급 브리핑을 갖고 삼다수 횡령 의혹 감사결과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 김정학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5일 오전 긴급 브리핑을 갖고 삼다수 횡령 의혹 감사결과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 김정학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제주의소리]가 지난 6월 28일 단독 보도한 [“빼돌린 제주삼다수 뒷주머니로?”...道개발공사 ‘내부 횡령 의혹’ 얼룩] 기사와 관련 제주삼다수 무단반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지만, 내부혁신·기강확립을 천명한 제주도개발공사의 자체 감사 결과에는 사태 축소 의혹이 뒤따르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5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청 삼다홀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내부 직원 6명을 업무상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공사 내부 제보를 통해 수면위로 떠오른 이 사안은 삼다수 물량을 생산라인 뒤로 빼돌렸다는 의혹에서 불거졌다.

혐의가 드러난 직원은 총 6명으로, 생산팀 3명, 물류팀 1명, 설비자재팀 1명, 사회공헌팀 1명 등으로 분류했다. 최초 직위해제 조치된 가담자는 4명이었지만 감사 과정에서 6명까지 늘었다. 이들 중에는 중간관리직을 맡고 있는 과장급 직원도 포함됐다.

사안을 인지한 개발공사는 1차적으로 실시한 자체 감사 결과 현재까지 적발된 횡령 건은 올해 총 3건에 12팰릿(Pallet·파레트)으로, 단위를 환산하면 1152팩에 6912병이라고 설명했다. 금액으로는 소비자가 기준 400만원 상당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다만, 확인된 횡령이 3건에 그치고 잠정 피해액이 400만원에 불과했다는 개발공사의 감사 결과는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 같은 횡령이 수 년에 걸쳐 발생했다는 문제제기가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의 관계자 A씨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사장의 입장도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내부 직원들은 거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감추려고 해도 감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CCTV가 있어도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일인데, 이미 오래 전 일들은 영상도 남아있지 않아 물증 자체를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감사팀도 횡령 건수는 커녕 빼돌린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더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감사 과정에서도 관행적으로 이어진 시스템 상의 문제를 직접 증언한 직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개발공사 임원 출신 모 인사도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이전부터 (무단반출과)관련된 얘기가 돌아서 개선을 요구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오늘 발표는 1차 감사 결과일 뿐, 추후 추가적인 감사가 진행되고 사정기관에 의한 수사가 진행되면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예방대책을 마련해 즉각적으로 시행하는 한편, 조직 내부 혁신과 기강 확립을 통해 향후 이와 같은 사례가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경찰에 고소된 횡령 건이 3건에 관련자도 6명에 불과해 내부 문제를 뿌리 뽑는데는 다소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뒤따른다.

개발공사 측은 사태가 커지지 않도록 뒤수습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김 사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다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지 않겠냐는 질문에 "가장 우려하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삼다수 점유율이 38%대까지 떨어졌는데, 임직원 917명이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노력해서 42%대까지 올려놨다"며 "이런 부분이 회사의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어 "기자들도 회사의 의지를 믿어주시고 회사가 철저히 조사하고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니 결과를 보시고 말씀해달라"며 "제주개발공사는 일개인의 회사가 아니지 않나. 제주도민의 기업이고 제주 사람이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부의 말이었지만, 시종 언성은 높았다.

또 이날 오전 관련 혐의가 적힌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했다는 김 사장은 기자회견 과정에서 거듭된 질문에도 '횡령'이라는 용어 대신 '무단반출'이라는 용어를 대체 사용했다. '횡령'은 공금을 불법으로 차지해 갖는 것을 뜻하는 반면, '무단반출'은 단순히 허가를 받지 않고 반출을 했다는 의미로 단어의 무게 자체가 다르다.

지난달 문제가 불거질 당시 활발하게 오갔던 개발공사 내부 문제제기도 공론화 된 이후에는 다소 시들해진 상황이다. 

당장 청렴도 등급이 떨어질 경우 직원 성과금이 삭감될 수 있고, 가뜩이나 경쟁이 심화된 먹는샘물 시장의 독점적 지위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삼다수는 하루 200만병 이상, 연 8억병이 생산된다. 추호도 이런 일이 쉽게 발생되는 시스템이 아니다"라며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를 했다. 앞으로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계속 의혹을 제기하면 회사 이미지만 나빠지고 도민 기업인 개발공사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