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법 시즌2 도민 손으로] ⑤ 행정체제 이대로 좋은가
제주와미래연구원·제주의소리·한라일보 공동 특별기획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15년이다. ‘특별한’ 자치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을까. 제주도민들은 “아니오”라고 말한다. 이제 궤도를 수정해야 할 때가 됐다. 기수를 어디로 돌릴지, 나아가야 할 좌표 찾기는 오롯이 도민들의 몫이다. 제주와미래연구원, 제주의소리, 한라일보가 ‘제주인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주제로 공론의 장을 펼친다. 매주 한 차례 총 11번의 공동 특별기획을 통해 도민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의 내용을 ‘도민 손으로’  직접 채워나간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 김남수 제주한라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 강경식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공동대표, 강철남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5년 전 기초자치단체 폐지가 전제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은 도민사회에 커다란 숙제를 떠넘겼다. 업무의 효율성 증대를 목적으로 내건 지금의 행정체제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특히 급변하는 사회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그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도출해 낸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는 대안은 첫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행정시장 직선제, 읍면기능 강화 등 나름의 절충안을 찾기 위한 시도 역시 중앙정부의 논리에 번번이 가로막히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앞으로 도민 손으로 직접 채워나가야 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방향성은 어떻게 설정돼야 할까.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한라일보, (사)제주와미래연구원이 마련한 특별기획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다섯 번째 토론회는 지난 7월 6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행정체제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는 김태윤 박사(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사회로 강철남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김남수 제주한라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 강경식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공동대표가 패널로 참여했다.

◇ "중앙정부 논리로 출범한 특별자치도, 급변하는 시대 못 쫓아"

토론회에 참석한 세 명의 패널들은 모두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적용된 행정체제로 인해 도민사회가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는데 동일한 의견을 표출했다.

강철남 의원은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정부의 국정목표 중에 하나인 지방자치 강화 측면에서 제주가 실험적으로 선택이 돼 행정체제를 단순화 해보겠다고 해서 추진이 됐지만, 이 결정이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았다"며 "행정비용을 줄이고, 대(對)도민 서비스를 강화하자는 좋은 목적으로 특별자치도가 시작은 했지만, 결론적으로 이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진단했다.

강 의원은 "현재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행정 비용도 더 많이 증가한 측면도 있고, 그 당시 장점으로 얘기했던 행정서비스도 후퇴되지 않았나"라며 "행정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 오히려 민주성이나 책임성,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것들을 줄였다. 전체적으로 다소 늦은 감도 있습니다만 앞으로 제주가 어떻게 가야 될 건가에 대한 논의가 좀 집중적으로 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평했다.

강경식 대표는 "광역시도와 기초자치단체를 하나로 통합하는 시범으로 만들면서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연방제 수준의 지방단체를 구성하겠다는 구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런데 그 전제조건이 왜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했는지는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스위스 등의 행정체제와 비교된 것인데 인구수나 여건이나 단순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분권 한다고 하면서 많은 중앙사무 권한은 내려왔지만, 핵심적인 조직이나 재정 등의 권한은 오히려 내려오지 않았다. 사실 시범도라고 해서 제주를 출발 시켰지만, 무늬뿐인 특별자치도가 됐고. 오히려 제주도민만 손해보고 있다"며 "논란이 돼왔지만 이제 종지부를 찍어서 우리 스스로 제대로 된 행정체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동조했다.

김남수 교수는 "15년 역사 속에서 제주도에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가장 가까운 예가 인구 문제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환경문제 등이 폭발적으로 발생했다"며 "지금의 행정체제가 그 변화를 쫒아가지 못하는 근본적인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특별자치도는 정부의 의지에 입각해서 시작됐기 때문에 분명히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시각을 항상 갖고 있다"며 "결국 정부가 좀 더 책임감을 갖고 해결점을 마무리 해주지 않으면 제주도 안에서는 끝이 없는 논쟁만 하다가 결국은 굉장한 갈등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한라일보, (사)제주와미래연구원이 마련한 특별기획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다섯 번째 토론회가 ‘행정체제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열렸다.ⓒ제주의소리

