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전수조사결과, 기간제근로자 726명 ‘꼼수’ 계약…고은실 의원, 조례 제·개정 추진

제주도의회 포스트코로나대응특별위원회는 29일 오후 2시 의사당 소회의실에서 ‘기간제 근로자 퇴직금 보장 조례 제정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 포스트코로나대응특별위원회는 29일 오후 2시 의사당 소회의실에서 ‘기간제 근로자 퇴직금 보장 조례 제정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경기 불황과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취업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구직자의 시름이 어느 때보다도 깊은 요즘, 제주도 등 행정기관들마저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12개월에 못 미치는 이른바 ‘쪼개기 꼼수계약’을 일삼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의회가 행정에서 채용하는 기간제근로자가 이른바 ‘쪼개기 계약’으로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례 제·개정을 추진,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도의회 포스트코로나대응특별위원회(위원장 강성민)는 29일 오후 2시 의사당 소회의실에서 ‘기간제 근로자 퇴직금 보장 조례 제정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는 지난 4월 제394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고은실 의원(비례대표, 정의당)이 “기간제근로자에 대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근로시간 쪼개기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이후 정책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근로계약이 1년 이상일 경우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당국이 기간제근로자의 근로기간을 1년 중 며칠 모자라게 계약하거나 계약기간을 쪼개는 등의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게 고 의원의 지적이다.

이 같은 고 의원의 지적에 따라 제주도가 지난 4월27일∼5월10일 기간제근로자 계약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기준 12개월에서 일부 기간을 제외해 근로계약을 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381명(제주도 8명1, 제주시 91명, 서귀포시 209명)에 달했다. 이와 함께 사실상 지속 고용 인력으로 볼 수 있는 11개월 근로계약자 또한 335명(제주도 30명, 제주시 12명, 서귀포시 293명)이나 됐다.

꼼수도 다양했다. 근로기간을 1년보다 3~7일 정도 부족하게 계약하거나, 일부 읍면동에서는 한 근로자와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일하는 것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가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 기존 계약을 해지, 12월 중순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재계약하기도 했다.

지급 기준도 읍면동마다 제각각이었다. 1월2일부터 12월31일까지 동일한 계약으로 근로를 마친 근로자도 일부 읍면동은 퇴직금을 지급하고, 일부는 365일에서 하루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상시고용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해 5개월, 6개월, 11개월 등 월 단위로 나눠 계약하는 이른바 ‘쪼개기 계약’도 많았다.

행정기관조차 퇴직금 지급을 피해가기 위해 ‘쪼개기 꼼수 계약’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행정기관의 기간제근로자 채용과 관련해 이른바 ‘쪼개기 계약’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생활임금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고은실 의원(비례대표, 정의당).  ⓒ제주의소리
행정기관의 기간제근로자 채용과 관련해 이른바 ‘쪼개기 계약’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생활임금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고은실 의원(비례대표, 정의당). ⓒ제주의소리

고은실 의원은 이 같은 폐단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으로 ‘제주도 생활임금 보장 및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고 의원이 공개한 개정조례안은 국가 법정 퇴직금제도와 별개로 생활임금 적용 대상 근로자에 대해 1개월 이상 1년 미만 근로계약에 대해서도 근로계약 비율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하는 ‘제주형 약정 퇴직금제도’를 신설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와 관련해 고 의원은 “기간제 근로자를 대상으로 약정 퇴직금 제도를 우선 적용함으로써 향후 민간 영역으로 확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어진 토론에는 “생활임금 조례를 개정할 경우 적용 대상이 제주도와 양 행정시가 채용하는 기간제 근로자뿐만 아니라 출자·출연기관(공공부문)과 민간위탁(준공공부문) 근로자까지 포함돼 너무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조례로 민간부문까지 강제한다면 조례 입법 권한범위를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라며 법률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 고 의원은 “근본적 개선은 1년 미만 근속한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생활임금 조례개정만 고수하지는 않겠다. 행정기관에 대해 우선 시행한다면 단일 조례 제정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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