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새 확진자만 50명...방역망 밖 '경로 불투명' 확진사례 촉각

21일 열린 제주도 코로나19 긴급대책회의.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의소리
21일 열린 제주도 코로나19 긴급대책회의.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의소리

제주에 역대 가장 많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제주도 방역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전례로 보면 '거리두기 강화 조치' 효과가 나타나야 할 시기임에도 되려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데 대한 당혹감도 감추지 못했다. 보다 강화된 방역지침의 필요성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21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 20일 하루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34명으로 하루 최다 확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제3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22일 확진자 32명이었다.

최근 일주일 확진자 흐름을 봐도 이날 확진자 수는 갑작스런 측면이 적지 않다. △14일 9명 △15일 10명 △16일 14명 △17일 11명 △18일 11명 △19일 8명 등 10명 안팎으로 지켜지던 상황에서 별안간 날벼락을 맞은 결과다.

역학조사에 따르면 확진자의 절반 이상은 집단감염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5인 이상 집합금지 방역수칙 위반이 무시된 현장에서의 확산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21일 확진 추이도 결코 심상치 않다. 이날 오후 5시까지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18명이다. 이틀 사이에 발생한 확진자만 벌써 50명에 이르렀다.

이중 2명은 타 지역 확진자의 접촉자고, 8명은 제주지역 확진자의 접촉자로 파악됐다. 제주지역 확진자의 절반인 4명은 유흥주점에 들렀거나, 방역수칙을 어기고 모임을 가진 지인모임-고등학생 관련 확진자다.

더 큰 문제는 나머지 8명은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돼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즉, 방역당국이 컨트롤하던 방역망에서 벗어난 확진사례가 늘어난 결과다.

제주도 방역당국도 당혹감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감염 예측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하고 10일에서 15일 정도 후에는 강화된 대책에 따른 반응·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해 7월말에서 8월초 관광객들이 많이 올 상황을 선제적으로 대비했지만, 공교롭게도 동시다발적으로 확진자가 터져나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히트맵'을 통해 확진자가 발생하는 곳은 붉게 나타나고, 그외 지역은 상대적으로 옅어 선택적으로 방역지침을 내릴 수 있었다. 이호해수욕장 주변 등 몰리는 곳에 대한 방역강화 조치를 취할 예정이었다"며 "일던 어제 발생한 확진 인원과 관련자들의 역학조사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확진자의 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확진자들의 생활 주변에서 직간접적으로 교류하는 이들이 반드시 있게 되기 마련이다. 짧게는 2~3일, 길게는 4~5일까지 이날 터져나온 확진자의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게 방역당국의 관측이다.

방역망 내에서 컨트롤이 가능한 확진사례와는 별개로 21일 8명의 감염경로 미상 확진자가 나온 것은 위험요소가 상당하다. 전례로 봤을 때 방역망 밖에서 나온 확진자가 집단발생의 도화선이 돼 왔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는 4차 대유행에서 예외일 수 없다. 휴가철과 맞물리며 확진이 증가할 수 있는 여건이 최적화 돼있다"며 "분석 결과에 따라 보다 강화된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 십가지 방역 정책을 내놔도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들의 개인 예방 노력이다. 도민들께 당부만 드려서 죄송하지만 이타적인 예방 노력을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이날 오후 코로나19 관련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집합금지 등 방역지침 위반 사항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학생을 비롯해 사회활동이 활발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하는 상황으로 도민들이 개인 방역과 집합제한에 좀 더 실행력을 가질 수 있도록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해야 한다"며 "일선 행정의 방역 위반사항 단속도 중요하지만, 민간의 자율적인 방역활동 독려도 중요하다. 행정과 민간이 함께 힘을 합쳐 이번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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