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도당대회 중단, ‘원희룡 개입설’로 자중지란 빠진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중앙당이 차기 제주도당위원장 선출을 위한 도당 차원의 업무를 전면 중단시키면서 그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고, 일부 당직자들은 기자회견·성명을 통해 중앙당에 ‘반기’를 들었다. 이 와중에 ‘원희룡 지사 개입설’까지 거론되면서 문제가 점점 꼬이는 양상이다.

# 중앙당 한기호 사무총장 명의 공문 한 장이 몰고 온 파장…자중지란의 시작

국민의힘 제주도당에 따르면 당초 7월20일 열릴 예정이던 차기 도당위원장 선출을 위한 도당대회를 앞두고 중앙당에서 공문(협조요청) 한 장이 접수됐다.

한기호 사무총장 명의로 된 공문은 “차기 도당위원장 선출을 위한 도당대회와 선관위 업무를 중단하라”는 내용이었다. 말이 협조요청이지 ‘지시’인 셈이다.

제주도당은 지난해 7월말 취임한 장성철 위원장이 1년 임기를 마무리함에 따라 차기 위원장 선출을 위한 도당대회와 도당 차원의 선관위 구성 등 업무를 진행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 같은 중앙당의 제동은 이례적이었다. 중앙당은 7월 초까지만 해도 7월23일까지 각 시·도당 위원장을 선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 중대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차기 도당위원장을 놓고 각축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계획대로 경선이 치러질 경우 현 장성철 위원장과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도당위원장을 지낸 부상일 제주시을당협 위원장 등 5~6명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중앙당의 개입에 장성철 도당위원장이 가장 거세게 반발했다. 사실상 중앙당이 현 제주도당 지도부를 ‘불신임’ 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주말이던 지난 24일에는 제주도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해 “비공식적인 루트에 의한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근거해 도당대회를 중단시킨 것은 공정과 혁신이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도당 부위원장 15명도 27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번 중앙당 결정에 당을 사랑하는 도당 부위원장들은 매우 유감스러울 수밖에 없다. 중앙당이 제주도당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도당대회를 개최해 정상적으로 도당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도당대회 재개 결정을 중앙당이 내려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장 위원장에 힘을 실었다.

# ‘원희룡 배후설’에 ‘사당화’ 논란 확산, 점점 수렁에 빠지는 국민의힘

중앙당의 개입으로 인한 도당대회 중단 사태는 급기야 최근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원희룡 지사에게로 불똥이 튀면서 일파만파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원희룡 배후설’에 불을 지핀 것도 장성철 도당위원장이다.

그는 24일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책임은 도당위원장인 제가 가장 크게 져야하지만, 원 지사의 책임도 못지않게 크다”며 원 지사를 끌어들였다.

그는 “사실상 제주에서 국민의힘의 가장 큰 정치지도자인 원 지사는 제주도당 당연직 운영위원임에도 지난 1년 동안 도당 주요 행사에 참석한 적이 없다. 도지사 재임 7년 동안 도당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의 개입설이 언론보도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며 민선 6기 원희룡 도정 공약실천위원장을 역임한 H씨 이름까지 언급한 뒤 “원 지사의 대리인이나 다름없는 핵심측근이 도당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되면 사실상 원 지사가 도당을 장악한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8일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도 “제주도당이 예전에 비해 조직이 많이 안정화되면서 정당지지율도 민주당과 대등한 위치까지 올라왔다”며 “자칫 내년 대선, 지방선거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번 중앙당의 조치는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 원희룡 지사, ‘위원장(직무대행)-사무처장’ 최측근 H쌍포 앞세워 제주도당 장악?

중앙당의 ‘도당대회 중단’ 지시가 떨어진 후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도당 사무처장이 갑자기 전보된 것도 ‘원희룡 개입설’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중앙당은 지난 20일자로 B사무처장을 경기도당으로 전보 조치하면서 후임자는 발령하지 않았다. 개방형 공모를 통해 지역사정에 밝은 인사를 영입하겠다는 입장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역시 원희룡 지사의 측근인 또 다른 H씨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H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원 지사와 함께 ‘새누리당 탈당→바른정당 합류’ 등 정치행보를 같이 했다. 원 지사가 재선에 성공한 뒤에는 특별보좌관으로 채용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기도 했다.

제주도당의 얼굴격인 위원장(직무대행)과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처장을 원희룡 지사 측근들이 차지하게 된다면 원 지사로서는 한방에 제주도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내부소식에 밝은 한 인사는 “당내에서는 강제로라도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측과 지역 당원의 의사를 무시한 처사라는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다만 당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가 외부에 자중지란으로 비쳐지면서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은 중앙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본다. 당 내분이 오래가지 않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수습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원희룡 사당화’ 논란에 불이 더 붙으며 자중지란의 모습을 이어갈지, 아니면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둬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며 전열을 재정비하는 자정능력을 보여줄지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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