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선거구획정 의견수렴 토론회, 선거구통폐합-교육의원·비례대표 조정 등 대립

7일 제주 선거구획정위원회 도민 의견 수렴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고대로 한라일보 정치부장, 양영일 제주도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 수석부회장, 이병진 한라초등학교 교감, 고홍철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장, 민기 제주대 교수, 이상봉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 장봉길 제주시이장협의회 회장,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

내년 6월 실시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뜨거운 감자'가 된 선거구 획정 방안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참가자들은 제주도의원 정수 확대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정수 확대가 불가능할 시 대안에 대해서는 선거구 통폐합, 교육의원 폐지, 비례대표 정수 조정 등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을 달리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고홍철)는 7일 오후 4시 제주도농어업인회관 대강당에서 내년 실시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적용할 도의원 선거구 획정에 반영할 도민 의견 수렴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선거구 획정에 대한 각 계 전문가의 의견과 도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민기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도의원 선거구 획정 쟁점과 도의원 정수 산정의 합리성'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토론 패널로는 고대로 한라일보 정치부장, 양영일 제주도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 수석부회장, 이병진 한라초등학교 교감, 이상봉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 장봉길 제주시이장협의회 회장,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고홍철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그 꽃을 보호하고 감싸는 울타리가 선거구획정위의 소임이지만, 민주적 권리 증진 차원에서 굉장히 많은 고민이 있다"며 "일반적인 법령이나 법규로 선거구를 나누는 것 보다는, 상대적으로 왜소해진 지역 유권자들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해법을 함께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민기 교수 "특별자치도 취지 잃은 의원 정수...증원 매우 필요"

민기 교수는 인구 증가에 따른 도의원 정수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의 상황과 비교하며 도민의 정치적 대표성이 크게 축소되고, 지방자치의 민주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민 교수는 "2014년 지방선거 이후 현재까지 제주 사회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도내 전체 인구의 급격한 증가이며, 또 다른 하나는 도내 특정 지역으로의 인구 증가로 인한 지역 선거구 간의 인구편차가 커지고 있는 점"이라고 짚었다.

실제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선거구 획정 기준이 된 2005년 제주도민은 55만7569명이었으나, 2020년 12월 31일 기준 주민등록 인구는 67만4635명으로 21% 증가했다.

이를 의원 정수로 환산하면 2006년 도의원 정수 41명의 경우 1인당 도민 1만3220명을 대표한 반면, 2020년 12월 말에는 도의원 정수 43명이 도민 1만5581명을 대표하게 돼 정치적 대표성이 17.9%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민 교수는 "인구의 급격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영하지 않고 도의원 정수를 43인 이내로 한정했을 경우 민주성과 효율성 모두 후퇴하게 될 것"이라며 "도민의 정치적 과소 대표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의원 적정 정수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 교수는 "2006년 지방의회 의원 정수를 41명으로 결정하는데 있어 기준은 전국 지방자치단체보다 과다하게 대표됐던 제주도의 지방의회 의원 정수를 전국 평균과 유사하게 책정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었다"며 "당시 적용했던 도의원 산정 근거인 1인당 전국평균주민수를 기준으로 산정할 경우, 2020년 제주도의원 정수는 48명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도의회 의원 정수 확대는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4660건의 중앙권한의 제주이양 및 특례 제도로 권한이 막강해진 집행기관을 견제하고, 타 시도에 비해 약화된 도민 대표성과 민주성을 강화하는데 매우 필요한 사안"이라고 조언했다.

민 교수는 "일반적으로 지방의회 의원 정수의 증원은 보통교부세 산정시 '일반행정비' 증액 요인이 되기 떄문에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의원 정수 증원을 반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는 특별법에 의해 보통교부세를 법정률로 교부받고 있기 때문에 도의회 의원 정수의 증원이 보통교부세 산정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나 정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도의회 의원 정수 확대는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의 의원정수 확대보다 용이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기 제주대 교수가 '도의원 선거구 획정 쟁점과 도의원 정수 산정의 합리성'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의원 정수 증원' 공감대..."특별법 개정해 도 조례로 정해야"

토론 패널들도 대부분 의원 정수 증원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이상봉 위원장은 "제주특별법 1조에는 제주의 지역적·역사적 인문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을 기반한 고도의 자치권이 실현되는 특별자치도를 보장한다고 돼있다"며 "인구수만을 갖고 (선거구를 나눌 시)제주의 다양성과 인문·지리적 자원들이 잘 반영될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결국 각각의 마을을 대표하고 대변할 사람이 필요하다. 기초의회가 없는 상황에서 각 마을마다의 의견이 잘 반영돼야 한다"며 "제주특별법 36조 도의원 정수를 '43명 이내'라고 특정짓는 것 보다는 법을 개정해 의원 정수를 도 조례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민정서 상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분들도 많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정치적인 체감도가 낮은 것도 현실"이라며 "법을 개정하면 중앙정부에서 시혜를 베푸는 식으로 갈 이유도 없다. 특별자치도 출범 취지에 맞게 중앙정부가 잘 협조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장봉길 협의회장은 "제주특별자치도의 특별함은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 대해 4년마다 채무자처럼 의원정수를 동냥하는 형식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별자치도의 주민대표기관 의원 수를 과감히 제주에 이양하라는 의지를 표명하는 성명서 등이 권고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대로 정치부장도 "2020년 지방의회 의원 1인당 주민대표 인구가 전국 평균은 1만3786명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1만5581명이다. 제주도의회 의원은 전국 평균보다 1인당 1795명의 주민을 더 대표하고 있으며, 동시에 제주도민의 대표권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주민보다 과소 대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인구수는 120.8% 증가했고 재정규모는 248.4% 증가, 공무원 수는 19.3% 증가했다. 현재 시행령 등으로 정하도록 한 사항을 위임받아 제정된 조례가 182개로 도의회 업무가 폭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인구수 미달 지역구 통폐합 의견 반대의사 역력

