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도농업기술원 유튜브 강의 “6~7월 사용 권장”...전문가들 “여름철 사용은 약해 우려 커”

제주의소리 독자와 함께하는 [독자의소리]입니다. 

제주에서 감귤을 재배하고 있는 도민 김도균(가명) 씨는 최근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유튜브 강의를 보다가 의문이 생겼습니다. 

일반적으로 여름철에는 약해가 우려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살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던 기계유 유제(機械油 乳劑)를 7월 20일께 기준 10일 전후로 뿌리라고 권장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여름철에 살포하게 될 경우 약 600배로 희석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강의는 100배일 때 95% 살충률, 150배일 때 90%의 살충률을 보인다며 살포 방법을 안내하고 있어 혼란스러웠습니다.

기계유 유제를 각종 농약 안내자료에서 찾아보니 크레졸·비누 등의 유화제(乳化劑)를 기계유에 배합하여 만드는 살충제이고, 주성분은 보통의 기계유인데 곤충의 몸 표면을 기름으로 싸서 질식시키는 점이 특징인 월동해충 방제약이라고 소개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도균 씨는 무더위에 기계유 유제를 살포할 경우 약해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지금까지 조심해 왔는데, 공기관인 도농업기술원 유튜브 강의에서 여름철에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것은 잘못 아니냐고 제보해왔습니다.

도균 씨는 “6월 이후면 노지감귤이든 시설감귤이든 열매가 한창 성장하고 있는 시기다. 이런 여름철에 기계유 유제를 뿌리면 감귤의 생장에 치명적이라고 알고 있다"며 "특히 여름철은 기온이 높아 기계유 유제를 살포하면  약해가 심할 수 밖에 없다. 농약지침서에도 주로 겨울철에 뿌리도록 나와 있는데, 농업기술원 유튜브 강의는 여름철에 살포하라고 권장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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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업기술원 강의에서는 감귤 응애류 해충을 잡는 기계유 유제를 여름철인 7월 20일께 살포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여름철 고온기에 사용할 경우 심각한 약해가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제주의소리

실제로 유튜브에선 제주도농업기술원 ‘만감류 6~7월 재배관리’라는 제목의 강의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강의에서 강사는 “기계유 유제는 봄과 여름에 정확히 치면 응애방제에 도움이 된다”며 “100배 희석할 때 95%, 150배 희석할 때 90%의 살충률을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6~7월 여름에 100~150배의 희석률로 살포하라고 권하고 있던 것이지요. 

강사는 이어 “노지감귤은 2차 생리낙과가 끝나는 7월 상순 이후 7월 20일을 기준으로 10일 전후에 살포하면 된다”며 “8월 이후는 감귤이 성숙기에 들어가는 시기라 광합성량이 떨어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8월이 아닌 6~7월까지는 살포하라는 셈이지요. 

또 “만감류는 생리낙과가 6월 상순이나 중순께 끝나니 그때 응애가 보이기 시작하면 살포하면 된다. 응애가 없다면 최대한 늦추면 좋겠다”며 “여름철 기계유 유제를 사용할 때 다른 약제를 혼용하면 농도장애가 나타날 수 있으니 다이센 정도만 섞거나 단독 사용을 권장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주의소리]가 감귤 관련 농업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여름철 기계유 유제를 실질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현재욱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장은 “기계유 유제를 여름 같은 고온기에 살포할 경우 위험성이 있다.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살포해야할 이유가 어떤게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실질적으로 이 시기(여름)에는 사용하진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어 “기계유 유제는 약제가 마르지 않는 시간이 길거나 기온이 높을 때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여름철엔 고온다습하니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살포 시기 외에 희석 비율에 대해서도 조언했습니다. 현 소장은 “기계유 유제는 보통 봄철인 4~5월까지 100~200배로 희석해 사용한다. 부득이 여름철에 다이센을 섞어 쓸 경우 500~1000배까지 희석해야 한다”며 “또 다이센을 섞어 사용하는 이유는 응애보다 검은점무늬병 방제를 위한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기계유 유제 피해와 관련해선 “잘못 사용할 경우 잎이 기형으로 자라거나 새순이 타버리고 열매 착색이 늦게되는 등 피해가 발생한다”며 “가장 큰 문제는 껍질에 약이 묻었던 흔적이 상처로 남아 비상품으로 전락하는 약반 증상”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사진=제주도농업기술원 유튜브 갈무리.
여름철 살포는 작물 피해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달리, 제주도 농업기술원 강사는 여름철 기계유 유제 살포는 가을철 응애 방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약해가 발생하는 것은 대부분 다른 약제와 잘못 혼용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사진=제주도농업기술원 유튜브 갈무리.

