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55) 내 노동 현장에 필요한 휴식을 찾자

얼마나 어떻게 쉬어야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의 휴식 시간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노동자가 1일 4시간 이상 일한 경우 30분 이상, 8시간 일한 경우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보장받도록 한다. 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다. 휴게 시간이 길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제대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시간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각 현장의 특성에 따라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최근 전국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 10월 ‘기후여건에 따른 건설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을 고용노동부장관에 권고했다. 폭염·한파로 인한 노동자의 재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특히 기후 여건에 취약한 건설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증진을 위한 내용을 담은 것이었다. 

▲ 열사병 예방을 위한 가이드에 육체노동강도에 따른 체감온도의 차이를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을 명시할 것 

▲ 폭염·한파 등 기후여건으로 작업을 중지한 건설노동자에 대하여 감소된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

▲ 건설현장에 설치해야 할 편의시설을 확대하고 각 편의시설의 세부 기준을 마련할 것 

이와 관련하여 지난 7월 25일 정부는 ‘폭염 대비 노동자 긴급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폭염 발생시 열사병 3대 예방 수칙(물, 휴식, 그늘)을 강조하는 기존의 내용을 포함하되, 특히 육체 노동의 강도가 높은 건설업의 경우에는 무더위 시간(14시~17시)의 작업 중지 등을 엄격하게 지도하겠다는 내용이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온열 질환 재해자의 상당수가 건설 노동자였고, 온몸을 써서 일해 온열 질환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특히 건설업이 강조된 것이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국가 및 공공기관 발주 공사 현장에 대해 발주 기관이 공사를 일시 정지할 수 있고, 계약 기간 연장 및 계약 금액을 조정하고 폭염으로 시공이 지체된 경우 지체 상금을 면제하는 내용까지 지침에 포함되었다. 또한 건설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고온의 실내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물류 센터, 조선소, 철강업의 노동자도 지도 점검의 내용에 포함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휴게 시설이 필요한지는 각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구체적으로 어떠한 휴게 시설이 필요한지는 각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쉴 환경에 대한 것은 옥외 작업 노동자 뿐만이 아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은 사업주가 일하는 사람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시설을 갖추게끔 명시하고 있다. 환경미화, 오물의 수거·처리 업무, 폐기물 선별·처리 업무 등의 경우에는 노동자가 접근하기 쉬운 장소에 세면, 목욕시설, 탈의 및 세탁 시설을 설치하도록 한다.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의자를 비치하여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야간에 작업하는 노동자 중 수면을 취할 필요가 있는 경우 성별이 구분된 수면 장소를 설치하고 침구와 필요한 용품을 갖추고 정기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지난 7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시행 규칙 상에 존재했던 사업주의 휴게 시설 설치 관리 의무를 명시한 산업안전보건법을 통과시켰다. 사업주는 근로자(관계수급인의 근로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가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휴게 시설을 갖추어야 할 구체적인 설치 대상 사업장과 규모, 휴게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시설의 크기, 위치, 온도, 조명 등의 내용은 시행 규칙으로 정하게 된다. 어떠한 내용이 마련되어야 할지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휴게 시설이 필요한지는 각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현장의 의견이 반영된 실질적인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규칙에 있는 휴게 시설에 관한 조항들은 현장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난 이후에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어 제도화 된 과정이 있었다. 2010년을 전후로 서울 지역 대학 청소 노동자를 중심으로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확산되면서 청소 노동자의 휴게 시설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화장실 한 구석이 쉴 공간이었던, 학교에 존재하지만 유령처럼 지내온 청소 노동자의 휴게실을 보장하기 위한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2008년 전국적으로 진행된 ‘의자캠페인’은 마트, 면세점, 백화점, 유통업체 등의 노동조합이 주축이 되어 서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에게 하지정맥류 등의 질환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의자를 마련하자는 것이었고 이후 제도화 되었다. 근로계약서상 휴게 시간이지만 경비실에서 불을 켜고 쪽잠을 자야했던 경비 노동자가 주축이 되어 별도의 수면 시설을 설치의 필요성을 부각시켰고 법제화 되었다. 

최근에도 마트에 일하는 노동자가 중심이 되어 박스에 손잡이를 달아 부상과 질환을 예방하자는 운동이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켜 대형 마트들이 연이어 손잡이를 달겠다는 발표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충분한 휴식의 보장을 통한 노동자의 건강은 일의 효율과 연계된다. 

내가 일하는 현장에서의 충분한 휴식의 권리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면 어떨까.

#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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