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교육의원 제도 현 주소] ② 의안발의 실적 상대적 저조...일반행정에도 의결권 행사

전국적으로 제주에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교육의원 제도. 진정한 지방분권의 교육자치 실현을 목적으로 15년째 유지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며 존폐 논란까지 휩싸이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의원 제도의 현 주소와 조정 가능성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 편집자 주

제주에만 존치된 교육의원 제도 손질 요구는 단순 정서적인 반감으로 치부할 사안은 아니다. 객관화된 지표로도 교육의원의 더딘 실적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제주도의회에 공시된 의안정보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제11대 제주도의회에서 의회가 제안해 가결된 법안은 총 562건으로, 이중 교육의원이 발의한 의안은 총 44건, 1인 평균 8.8건을 발의했다.

단순 합산해 평균치로 계산했지만, 개별 의원에 따라 실적 편차는 큰 편이었다. 일부 '일하는 의원'이 평균치를 끌어올린 결과다.

같은 기간 일반 도의원이 발의해 통과시킨 의안 건수는 1인 평균 13.6건이었다. 의안을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전문성이 발휘될 여지는 있을지라도, 표면적으로는 교육의원의 평균 의안발의 실적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이전 도의회에서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제10대 도의회에서 5명의 교육의원이 제출한 의안은 32건으로, 1인 평균 6.4건이었다.

같은 기간 일반 도의원의 1인 평균 의안 건수는 9.8건으로, 역시 적잖은 차이를 보였다. 의안발의 건수 표본 자체가 적은 이전 도의회에서도 양상은 비슷했다.

일각에서는 정당에 소속된 일반 도의원의 경우 의안 통과 실적이 곧 차기 공천에 점수로 반영되는 현실적인 여건 때문도 적용된 결과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다만, 성적표에서 자유로운 교육의원들은 의안 발의가 적다는 것이 면피가 될 수는 없다.

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교육의원에게 주어진 책임과 권한이 일치하느냐의 문제다.

제주특별법에 명시된 교육의원 후보의 자격은 5년 이상의 교육경력 사항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과거 1년간 정당 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는데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육에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되지 않도록 경계하겠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이에 반해 현재 교육의원들은 일반 도의원들과 똑같은 권한을 가져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조례안 심사를 비롯해 예산안 심사, 도정질문, 행정사무조사에도 모두 참여하는 등 교육행정뿐만 아니라 일반행정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지니고 있다.

교육의원만으로 교섭단체 형성까지 가능한 구조에서 특정 사안에 있어 여야의 비율이 비등해지면 교육의원이 캐스팅보트가 됐다.

지난 10대 의회에서는 보수여당과 진보야당 의원 수가 비슷해지자 의장을 선출하는 최종 판단이 교육의원들의 손에 좌지우지될 뻔 했던 웃지 못할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5명의 교육의원으로 구성된 교섭단체 '미래제주'가 특정 사안을 위해 집단적으로 의견을 행사한 적은 없지만, 퇴직 교장들이 주축이 되다보니 다소 보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컸다.

제주와 달리 2014년 전국적으로 교육의원 제도가 일몰된 것도 이 같은 현상 때문이었다. 피선거권을 제외하면 직무상 일반 광역의원과의 차이점이 거의 없다보니 주요 사안에 있어 광역의원과 파이를 나눠먹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커진 영향력으로 인해 교육의원 직이 교육감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불편한 진실이다. 교육감 선거의 특성상 후보로서의 인지도를 넓힐 기회가 제한적이다보니 언론 노출 빈도가 잦은 교육의원들이 교육감 후보로 부상되는 사례가 많았다.

현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역시 교육의원을 역임한 이후 교육감에 당선됐다. 교육의원 신분으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인사만 4명에 이른다. 내년 지방선거에도 현직 교육의원들의 출마 여부가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관련 제도에 따라 단독 구성된 교육위원회의 위상이 떨어졌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6~7명으로 구성되는 타 상임위원회와 달리 교육위원회는 총 9명으로 구성된다. 교육의원 5명에 더해 일반 도의원 4명이 포함된다. 관련법상 교육위원회 위원 중 교육의원은 과반수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는 조항에 따른 것이다.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일반 도의원들에게 교육위원회는 대표적인 비선호 상임위원회로 꼽힌다.

그렇다보니 어느 때부터 교육위원회에 속한 4명의 일반 의원은 2명의 부의장과 소수정당 의원으로 구성되곤 했다. 전반기에 의장을 지냈던 의원도 후반기에는 자연스럽게 교육위 소속이 됐다.

교육자치로서의 궁극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교육의원 제도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③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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