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주도의원 선거구획정 속도전...통폐합-교육의원 조정 리스크에 '정수 증원' 가능성↑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민·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묘수'를 찾는데는 난항이 예상된다.

사실상 최적의 대안으로 평가되는 '의원 정수 증원'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제주도의원선거구획정위는 지난 7일 도민의견 수렴 토론회를 개최한데 이어 오는 15일 회의를 갖고 획정안을 논의한다.

획정위 자체적으로 도민 7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 설문조사는 현재 도의원 정수의 적정성, 비례대표-교육의원 제도 등의 조정안을 논의할 근거로 삼게 된다.

이미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선거구별 인구편차 비율을 넘긴 선거구가 있어 선거구 조정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제주시 아라동의 경우 지난 4월 기준 인구가 3만8137명, 애월읍은 3만7127명으로 늘어나며 최저 인구수에 비례한 상한선 3만2635명을 크게 넘어섰다. 이대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법을 위반하게 되고, '선거 무효' 소송까지 휩싸일 수 있다.

◇ 통폐합-비례대표·교육의원 조정 '진통'...돌파구는 의원정수 증원

현재 제주도의회 의원 정수는 43명으로, 지역구 의원은 31석, 비례대표 7석, 교육의원 5석이 각각 배정돼 있다. 이 의원 정수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선거구획정이 이뤄질 경우 역풍이 불 우려가 크다. 

우선 인구수 미달 지역구를 통폐합할 시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는 예상은 앞선 토론회를 통해 통감했다. 이 자리에는 통폐합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는 한경면, 추자면 등의 주민대표가 참여해 "통폐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결사항전 의지를 보였다.

그렇다고 비례대표 정수를 조정할 시 민주주의의 역행이라는 반발이, 교육의원 제도를 조정할 시 교육계의 저항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결국, 지역 내 대다수의 구성원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의원 정수 증원'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법정 위원회지만 정작 의원 정수를 늘리거나 줄일 권한은 없다. 원칙적으로는 주어진 정원 내에서 획정안을 도출해내는 것이 획정위의 역할이다.

다만, 획정위는 스스로 역할을 한정짓지 않고 권고안 형식으로 의원 정수 증원을 요구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근거는 있다. 제주의 경우 2020년 기준 제주도의원 1인당 주민대표 인구는 1만5581명이다. 이는 전국 지방의회 1인당 평균 주민대표인구 1만3805명보다 1776명이나 많은 것으로, 제주도의원은 전국 지방의회의원보다 1인당 12.9% 더 많은 주민을 대표해야 한다는 데이터다. 이 수치를 인용하면 도민의 대표권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 의원 입법? 지역간 형평성?...녹록지 않은 현실

그러나, '의원 정수 증원'에 대한 논리를 갖춘 것과는 별개로 현실이 녹록지만은 않다.

우선 주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사정을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지방의회의원 정수의 증원은 일반행정비 증액의 요인이 되기 때문에 행정안전부는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의원 정수 증원을 반대하고 있다. 

2018년 실시된 제7회 지방선거 선거구획정 과정에도 행안부가 의원 정수 증원 반대 입장을 견지하며 정부 입법이 무산됐다. 결국 국회의원을 통한 '의원 입법' 방식으로 우회해 2명의 정수 증원을 겨우 관철시킨 전례가 있다.

의원 입법으로 접근한다고해도 정치적 역학관계를 고려하면 난항이 예상된다.

제주도의원 1인당 주민대표 인구가 전국 평균 주민대표인구보다 많기는 하지만, 이는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실제 의원 1인당 대표인구수의 경우 경기도는 2만2759명, 세종은 1만9389명, 인천 1만9039명, 서울 1만8015명 등으로, 전국 평균 1만3805명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주만 증원을 요구하기엔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구조다.

지역구 국회의원 3인이 모두 여당 소속인 제주의 정치지형도 여야의 매끄러운 협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불안요소다.

◇ 대선에 쏠릴 급박한 정치 일정, 올해 안에 대안 확정해야

단순히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이 아닌 이 참에 선거구획정의 근본적인 제도적 결함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 개정으로 정원을 맡기는 수동적 역할에서 벗어나 제주지역 자체적으로 조례를 통해 의원 정수를 조정하는 권한을 이양받자는 주장이다.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의 의원을 기존의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에서 한 지역이 두 명 이상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중선거구제'를 혼용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부딪힐 수 있지만, 적어도 4년마다 반복되는 선거구획정 분란을 최소화할 대안으로 평가된다.

의원 정수 증원이 됐든, 조례로 정수를 조정하든, 중선거구제를 혼용하든, 대안을 확정한다고 해도 특별법 개정 선행이 필수다. 이 경우 다가오는 정치 일정이 상당히 숨가쁘게 돌아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4년전 선거구획정 작업이 완료된 것은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둔 2018년 3월이었다. 사상 초유의 '선거구획정위원 전원 사퇴' 파문까지 겪는 등 살얼음판을 걷다가 그야말로 마지막 마지노선에서 대안을 도출해냈다.

그러나, 내년 3월에는 '벚꽃 대선' 일정이 맞물려 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모든 정치정국이 대선에 쏠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아무리 늦어도 올해 말 안에는 여야 간 협의를 마치고, 특별법 개정까지 완료돼야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 이후에야 곱지 않은 도민정서를 설득하는 과정에 다다를 수 있다. 

선거구획정위 관계자는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은 없어도, 최소화하는 방안을 도출해 내는 것이 위원회의 역할"이라며 "보다 폭 넓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최적의 대안을 만드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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