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76) ventilate 환기하다

ven·ti·late [véntǝlèit] vt. (방 등에) 공기를 환기하다
보름이 통허도록 해사
(바람이 통하도록 해야)

ventilate에서의 vent는 ‘바람(=wind)’을 뜻한다. 이 vent라는 어근(語根)에서 나온 낱말로는 ventilation ‘환기/통풍’, ventilator ‘통풍기’, ventage ‘분출구’ 등이 있다. ventilate의 어원적 의미는 말 그대로 ‘바람을 통하게 하다’이다. 이러한 환기의 중요성이 코로나 변이의 재확산과 더불어 새삼 강조되고 있다. 심지어 미세먼지(fine dust)가 많은 날에도 반드시 환기를 하여 실내에 있는 각종 바이러스의 농도(density)를 희석(dilution)시켜 주어야만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 지난 7월 4일 전북 남원시청 직원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역학조사(contact tracing) 결과 이 직원은 지난달 30일 확진자(confirmed case)와 같은 음식점에서 식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은 일행이 아니었고 5m가량 떨어진 자리에서 식사를 했는데도 감염(infection)이 일어난 것이다. 방역 당국은 마스크를 벗고 식사하는 사이 에어컨 바람에 의해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1,500명대로 치솟으면서, 에어컨을 가동하는데 환기는 제대로 안 하는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온다습(high temperature and humidity)한 여름철에는 바이러스가 생존하기에 불리하지만, 에어컨을 가동하면서 환기는 제대로 안 할 경우에는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지난해 8월 발생한 파주 스타벅스 집단감염이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천장형 에어컨(ceiling type airconditioning system)을 가동하면서 창문을 통한 환기를 하지 않은 것이 70명 집단감염의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환기의 중요성이 코로나 변이의 재확산과 더불어 새삼 강조되고 있다. WHO는 사람들이 붐비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공간에서는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전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일 여름철 올바른 환기 지침에서 하루 최소 3회, 한 번에 10분 이상 창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사진=pixabay.

# 밀폐 환경에서 에어컨을 트는 것이 바이러스 전파에 좋은 조건이라면 항공기 기내는 최악이 아닐까. 그러나 항공기에선 공기를 여과하며 가열해 소독한다. 또 여과한 공기가 기내 위쪽에서 내려와 기내 아래로 나가는 시스템이다. 이것이 일종의 공기 커튼 역할을 해 누가 기침(couch)을 해도 옆으로 전파되기 어렵다. 그래서 항공사들은 “기내 공기를 통한 코로나 전파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며 “메르스 때도 기내에서 전파 사례가 없었다”고 한다. 이 역시 환기의 효과다.

# 환기를 하려면 얼마나 자주 해야 할까. 질병관리청은 지난 5일 여름철 올바른 환기 지침에서 하루 최소 3회, 한 번에 10분 이상 창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가능하면 마주 보는 창문을 동시에 열어 맞통풍(cross ventilation)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에어컨을 켰을 때는 최소 2시간마다 10분 이상 환기해달라는 것이 방역 당국의 당부다. 에어컨 풍향을 사람이 없는 천장이나 벽으로 하는 것도 기억해야 할 사항이다. 환기는 마스크 쓰기, 손 씻기와 함께 코로나 시대 생존법(how to survive)이다.

확진자와 직접 마주친 적이 없어도 감염됐다는 연구결과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WHO도 코로나19의 공기를 통한 전파 가능성을 뒤늦게 인정했다고 한다. WHO는 그동안 수술실 같은 특수한 환경의 밀폐된 공간(closed rooms)을 제외하고는 공기 전염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사람들이 붐비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공간에서는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전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지금은 백신 접종(vaccination)에만 기대고 있을 때가 아니다. 생활공간에서의 환기에도 세밀하게 신경을 쓰면서, 더욱 더 능동적인(active) 방역의식으로 코로나 재난을 극복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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