다만, 의원 정수 증원이 불가능한 상황을 가정할 시 참가자의 의견들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인구수 미달 선거구의 통폐합 방안도, 교육의원이나 비례대표 정수를 줄이는 방안도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양영일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서귀포시 선거구가 소외당했다는 점을 들며 '선거구 통폐합 불가론'을 꺼냈다. 양 부회장은 "제주시 출신 도의원들이 공공연한 자리에서 제주시와 서귀포시 예산을 7대3으로 편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인구수를 잣대로 주장하는 것인데, 서귀포시민들의 입장은 소외감에 더해 이질감까지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별자치도 출범 전 4개 시군 당시 의원 수는 남제주군 7명, 서귀포시 8명, 북제주군 7명, 제주시 16명, 총 38명으로, 남제주와 서귀포시 의원 배정 비율이 39.5%였다. 그런데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하며 서귀포시 10명, 제주시 21명의 의원이 배정되며 32.3%로 줄었다"고 예시를 들었다. 

양 부회장은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경우 인구수만으로 선거구를 확정했을 경우 통폐합 대상이 발생해 지역주민의 반발이 상당할 것이다. 정방-중앙-천지동은 선거구 조정해서라도 유지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해당 선거구의 경우 인구수 미달로 통폐합 대상으로 언급되는 곳이다.

양 부회장은 그 대안으로 "교육의원-비례대표 의원 정수의 문제도 얘기가 되고 있다. 그런 부분도 같이 검토가 있어야 한다. 모든 걸 검토해서 획정이 이뤄져야지 인구수만으로 통폐합을 할 경우 선거구의 주민 반발로 시끄러운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며 에둘러 교육의원-비례대표 제도 조정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장봉길 회장은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라고 하면서 오히려 차별받고 있다"며 "타 지역과 형평을 위해서도 제주지역 최소인구 지역구에 대한 통폐합 논의를 할 것이 아니라 지역구를 유지하는 수준 이상으로 선거구 획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7일 제주 선거구획정위원회 도민 의견 수렴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고대로 한라일보 정치부장, 양영일 제주도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 수석부회장, 이병진 한라초등학교 교감, 고홍철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장, 민기 제주대 교수, 이상봉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 장봉길 제주시이장협의회 회장,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
7일 제주 선거구획정위원회 도민 의견 수렴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고대로 한라일보 정치부장, 양영일 제주도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 수석부회장, 이병진 한라초등학교 교감, 고홍철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장, 민기 제주대 교수, 이상봉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 장봉길 제주시이장협의회 회장,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

◇ 교육의원 폐지 대립각..."편파적 설문조사" vs "퇴직 교장 전유물"

이병진 한라초 교감은 교육의원 제도 유지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심지어 선거구획정위 주도로 실시된 설문조사가 공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도 마다치 않았다.

이 교감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제 와서 특별법 개정을 통해 교육의원 정수를 조정하겠다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 특별자치도로서 교육의원 제도를 유지,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교육자치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감은 "교육의원 제도는 제주특별법의 교육자치 완성을 위한 핵심적인 제도"라며 "선거구 획정은 인구편차 3대1을 적용하는 헌재 판례에 따라 지역구 도의원 31명으로 조정하면 될 것으로, 지역구 조정 때문에 제주특별법을 재개정하는 것은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선거구 획정 도민 설문조사는 매우 불공정한 사례로 신뢰할 수 없다"며 "선거구 획정 대안으로 △정수 확대 △비례대표 축소 △교육의원 축소 등 3가지 안 중 하나를 선택하게 설문조사를 설계한 것은 형평성을 잃은 매우 편파적 문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육의원 폐지를 거론한다면 이와 동등하게 지역구 도의원 제도 폐지도 물어보도록 설계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했다.

이에 반해 좌광일 사무처장은 "최근 3번의 교육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 교육의원 15명 중 1명을 제외하고 14명이 모두 퇴직 교장 출신으로, 이는 교육의원 후보자는 교원 경력 또는 교육행정 경력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피선거권 제한에 따른 결과다. 교육의원이 퇴직 교장의 전유물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좌 사무처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교육의원 5개 선거구 중 4명이 무투표로 당선되는가 하면 워낙 선거구가 넓고 도민들의 관심도 저조해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며 "교육의원으로 선출된 후 본회의에서 일반 도의원과 같이 모든 표결에 참여하는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육의원 제도 도입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폐단이 더 심각하기 때문에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이 기회에 도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이 논란을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토론이 끝난 후 참석자 의견 수렴 과정에서는 선거구 통폐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특히 통폐합 대상이 되는 마을 관계자들의 발언이 연거푸 나왔다.

고홍철 위원장은 "선거구 획정이 사소한 이슈는 아니다. 주민 권리와 관련되고 참정권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허투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주민 여론 수렴 기회를 여러차례 갖고, 잃는 것 없는 특별자치도로 나아갈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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