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긴급좌담회]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 “ 삶의 질·지속가능 위한 새로운 공공갈등 유형”

환경부가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반려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제2공항은 무산됐다. 도민 여론조사 결과 다수가 선택한 ‘반대’가 투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따른다.

하지만 이번 제주 제2공항에 대한 도민들의 반대 여론과 건설 저지 운동은 이제까지 다른 지역 주민들이 국책사업에 반기를 들어온 양상과는 달랐다. 이익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도민들은 반대를 택했고, 약 5조 원의 막대한 국가재원 투자 계획에도 불구하고 저지운동이 확장력을 가진 사례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제주는 일반적인 국책사업에 대한 주민 반대 양상으로 나타나는 ‘님비(Not In My Back Yard, NIMBY)’ 현상과는 달랐다.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 PIMFY)’ 현상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은 이익사업을 도민들은 되려 거부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제주도민들은 제2공항 건설에 따른 지역 개발과 소득 증진보다, 도민 삶의 질과 지속가능성, 환경 등 고차원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양상을 띤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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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은 제주 제2공항에서 나타난 갈등을 '새로운 21세기형 공공갈등'으로 규정한 뒤 도민들이 지역 개발과 소득 증진보다 삶의 질과 지속가능, 환경 등 고차원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이 같은 도민 결정에 대해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은 “이익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도민이 반대를 결정한 것은 개발에 따른 기대 편익보다 더 높은 가치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도민들이 생각하는 높은 가치는 경제 발전 등을 목적으로 지역에 이익이 되는 시설을 유치하는 것보다 삶의 질을 생각하고 지속가능한 제주의 환경을 우선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지난 26일 오후 3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전문가들을 초청해 마련한 ‘제주 제2공항 반려 긴급좌담회’에서 강 원장은 이 같은 도민의 제2공항 찬반 결정 과정을 두고 “새로운 21세기형 공공갈등”으로 규정했다.

강 원장은 “시민운동으로 국책사업이 무산되거나 변화한 사례는 많지 않지만 드물게 있었다. 전북 부안군 방폐장 건설사업과 강원도 삼척시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이 해당 사례”라며 “사업추진 당시 주민들은 폭발적인 반대 양상을 보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부안군 방폐장의 경우 주민 다수의 반대가 확인돼 참여정부는 사업을 백지화하고 경주로 장소를 바꾸는 결정을 내렸다”라며 “삼척시 원전 역시 비공식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 의사를 확인한 뒤 정부로 하여금 사업을 백지화시키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주 제2공항의 경우 위 사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며 기피시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나서서 반대하는 새로운 갈등을 보였다고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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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3시 진행된 긴급좌담회는 “‘제주 제2공항 반려’ 긴급좌담회 - ‘생산적 갈등 6년’ 항공인프라 확충 대안 도민이 함께 찾는다”를 주제로 [제주의소리] 간이스튜디오에서 개최됐다. 김봉현 편집국장의 진행으로,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 박찬식 제2공항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 진희종 시사평론가가 패널로 참여했다. ⓒ제주의소리

강 원장은 “제2공항이 부안군과 삼척시의 경우와 조금 다른 점은 위험 기피시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닌 편익을 증진하는 시설을 반대한 것”이라며 “제주는 독특하게 이를 거부하는 의견이 다수로 형성돼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는 편의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진 만큼 기피시설을 반대하는 것보다 더 높은 가치가 개입됐다”며 “이전에는 지역개발과 부동산 지가상승 등을 기대해왔다면, 제주는 드물게 새로운 21세기형 공공갈등 양상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민갈등은 소득과 개발보다 더 높은 가치, 삶의 질, 환경, 지속가능한 삶 등을 중시하는 가치관으로 옮겨갔다”며 “지역개발과 소득 증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확인하고 추구하는 도민이 다수였다는 점에서 공항 반대 운동은 큰 의미가 있었다”고 피력했다.

또 주민과 각종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됐던 새만금간척사업과 제주 제2공항을 비교하며 시민운동사(史)에 있어 아주 유의미하고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라고 덧붙였다.

강 원장은 “새만금 사업의 경우처럼 대부분 국책사업은 지자체장이 정부 편에 서서 같이 추진하는 세력이 된다. 다수의 주민이 찬성하는 경우도 있다”라면서 “제주 역시 비슷한 구도였지만 주민들과 비정부단체(NGO)간의 결합이 굉장한 흐름을 형성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번 긴급좌담회는 “‘제주 제2공항 반려’ 긴급좌담회 - ‘생산적 갈등 6년’ 항공인프라 확충 대안 도민이 함께 찾는다”를 주제로 [제주의소리] 간이스튜디오에서 개최됐으며, 제주의소리 홈페이지 ‘소리TV’와 유튜브 ‘jejusori TV’ 채널을 통한 온라인 생중계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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