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재고 부족으로 신변보호 A군 어머니만 스마트워치 지급

제주경찰에 보급된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제주의소리. 

제주에서 발생한 10대 청소년 살인 사건과 관련해, 숨진 A(16)군에게는 신변보호자에게 지급되는 스마트워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위급 상황에서 경찰의 긴급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만 있었더라면 안타까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18일 오후 3시16분쯤 제주시 조천읍 한 주택에서 A군을 살해한 혐의로 주범 B씨(48)와 공범 C씨(46)를 검거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B씨는 A군 어머니와 2년 정도 사실혼 관계였다. 최근 A군의 어머니가 이별을 통보하자 이에 앙심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 사건 전인 이달 3일 A군의 어머니는 B씨가 폭력을 휘두른다며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신변보호 조치에 따라 경찰은 숨진 A군 거주지 뒤쪽과 앞쪽에 각각 CCTV를 설치했다. 

또 A군 어머니에게는 ‘스마트워치’가 지급됐다. 경찰이 지급하는 스마트워치는 신변보호자의 실시간 위치가 파악된다. 

스마트워치의 생김새와 세부 기능 등은 보안사항이다. 어떤 사람이 신변보호를 요청했는지 등의 사실 자체가 비밀이기 때문이다.    

양손이 묶이는 등 신체가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특정 버튼을 누르면 경찰에 신고가 접수돼 인근 경찰이 곧바로 현장 출동할 수 있다.  

동부경찰서는 살인 사건 발생 이전에 A군 어머니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신변보호가 결정된 당일에는 스마트워치 재고가 없어 며칠 뒤에야 지급이 이뤄졌다. 

재고가 부족해 A군에게는 스마트워치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스마트워치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A군 어머니와 A군의 생활 반경이 겹쳐 스마트워치 1대만 지급해도 신변보호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B씨 등 2명은 A군의 어머니가 집을 비운 시간대에 거주지에 침입해 A군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발견 당시 A군은 결박된 상태였다. 

만일 A군에게도 스마트워치가 있었다면 경찰의 긴급 출동이 이뤄져 살인사건을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A군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외삼촌 등 A군 친인척 2명에게도 스마트워치를 추가로 지급했다. B씨 등 2명이 A군 친인척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찰에 체포돼 연행되는 주범 B씨.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제주 경찰이 보유한 스마트워치는 38대뿐이다. 제주경찰청이 2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동부경찰서와 서부경찰서가 각각 14대를 보유하고 있다. 서귀포경찰서는 8대를 갖고 있다. 

도내 인구가 70만 명에 육박해 있고, 연간 약 1500만명의 관광객이 입도하는 제주에 범죄 예방과 신변보호를 위한 스마트워치가 단 38대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경찰은 예산 문제를 우선 거론했다. 

경찰은 범죄피해자보호기금(보호기금)으로 스마트워치를 구매하고 있다. 보호기금은 각종 벌금의 일정 비율로 법무부가 조성한다.  

매년 1000억원에 가까운 보호기금이 조성되는데,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육상·해양경찰 등이 나눠서 사용하고 있다. 

올해 경찰청 본청에 배당된 보호기금 총액은 16억원이다. 이 예산은 전국 18개 경찰청이 나눠 사용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제주청에 배정되는 기금이 1억원도 안되는 셈인데, 이마저도 범죄 현장 정리, 피해자 임시숙소 제공 등이 주요 사용처다.   

보호기금 예산 배정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범죄 발생 시점에 피해자가 가장 큰 공포를 느끼는데, 해당 시점에 쓸 수 있는 예산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범죄 발생 시점에 경찰이 피해자와 가장 가깝게 지내고, 대부분의 피해자들도 경찰에 의지한다. 하지만, 경찰에 배정된 보호기금이 너무 적어 범죄 발생 직후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극히 제한적”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범죄 발생 몇 개월 뒤 이뤄지는 조치보다는 범죄 발생 직후에 이뤄지는 조치가 더 중요하다. A군에게도 스마트워치가 지급됐다면 긴급 호출을 통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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