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개발공사 민간이양 2019년 3월 민영화 출범...경쟁력 밀려 전북서 캔맥주 위탁생산 추진

공기업에서 민간에 이양된 ‘제스피’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는 사이 또다른 민간기업인 ‘제주맥주’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제주 수제맥주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2일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제주도개발공사에서 민영화 한 제스피의 제조업체가 전라북도 고창군의 한 맥주공장에서 캔맥주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스피는 제주도개발공사가 2010년 지식경제부 광역경제권 사업으로 국비 21억원을 지원받아 서귀포시 남원읍에 맥주 생산시설을 구축하면서 개발이 시작됐다.

해외 주류전문가를 영업하고 화산암반수와 제주산 청정 보리를 활용해 2013년 7월 제스피를 공식 출시했다. 기존 국내 맥주와 차별화하기 위해 필스너 페일에일 등 종류도 다양화했다.

이후 주류평가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제주시 연동 옛 신제주종합시장 건물 1층에 전용 매장까지 만들어 제주에서만 맛 볼수 있는 수제맥주 이미지를 만들어갔다. 

출시 2년 후인 2015년 9월 당시 행정자치부가 지방공기업 정책위원회를 열어 도개발공사의 제스피 맥주사업을 민간이양 대상으로 결정하면서 변화를 맞이했다.

도개발공사는 공장과 시설, 유통망을 민간에 모두 넘기기로 했지만 마땅한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주세법과 소규모시설, 협동조합 구성 등 여러 조건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결국 3년이 흐른 2018년 12월 전라북도 고창군의 한 업체가 투자자를 모아 제스피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제스피를 인수했다. 이어 공장을 서귀포시 남원에서 제주시 조천으로 옮겼다.

2019년부터 3월부터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나섰지만 유통망 확대 없이 기존 영업망을 활용하면서 한계에 부딪쳤다. 코로나19 악재까지 터지면서 연동 전용 매장은 결국 문을 닫았다.

그 사이 경쟁업체인 ㈜제주맥주는 글로벌 맥주회사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협업해 제주에 진출했다. 한림읍 금능농공단지에 양조장을 만들고 2017년 8월 ‘제주 위트 에일’을 첫 출시했다.

제품 다양화와 유통망 다각화를 통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했다. 생맥주로 불리는 케그(Keg)에 이어 병과 캔 제품까지 줄줄이 선보이면서 편의점과 대형마트까지 파고들었다.

경쟁에서 밀린 제스피도 급성장하는 수제맥주 흐름에 맞춰 캔맥주 개발을 검토 중이다. 제주산 백호보리 100%와 기존 제조법을 활용해 전북 고창의 공장에서 위탁생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다른 맥주 공장에서도 위탁생산(OEM)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제스피는 장기적으로 제주 공장 확충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자금 확보가 선결 과제다.

제스피 관계자는 “애초 민간이양이 늦어지면서 적기에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 기존 케그 영업망만 활용하다보니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자체 시설에 캔맥주 제조설비가 없어 OEM을 검토하고 있다”며 “위탁생산을 하더라도 제주 농가의 백호보리를 100% 이용해 맛과 품질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