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치 지방선거 아카데미] “도민들의 인식 이미 변화, 과감한 전환 얘기해야"

8일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가 진행한 ‘제주 지방선거 아카데미’ 집담회. ⓒ제주의소리
8일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가 진행한 ‘제주 지방선거 아카데미’ 집담회. ⓒ제주의소리

제주가 추구해야 할 근본적인 가치, 제주의 미래를 이야기 할 때 강정과 제2공항을 먼저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 아픈 과거와 현재에서 발견한 미래 제주의 가능성은 ‘생태와 평화’였다.

더 나은 제주 사회를 꿈꾸는 시민들의 모임인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는 8일 오후 7시 제주시 생생생공화국에서 ‘제주 지방선거 아카데미’의 여섯번째 순서로 집담회를 진행했다. 양희주 운영위원이 진행을 맡았고, 고권일·김현지·박찬식 공동대표가 패널로 나섰다. 

고권일 공동대표는 제주해군기지 강행으로 강정마을이 겪었던 고통들을 언급하면서 “진지한 고민없이 더 많은 군사력이 필요하다는 논리에만 휩쓸린 것이라면 되짚어 봐야한다”며 “여러가지 미래가 있는데도, 군사력에 한정된 방향으로 인해 제주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큰 그림을 안 보고 작은 그림만 자꾸 보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굉장히 작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국책사업은 국가가 결정하면 지방은 좋든 싫든 수용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왔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방에 결정권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은 무엇을 할 것이고, 무엇을 그려야 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핵심”이라며 “제주해군기지, 제2공항 문제가 같은 선에 있다”고 말했다.

또 “적어도 해군기지가 건설 과정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반성하고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을 때, 다시는 국책사업을 통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공동대표는 제2공항 입지선정 후 갈등을 겪고 있는 고향 성산에 대해 “처음에는 찬성과 반대 정도로 단순하게 시작했는데, 가보니 국가폭력, 또다른 갈등 등 많은 물음표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것은 제2공항 한 가지의 문제가 아니라, 제 일상, 이 나라에서 살아갈 모든 것들과 연결돼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8일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가 진행한 ‘제주 지방선거 아카데미’ 집담회에 참가한 패널들. 오니쪽부터 고권일, 김현지, 박찬식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8일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가 진행한 ‘제주 지방선거 아카데미’ 집담회에 참가한 패널들. 오니쪽부터 고권일, 김현지, 박찬식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박찬식 공동대표는 “세계평화의 섬이면서, 평화연구원이 있고,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이 열리는 제주는 평화라는 말은 넘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제주가 진정한 평화의 섬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민간의 평화운동이 제대로 성장해야 한다. 그게 평화의 섬의 알맹이”라고 말했다. 

또 “세계 정상급 인사를 모시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세계의 평화운동가들이 모아서 평화의 섬 제주 구현 가능 방안을 논의하는 평화포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생태와 평화’라는 미래지향을 이야기할 수 있을만큼 지역사회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진단도 나왔다. 

박찬식 공동대표는 “최근 시민운동가가 아닌 도민들도 20~30년간의 제주의 개발 일변도에 대한 성찰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흐름이 형성됐다”며 “과감하게 다른 제주, 전환을 도민들과 얘기할 수 있는 세력이 필요하다. 지금 정치에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생태적 전환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환경적 자원이 많은 제주는 이런 시대의 흐름에서 더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지혜를 모아내면 개발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제주는 그 동안 선거에서 진보세력의 득표가 굉장히 높았고, 선전했던 지역”이라며 “유권자 지형에서 제주가 진보적이고, 더군다나 도민들의 생태적 지향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 제주사회가 위축된 것이 유권자나 도민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적인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기에 제주는 큰 가능성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가치는 지난 6월 3일부터 매주 목요일 지방선거의 역사, 다양한 정치주체 참여의 필요성, 제주시민참여의 역사 등을 주제로 다섯차례 특강을 진행했고 이날 ‘우리가 정치참여를 해야하는 이유’를 주제로 한 집담회를 통해 아카데미를 마무리했다. 내년 6월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사회의 문제와 대안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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