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제주언론학회 ‘제주 제2공항과 저널리즘 현상’ 세미나 개최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 예정지가 결정된 이후 마을주민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언론이 잘 반영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인 반면, 지역 기자들은 마을주민 취재에 공을 들였다는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이목을 끌었다.

지역 언론의 보도 양상이 기관 주요 인사 등 엘리트 취재원에 집중하고 중계 보도식 관행을 보여온 것으로 확인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제주언론학회(회장 최낙진)는 3일 오후 1시 제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세미나실에서 ‘제주 제2공항과 저널리즘 현상’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제주 제2공항과 저널리즘 현상’을 비롯해 △지역성 관점에서 본 지역방송의 역할과 미래 △언론보도에 나타난 아동과 청소년 인권 △통신혁명이 가져온 미디어산업 변화와 지역언론 등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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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언론학회 세미나 ‘제주 제2공항과 저널리즘 현상’ 제1주제에서는 ‘제주 제2공항 언론보도 생산자 연구: 취재기자의 보도 인식을 중심으로’ 발표가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을 받아 진행된 ‘제주 제2공항과 저널리즘 현상’ 세미나는 제2공항과 관련해 나타난 여러 저널리즘 현상들을 언론학 관점으로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대학원생과 교수들이 지난 1년 반 동안 제2공항 언론보도와 취재기자, 마을주민, 찬반 단체 등 관계자를 만나 분석한 심층 인터뷰 방식의 질적 연구 내용이 논의됐다.

전체사회는 이서현 한국지역언론학회 총무이사(제주대 언론홍보학과 조교수)가 맡았으며, 제1주제는 ‘제주 제2공항 언론보도 생산자 연구: 취재기자의 보도 인식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신윤경, 이지화 대학원생이 발표에 나섰다. 

고영철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명예교수가 사회를 맡고 토론에는 △박성순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윤희각 부산외국어대학교 만오교양대학 교수가 참여했다. 

발표자들은 “2015년 11월 10일 성산읍에 공항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접한 해당마을 주민들은 언론을 통해 국토부의 발표를 접했다”며 “이 과정에서 주민 의견은 고려되지 않았으며, 부지 선정 과정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도 더해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는 성산읍 내 주민들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공동체 분열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제주 사회에 표류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역 언론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2공항 취재기자들의 보도에 반영된 뉴스가치는 무엇이며, 이들의 취재 관행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며 “이번 연구는 제2공항 취재 보도 과정에 있어 그들의 인식을 살펴보는 생산자적 연구”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제2공항 언론보도 관련 최근 연구에서는 편중된 취재원과 보도자료를 토대로 한 출입처 취재가 많았음을 밝혔다”며 “출입처와 보도자료 의존 등 취재 관행은 복제 보도 관행의 결과를 만들며 결국 뉴스 생산자는 다르지만, 가치는 같아지는 현상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또 언론의 조직 문화는 본질적으로 갈등을 뉴스 아이템으로 선호한다며 갈등 이슈를 보도할 때는 균형적 보도를 통해 해결책을 찾는 등 사회적 책임을 가진 보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발표자들은 제주 제2공항 취재기자들의 △보도에 반영된 뉴스가치는 △취재관행 △공론장으로서 제2공항 보도에 대한 평가 등을 연구문제로 설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방법은 제2공항 관련 뉴스를 생산하고 있는 10년 이상 경력, 2015년 11월 10일 이후 200건 이상 제2공항 관련 기사를 작성한 방송, 일간지, 인터넷신문, 통신사 등 소속 기자와의 질적 인터뷰 방식이었다.

연구 결과 공항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과 갈등 이슈가 뉴스 가치로 선택됐으며, 균형성을 추구했지만 중계보도도 여전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가 제2공항 사업에 어떤 관념을 가지고 뉴스를 취사선택, 강조하느냐는 기사 내용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며 “제2공항 예정지 발표 전엔 공항 인프라 확충 필요성이, 발표 이후엔 성산읍 예정지 주민들의 갈등 사안을 주로 보도했다”고 피력했다. 

제주 해군기지 입지 선정과 공사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갈등을 지켜봐 온 지역 기자들이 제2공항 사업이 또 다른 지역 내 갈등 사안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측했다는 것.

