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교육의원 제도 현 주소] ① 피선거권 제한 등 제도적 문제에 '무용론' 반복 대두

전국적으로 제주에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교육의원 제도. 진정한 지방분권의 교육자치 실현을 목적으로 15년째 유지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며 존폐 논란까지 휩싸이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의원 제도의 현 주소와 조정 가능성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 편집주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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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도의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추진한 여론조사에서 다수의 도민들은 '교육의원 제도 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미지=최윤정 기자] ⓒ제주의소리

내년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도의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추진한 여론조사는 여러모로 큰 과제를 남겼다.

나름의 최적안이라 여겨졌던 의원정수를 증원하는 방안에 열의 아홉이 반대한 도민 여론은 싸늘하다 못해 냉담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였다.

더욱 뼈 아픈 점은 이에 따른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 있다.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에 의해 인구가 급증한 제주시 애월읍과 아라동의 분구는 필수적이다. 즉, 의원 정수 2명이 추가로 필요한데, 이를 확보하기 위한 대안을 묻자 대다수의 도민들은 '교육의원 제도 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선거구 획정 때마다 반복돼 온 '교육의원 무용론'이 또 다시 대두된 배경이다.

현 시점에서 광역의회에 교육의원을 두는 제도는 전국적으로 제주에만 유일하게 남아있다. 타 시도의 경우 2014년 6월말 교육의원 제도가 일몰제로 전면 폐지됐지만, 제주는 제주특별법으로 보장된 제도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교육의원 제도는 다년간의 교육 경력에 의해 교육과정, 교수학습, 지도방법 등을 익혀 온 교육전문가들이 직접 교육자치를 감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단순 행정 효율성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교육의 가치를 최우선한다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도지사와 별개로 교육감을 따로 두는 것과 유사한 배경이다.

교육의원 제도가 시행된 10여년 동안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고 제주교육 발전과 교육청 견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현행 제도상의 한계로 인해 교육의원 제도는 반복적으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의원 정수를 고심해야 하는 선거구획정 과정에서는 이 같은 논의가 더욱 가속화됐다.

제주특별법 제66조 2항은 교육의원 선거 출마 자격을 명시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교육의원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교육경력, 교육행정경력이 5년 이상이거나 이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력을 합한 경력이 5년 이상인 사람이어야 한다. 또 과거 1년 간 정당 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이어야 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명시했다. 

정파에 치우치지 않은 교육전문가를 선출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좁아진 문턱을 넘어선 것은 대부분 학교장 출신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2006년 이래 배출한 교육의원 20명 중 2명을 제외한 18명(90%)은 퇴직 교장이거나 교육청 고위직이었다.

8대 교육의원 5명 중 대학교수 출신 1명을 제외한 4명은 학교장 출신이었다. 9대 교육의원은 평교사 신분으로 전교조 제주지부장을 지낸 현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을 제외하고 나머지 4명이 전직 교장이었고, 제10대와 제11대 의회의 교육의원들 역시 모두 학교장이거나 교육청 고위직 이력을 지니고 있었다.

당선자 뿐만 아니라 후보자 역시 학교장 출신 일색이었다. 전문성을 이유로 담보된 피선거권 조항이 오히려 교육의원 선거를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시킨 결과였다.

교육의원 5개 선거구 중 4개 선거구가 무투표로 당선되는 기이한 현상을 초래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었다. 지난 10대 제주도의회에서 1개 선거구에서 발생했던 무투표 당선은 11대에서는 4개 선거구로 늘었다. 사상 초유의 연속 무투표 당선 사례까지 탄생시켰다.

원체 좁은 지역사회에서 더 좁아지는 교육계 내부 사정으로 인해 치열한 경합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특히 2016년부터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되면서 연금 전액 지급 정지 대상으로 '선거에 의한 선출직 공무원'을 포함시킨 것도 교육의원 무투표 당선을 부추겼다. 도의원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연금을 받지 못하다보니 굳이 위험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적어졌다는 해석이다. 

공교롭게도 무투표 당선 사례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법 개정 이후에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부터였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도 교육의원 선거에 나서려는 후보자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무혈입성' 사례가 또 속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현재 교육의원 선거구는 총 5개 선거구로 나뉘어져 있다. △제주시 동부 선거구는 구좌읍, 조천읍, 우도면, 일도2동, 화북동, 삼양동, 봉개동, 아라동 △제주시 중부 선거구는 일도1동, 이도1동, 이도2동, 삼도1동, 삼도2동, 용담1동, 용담2동, 건입동, 오라동 △제주시 서부 선거구는 한림읍, 애월읍, 한경면, 추자면, 연동, 노형동, 외도동, 이호동, 도두동으로 편성됐다.

서귀포시의 경우 △서귀포시 동부 선거구는 성산읍, 남원읍, 표선면, 송산동, 효돈동, 영천동, 동홍동 △서귀포시 서부 선거구는 대정읍, 안덕면, 정방동, 중앙동, 천지동, 서홍동, 대륜동, 대천동, 중문동, 예래동으로 나뉘어졌다. 

한 선거구가 도의원선거 지역구 5~8개를 합친 정도의 규모다. 선거구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다보니 정책 대결도 극히 제한적이다. 지금도 자신이 속한 지역구의 교육의원이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볼멘소리도 들려오곤 한다.

특수성을 감안해야 하지만, 교육의원 선거구 인구편차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정한 광역의원의 지역구 인구편차인 3대 1을 훌쩍 넘어 약 17대 1을 넘어선다. 투표 가치의 평등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산 대목이다. 한 지역구에 2명의 의원을 두는 것이 적정한가에 대한 의문도 온전히 해소되진 못했다.

앞서 언급된 선거구획정위의 여론조사 결과도 이 같은 배경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인구수 증감에 따른 선거구 획정 방향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5.0%가 '교육의원 제도 조정'을 선택했고, '비례대표 비율 조정'은 35.9%, '도의원 정수 확대'는 19.2%로 뒤를 이었다.

교육의원 제도 조정 방안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8.4%가 '기능과 역할의 한계가 있으므로 인원 조정이 필요하다'며 축소 의견을 냈다. '교육의원 제도 폐지' 응답은 21.1%, '현행 유지'는 30.5%였다.

결국 물리적인 시간이 촉박함에도 관련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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