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년,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분단국가의 현실을 마주하면서도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적 가치를 끊임없이 창출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이며, 그 힘의 원천은 바로 ‘교육’이다.

지금 우리 교육은 교육행정의 자주성 존중의 원리를 바탕으로 교육의 독자성과 자주성을 존중하는 교육자치제를 실시하고 있다. 일반행정과 중앙교육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을 골자로 한 교육자치제는 반세기를 거치는 동안 다양한 법적근거를 마련하며, 지방교육의 책임자인 교육감 선출을 주민직선제로 바꿨다. 지방분권을 통해 주민의 참여의식을 높이고 지역 실정과 특성에 맞는 교육정책을 실시함으로써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자치(自治)’, 말 그대로 스스로 책임지고 운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교육자치의 핵심은 바로 학교자치에 있다. 진정한 의미의 교육자치 실현을 위해 교육부는 교육청에, 교육청은 학교에, 학교는 교사에, 교사는 학생에게 더 많은 결정권한을 넘겨 교육주체들의 자율권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자치가 곧 학교자치로 연결되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관료제적인 행정의 간섭과 통제를 넘어선 네트워크형 협치, 즉 ‘교육 거버넌스’가 구축될 수 있다. 위에서 ‘지시하고 다스리는’ 교육이 아닌, 교육주체들이 다같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교육행정 구조이다.

이처럼 교육자치는 현장중심, 학생중심이라는 대원칙 아래 교육 현장을 지원하고, 교육주체들이 함께 운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 모두가 공정한 경쟁의 출발선에 설 수 있는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만들 수 있다.

더불어 배려와 협력이라는 명목 아래 행해지는 일률적인 격리와 배제가 아닌 우리 아이들의 실력과 잠재력을 소상히 파악하고 모든 아이들이 부족함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교육주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할 때 비로소 공교육에 대한 도민사회의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특히 교육자치라는 큰 틀 안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가 서로를 존중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거치며 결정되는 의견들은 교육감과 교장만의 독단적인 판단과 책임이 아닌 교육주체 모두가 함께 책임지는 자세로 학교자치가 구현되고 성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주교육자치의 실현은 도민사회의 이해와 소통이 전제되어야 하며, 과정 또한 어떠한 정치적 성향과 진영논리에 편향되지 않으며, 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것이다.

요즘 언론에서 심심치 않게 ‘불통’이라는 단어와 ‘제주교육’이라는 단어가 한 문맥에 같이 오르내리는 것을 본다. 특히 도민의 대의기관인 제주도의회 교육행정질문에서 도지사 출마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은 현직 교육감은 즉답을 피했다. 교육자로서의 순수성과 의지는 보이지 않고 모호한 태도로 정치적 행보의 여운을 남겨놓았다.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는 ‘교육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교육자로서의 협치와 소통은 없고, 모든 아이를 존중하겠다는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미명 아래 도민 전체를 등지는 일이 일어나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고창근. ⓒ제주의소리
고창근. ⓒ제주의소리

교육은 정치가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교육기본법’도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기하여 운영·실시되어야 하며 어떠한 정치적·파당적 기타 개인적 편견의 선전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자치의 책임자인 교육감은 정치인이 아닌 교육자의 균형 있는 시각으로 교육현안들을 바라보며, 솔루션을 찾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보듬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제주교육자치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 고창근 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교육국장

 

* 외부 기고는 독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 공간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