여름철 응애류 방제와 관련해선 “노지의 경우 봄철, 시설재배의 경우 수확 이후와 개화 초기, 가을철에 기계유 유제를 살포하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여름철에 응애가 발생할 경우 일반 농약을 사용하거나 심각하지 않다면 선선해질 때까지 기다릴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습니다. 

6~7월이면 온도가 엄청 높아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고 응애류가 크게 증가하는 경우가 없어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입니다. 응애 밀도가 높아 농약으로도 안 될 경우에는 농가에서 피해를 감수하고서 기계유 유제 살포를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추가 검증을 위해 이어 농약 판매를 담당하는 A농협과 B농협 두 곳에 문의해봤습니다. 여름철 사용은 권장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농협 관계자는 “기계유 유제의 여름철 살포는 권장하지 않지만, 꼭 치겠다고 하면 아주 옅게 희석해 사용하는 등 약해가 나타날 수 있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작물보호협회가 발간한 작물보호제 지침서 역시 기계유 유제와 관련해 ‘과일을 수확한 후 12월~1월까지 경엽처리’하는 것을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월동해충 방제 때문입니다. 

응애류와 깍지벌레 등 해충을 방제하는 기계유 유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내성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잎사귀 등에 살포해 기름으로 뒤덮어 해충을 질식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설명서에는 ‘시설재배 작물에는 고온 등의 영향으로 약해 우려가 있으므로 사용하지 마십시오’라는 주의사항도 기재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인 도 농업기술원 공식 유튜브 강의에서 여름철 사용을 권장하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유튜브 강의를 맡은 담당자에게 취재기가자 직접 물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기계유 유제를 여름철에도 살포하는 이유는 이때 적절하게 살포하지 않을 경우 가을철 응애 방제가 상당히 곤란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약해 우려는 약간 있지만 대부분의 약해 발생 원인은 다른 약제와 혼용하면서 생기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다이센 외에는 혼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강의를 해오며 큰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약해 문제가 발생한 것은 대부분 기계유 유제와 다른 약제들을 혼용해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일반 농가에다 여름철에 기계유 유제를 살포하라고 농협같은 곳에서 권장하게 되면 농가에서는 아무 약제나 섞어도 된다고 인식할 수 있다”며 “그만큼 혼용에 따른 피해 등 문제가 많기 때문에 현장에서 쉽게 권장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다른 전문가들이나 농약지침서와는 결이 다른 해명이었습니다.  

여름철 특성상 연일 폭염특보가 발효되고 잦은 소나기나 요즘처럼 늦장마까지 찾아오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반복되기 마련입니다. 농업전문 공기관이 안내하는 농약사용 안내 정보가 혼란이나 피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좀 더 정확한 정보 제공으로 현장의 농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정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적정 약재, 살포시기, 희석비율 등 정확한 정보를 기초로 한 적절한 약제 사용은 해충 방제에 도움이 되겠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살포할 경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무엇보다 농가 스스로의 주의가 요구됩니다. 

제주도가 감귤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대과 2만톤을 긴급 수매키로 했다.
기계유 유제는 고온기 감귤에 피해를 줄 수 있어 신중히 사용해야 합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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