◇ 행정시장 직선제-행정구역 개편 "한계 있는 미봉책" 우려

그동안 도민사회 차원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된 '행정시장 직선제', '행정구역 개편' 등에 대한 평가와 한계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강철남 의원은 "행정시장 직선제는 시민 스스로 시장을 뽑을 수 있다는 부분에서 달라지지만, 시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지금 체제하에서는 도지사의 지시를 받아야 되고 명령을 받아야 되고 집행을 해야 될 입장이다. 도민이 대표로 뽑은 정도, 그리고 임기가 보장된 정도는 달라질 수 있을 뿐"이라며 "결국 최고의 조건은 아니기 때문에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주시를 양분하는 내용의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해서도 "현 조례 개정으로 행정구역을 변경할 수는 있는데, 이건 도민들의 찬성이 전제돼야 한다. 도민들이 동의해줘야 추진이 가능한 것이지, 도의회가 주장했다고 추진할 경우 또 다른 폐해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식 대표는 "궁여지책으로 '행정구역만이라도 좀 나눠 보자', '하다못해 그거라도 해보자'는 건데 의미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건지, 또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논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구역만 나눠봐야 여러가지 행정적인 낭비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행정구역을 나눈다면 지금 현재 뭐 국회의원 선거구하고 비슷한 이렇게 세 개 정도는 적합할 수도 있다"면서도 "지금으로는 행정체제 개편이나 행정구역 개편 논의보다는 법인격을 갖고 있는 기초자치단체를 부활시키는 것이 먼저 논의될 사안이다. 행정구역만 먼저 나눴다가는 이후에 그 법인격을 따라 또 나눠야하기 때문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남수 교수는 "행정시장 직선제에 포커스를 많이 맞추다 보니 근본적으로 그 행정시장 직선제를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다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질 수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고 본다"며 "지방자치의 큰 틀 속에서 제주도를 바라보면 조금 더 폭넓게 토론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행정시장 직선제가 현재 입장에서 도입이 어렵다면 중앙과 충돌하는 것들을 최소화하면서 제주도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은 하나하나 개발할 수 있는 논리를 찾아야 한다. 시장직선제가 어렵다면 도지사와 4년간 같이 갈 수 있도록 러닝메이트제를 구체화 해 책임있는 시민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행정시장 직선제나 행정구역을 분할하는 대안의 경우 각각의 장단점을 지니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한라일보, (사)제주와미래연구원이 마련한 특별기획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다섯 번째 토론회가 ‘행정체제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열렸다.ⓒ제주의소리

◇ 결국 '지방자치단체 부활'..."도민사회 협의 이뤄져야"

결국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위해서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전제돼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강철남 의원은 "추후에는 기초자치단체가 부활하거나 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 다른 식의 개별적인 시도는 결국에는 물거품이 되거나 아주 작은 형태의 변화에 불과할 것으로 본다"며 "기본적으로 제주도의 입장을 정리해 기초자치단체가 돼야 그 다음에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경식 대표도 "솔직히 제주 미래에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장을 몇 명을 정하니, 행정시장 직선제를 하니, 구역을 몇 개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어떻게든 법인격을 갖춘 기초자치단체가 부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의 정치권이나 도민들이 너무 겁먹지 말고, 도의원, 도지사, 국회의원 모두가 찾아 가서 '우리가 10년이면 10년 내로, 5년이면 5년 내로 우리에게 맞는 모델을 찾아낼 테니까 그때 주민투표를 하든 우리가 결정할 테니 무조건 적극적으로 수용해 달라' 정치권에 가서 약속을 받아오는 것이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에게 다 받아오면 제주의 미래를 보장하는 모델을 우리가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남수 교수는 "지방자치제의 개념 자체는 주민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근본 목적인데, 주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런 행정 서비스를 제대로 못 받는다, 그런 느낌을 갖는다고 하면 어떤 대안이든 탐탁지 않다"며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어떤 특정인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지난 15년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15년을 진정할 수 있도록 합의가 이뤄져야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제주도에 좋은 사례가 있다. 4.3특별법 개정의 필요성을 20년 동안 주장했고, 지역사회에서도 논의와 동의를 거쳐 좋은 모델을 도출해내자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다"며 "중앙정부의 수용 조건이 아닌, 도민이 선택한 최고의 안을 만들었기 때문에, 결국 기초자치단체도 도민이 원하는 가장 좋은 방식의 제도를 얻어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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