더불어 “기자들은 개인 견해를 직접 드러내는 것은 기자의 직업윤리에 맞지 않는다는 견해를 공통적으로 보이기도 했다”며 “연구에 참여한 취재기자들은 기사의 근거를 사실에서 찾고 찬성과 반대의 논리를 동시에 담으며 균형을 찾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제2공항 찬성 단체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은 A기자는 제2공항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본인은 반대하기 위해 기사를 쓴 것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제2공항 관련 취재는 다른 취재보다 신중하게 진행했다는 답변도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찬반이 첨예하고 지역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사안인 만큼 여러 차례 확인 절차를 거치거나 다양한 취재원을 고려했다는 답변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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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고영철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명예교수와 발표자 이지화, 신윤경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대학원생.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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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토론에 참여한 윤희각 부산외국어대학교 만오교양대학 교수, 박성순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발표자들은 취재기자들이 인력이 제한돼 기계적 중립을 택할 수밖에 없거나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어 중립적 태도를 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심층 보도를 하기엔 어려운 여건이라는 것이다.

이어 취재원 편중에 대한 지적과 취재기자들의 견해가 다르다며, 기존 연구에서는 일반 도민과 사업 예정지 주민 취재원 비율이 낮았으나 이번 연구에서 취재기자들은 주민들과 접촉하기 위해 적극적 행동을 보였고 기사에 반영했다는 입장을 드러내 상반된 인식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연구 대상인 취재기자들이 대체로 마을 주민에 대한 취재에 공을 들였고 제2공항 예정지 발표 이후 초장기부터 현장을 찾아 마을 목소리를 듣기 위한 취재를 이어왔다는 것.

발표자들은 “이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균형적 보도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뉴스 생산자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 국책사업 찬반 갈등 쟁점을 확인하고 갈등을 줄이기 위해 언론이 제 역할을 했는가에 대해서 취재기자들은 대체로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고 했다. 보도내용이 제2공항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진영의 근거 논리로 활용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발표자들은 “이번 연구는 국책사업 과정을 취재한 취재기자의 인식을 알아본 연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국책사업과 갈등 이슈를 어떻게 취재기자가 인식하고 다루는지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윤희각 교수는 “생산자를 선택해 언론보도 행태와 기자 인식을 연구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며 “뉴스 가치와 취재 관행, 보도 평가를 인터뷰해 독자들이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이해가 충분히 될 만큼 쉽게 풀어쓴 노력도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제주 언론계에서 게이트키퍼와 게이트키핑이 작동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한 뒤 “언론의 엘리트 취재원 편중과 관련해서는 왜 접근이 안 되는지, 접근하려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뉴스 생산자가 스스로 접근을 포기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질문이 있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뉴스 생산자에 대한 양적 연구도 병행했으면 좋았겠다. 질적 연구 대상자 이외에 제주 2공항의 직간접적 뉴스 생산자인 제주도청, 제주경찰청 출입 기자에 대한 설문조사를 병행했으면 어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박성순 교수는 “방송이나 언론이 해줘야 하는 공적인 역할은 대표적으로 지역성이다. 본 연구에서 다루고 있는 지역 국책사업에 대한 보도는 객관적이고 지역적 특성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러나 분석한 내용대로 뉴스 생산자들은 다양한 현실적 문제에 막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앞으로 지역 언론의 역할은 기존 시대보다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는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 취재기자들의 인터뷰 자료를 확보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학술적 가치가 있을 것 같다”며 “지역 언론이 가진 고민과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제시하는 학술적 연구도 꾸준히 있어야 하겠다”고 평가했다. 

제1주제에 이어 ‘탐사보도형 장기 기획보도 연구: KBS제주 <제주 제2공항> 뉴스를 중심으로’, ‘마을미디어 ‘깃발’’, ‘제주 제2공항 언론보도에 대한 텍스트 분석: ‘땅’ 관련 용어를 중심으로’ 등 주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한편, 이번 제주언론학회 세미나는 ‘지역성 관점에서 본 지역방송의 역할과 미래’, ‘언론보도에 나타난 아동과 청소년 인권’, ‘통신혁명이 가져온 미디어산업 변화와 지역언론’ 등 다른 주제로도 개최됐다. 

3일과 4일 이틀간 제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과 서귀포시 제주호텔 더 엠에서 강원,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충청, 광주·전남, 호남, 제주 등 전국 7개 지역언론학회 소속 회원들의 학술논문 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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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에 참석한 한국지역언론학회 소속 각 지역 회장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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