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곶자왈 보전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을 때 가능하다 / 김효철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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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후가 물불을 안 가리며 재앙을 주고 있다. 서유럽은 100년 만에 겪는 대홍수로 쓸려갔다. 미국과 캐나다는 5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 산불이 번지고 있다. 「2050 거주불능지구」속 사건들이 현실이 됐다. 기후위기와 자연재해는 더 이상 다가올 일이 아닌 지금, 우리가 겪고있는 생존 문제다. 

우리나라도 일찍 찾아온 열대야가 올여름 폭염을 예고했다. 장맛비가 그친 제주는 이제 폭염이다. 그래도 한라산과 곶자왈, 바다가 있어 제주는 다행이다. 

화산 활동이 만들어낸 용암숲 곶자왈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포근함으로 숱한 생명을 키우는 생태계 보고다.

쓸모없게만 생각하던 곶자왈이 제주를 대표하는 자연자산으로 떠오른 지도 벌써 20년이다. 도민들이 곶자왈 보전을 위한 노력을 시작한 지도 그만큼이나 지났다. 하지만 곶자왈은 날로 더해가는 기후위기만큼이나 위태롭다. 

곶자왈은 제주를 넘어 세계가 부러워하는 자연자산이 됐고 제주도민들은 곶자왈 보전을 한 목소리로 바랐으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 곶자왈 보전정책을 추진해온 제주특별자치도가 지금까지 남긴 실적은 초라할 뿐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보전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냈다. 법과 제도로만 본다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곶자왈을 개발로부터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나마 굳이 꼽으라면 2019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에 곶자왈보호지역 지정 조항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 법 조항에 머물 뿐 후속 조치가 없었다. 곶자왈 보전정책이 이런저런 이유로 머뭇거리는 사이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던 울창한 나무숲은 하나둘 개발로 사라지고 있다.

곶자왈 보전이 절박한 만큼 제주특별자치도가 2015년 8월에 시작한 「제주곶자왈지대 실태조사 및 보전관리방안 수립 용역」은 도민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국토연구원에 의뢰한 이 용역은 곶자왈 경계를 설정하고 보호구역 지정을 포함한 보전관리방안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어 허술했던 곶자왈 보전정책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용역은 시작한 지 벌써 7년이 지났으나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채 가다 서다를 거듭해왔다. 드디어 오랜 기다림 끝에 제주특별자치도가 이달 말 최종 결과물을 내놓고 공람에 들어간다고 하니 우선 다행이다. 올해 말까지 도의회 동의를 거쳐 최종확정한다고 하니 막바지 결과물을 기다리는 마음은 기대와 걱정이 함께 한다.

오랜 기다림이 의미있는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여전히 한계도 많고 해결 과제도 많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2018년 중간보고서 발표 후 안팎에서 제기됐던 비판과 걱정이 얼마나 반영되고 해결됐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용역결과를 보면 곶자왈은 모두 7곳으로 99.5㎢에 이르는 면적과 경계를 확정했다. 또 보전가치와 훼손 정도에 따라 곶자왈 보호지역과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으로 나누어 보전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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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1일 제주도는 곶자왈의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보전관리를 위해 진행해온 '제주곶자왈 실태조사 및 보전관리방안 수립' 용역 중간 결과 발표했다. 곶자왈은 모두 7개 지대로 구분되고 99.5㎢에 이르는 면적과 경계가 확정됐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하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용역결과에 따라 곶자왈 경계에 포함된다 해서 곶자왈이 곧 개발로부터 안전하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곶자왈 가운데 실제 개발로부터 안전한 보호지역은 35.8%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65%는 관리지역이나 훼손 지역이어서 여전히 개발위험에 놓여있다. 그나마 곶자왈보호지역도 현재 보전지역관리에 관한 조례로 개발이 제한되는 생태계 1,2등급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실제 이번 용역으로 곶자왈 보전이 강화되는 효과는 없다. 보호지역범위가 제한적이고 행위제한 조항이 중장기 과제로 남은 점은 못내 아쉽다.

이번 용역이 제대로 마무리되고 곶자왈 보전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딛는데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곶자왈 소유주들과 이해와 합의를 이루는 것이다.

용역 시작부터 사유 재산권 문제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용역 과정에서 곶자왈 경계와 보호구역 지정에 있어 사유 재산권 문제가 큰 이슈로 불거지고 일부 소유주들로부터 민원이 발생하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사유 재산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헌법 제23조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한다. 하지만 재산권의 행사는 무한한 것이 아니라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전염병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업소마저 영업 제한을 하고 있다. 또 큰 손실에도 이를 받아들이는 많은 시민들이 있기에 코로나로부터 공동체가 유지되고 있다.

하물며 자연자산이자 공공자산인 곶자왈을 보전하는 일은 사유 재산권 범위를 넘어 공공복리를 기준해서 바라봐야 한다.

물론, 사유 재산권에 대한 강탈식 규제를 바라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 

공공이익에 도움을 준만큼 사회공동체가 다양한 보상과 배려로 보답해야 한다. 다시 헌법 제23조를 보자.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도록 한다. 

이번 곶자왈 경계 설정과 보호구역 지정이 도민사회 지지와 참여 속에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제주특별자치도가 분명하고 다양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꼭 필요한 경우 사유지 곶자왈을 사들이는 것부터 생물다양성법에 따른 생태계서비스지불제 계약을 활용한 보상방안도 필요하다.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매입 비용을 해결하기 위한 재정대책과 사회적 공론 작업도 필요하다.

환경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활용방안 마련까지 다양한 해결책을 찾고 제시해야 한다.

또다시 소유주들과 갈등으로 용역안이 후퇴하거나 무산된다면 7년 용역이 허무한 결과만 남길 수도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곶자왈을 도민 노력과 마음으로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잃어버리는 위기이기도 하다. 곶자왈을 공공자산으로 인식하고 제주공동체를 위해 보전하려는 큰 합의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김효철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제주의소리<br>
김효철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제주의소리

이번 용역에서 담아내지 못한 곶자왈 행위제한을 제도화하는 과제도 매우 중요하다. 보호구역을 확대하고 행위제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용역결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발위기에 놓은 관리지역 곶자왈에 대한 보호지역 확대지정이나 행위제한 강화 등 보완 대책은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은 아무리 시장과 개인이 중시되는 사회에서도 공동체를 떠나 혼자만 안전하게 살아갈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생태계 보고인 곶자왈 보전은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함께 힘을 모을 때 가능하다. / 김효철 논설위원,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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