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리화 저지 도민운동본부와 정책간담회서 ‘제주특별법 개정’ 의지 피력

의료 공공성 훼손 논란으로 사회적 갈등을 빚어왔던 영리병원(투자개방형 병원)이 제주도에서 아예 발붙일 근거를 없애기 위한 법률 개정이 이뤄질 지 관심을 모은다.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와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은 지난 8일 오후 제주대학교병원에서 도민사회의 오랜 갈등현안이었던 영리병원 폐지와 관련한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도민운동본부 홍영철 상임공동대표, 양연준 집행위원장, 오상원 정책기획국장과 양영수 의료연대 제주대병원 부분회장, 양동혁 서귀포의료원 분회장 등이 참석했다.

15년 가까이 영리병원 폐지운동을 이끌어온 도민운동본부 측은 영리병원 폐지 필요성을 강조한 뒤 제주특별법 제307조(의료기관 개설 특례)에 명문화된 영리병원 제도를 폐지해 줄 것을 공식 제안했다.

제주특별법 제307조는 ‘병원, 치과병원, 요양병원, 종합병원 건강보험 요양기관 및 의료급여기관 미적용의료기관 개설 등 외국의 의료기관 인증을 받은 경우 개설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영리병원 문제에 대해서는 “투자유치와 의료관광을 위해 필요하다”는 찬성 측과 “국내 의료체계를 붕괴시키고 국민건강보험을 훼손할 수 있다”는 반대 측이 맞선다.

2006년 제주특별법 시행 후 제주에는 영리병원과 관련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수차례 영리병원 개설 시도가 있었지만 도민사회 반발에 부딪혀 실제 허가된 적은 없다.

지난 2018년~2019년 제주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녹지국제병원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제주도는 2018년 12월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으로 녹지국제병원에 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하지만 녹지국제병원이 특별법에 내국인 진료 제한규정이 없다며 반발하면서 개원하지 않자 이듬해 4월 병원 개설 허가를 전격 취소했다. 이후 녹지 측이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다.

이 사이 제주도민 공론조사 결과 ‘개설 불허’ 의견(58.9%)이 ‘개설 허가’(38.9%)보다 월등하게 높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허가를 내 준 원희룡 도정은 거센 역풍에 직면해야 했다.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와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은 지난 8일 오후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영리병원 폐지와 관련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와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은 지난 8일 오후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영리병원 폐지와 관련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이날 정책간담회에서 위성곤 의원은 도민운동본부의 영리병원 폐지를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 제안에 “조만간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위성곤 의원은 “영리병원과 관련해서는 도민공론화 과정까지 거치면서 ‘영리병원 폐지’에 도민 뜻이 모아졌다고 본다. 의료공공성을 지키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조만간 영리병원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위 의원은 또 “영리병원 폐지를 위한 법률 개정에 그치지 않고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제안된 정책들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녹지국제병원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제주도는 ‘영리병원 특례’는 유지하되 부작용 해소에 방점을 찍고, 제주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도지사의 승인을 받아 외국인이 설립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종류를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으로 명확히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7월중 공청회와 토론회를 열어 영리병원 개선방안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에 반해 제주도의회는 영리병원과 외국인 전용 병원 개설 특례가 담긴 제주특별법 관련 조항을 전부 삭제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의원입법 형태로 제주특별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제주특별법 전부개정 T/F를 이끌었던 이상봉 행정자치위원장은 “지난 2018년 10월 숙의형 공론조사에서 반대의견이 월등히 높았다. 영리병원 보다 감염병 예방 등 공공 의료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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