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8월말 과거사 배보상 기준 용역 완료...차등지급 계획 철회해야

행정안전부가 4.3 배보상 기준 제도화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차등지급'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4.3기념사업회는 10일 입장문을 내고 '제주4.3 배보상 차등지급은 또 다른 차별'이라며 4.3특별법 개정 취지를 역행하는 차등지급 기준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념사업회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행안부가 의뢰한 과거사 배·보상 기준 제도화 관련 용역이 8월 말로 완료될 예정"이라며 "한국법제연구원 등이 진행하고 있는 '과거사 배·보상 기준 제도화에 관한 연구' 용역의 주요 내용들이 그동안 사실상 비공개되면서 궁금증만 증폭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기념사업회는 "그동안 쟁점 중 하나인 4·3 배·보상 관련한 지원금액의 경우 ‘손해3분설’을 원칙으로 적극적 손해(의료비 등)와 소극적 손해(급여 등), 정신적 손해(위자료) 등을 보상한다는 기준(안)을 제시했다"며 "특히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이익 즉 ‘일실이익’을 산정해서 지급하는 것을 기준안으로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배·보상 범주로 제시된 것은 ▲생활지원금 ▲의료지원금▲위자료 ▲일실이익 등 4가지다.

하지만 기념사업회는 "생활지원금과 의료지원금은 이미 현행제도에서도 운영되고 있다"며 "결국 ‘위자료’와 ‘일실이익’ 두 가지가 제주4·3특별법 개정에 따라 추가되는 내용으로 위자료(또는 특별위로금)의 경우 지급 액수는 공개된 바는 없으나 정신적 손해배상이라는 측면에서 동일한 금액으로 지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가장 지원액 규모가 클 수밖에 없는 소위 ‘일실이익’과 관련한 내용이다. 

기념사업회는 "일실이익은 4·3 당시 희생당하거나 행방불명된 당사자의 당시 평균임금(또는 월급여액)에 취업 가능 기간을 곱한 값에 생활비 등을 공제한 금액으로 지급하겠다는 의미"라며 "이 방식을 택한다면 예를 들어 동일한 ‘북촌사건’으로 인해 사망한 4·3희생자가 발생했는데, 4·3 당시 10세였던 희생자와 70세였던 희생자 간 ‘차등지급’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념사업회는 "같은 나이인데 직장인인 경우와 농사 짓는 경우도 차이가 클 것이고, 55세 이상은 생산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또 소득이 있다고 해도 이에  대한 입증은 결국 유족이 개인별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는 4·3 희생자를 배·보상 금액을 기준으로 다시 구분 짓고 분열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념사업회는 "배·보상 기준안은 오히려 제주4·3특별법 개정 취지와 4·3의 진정한 명예회복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내용"이라며 "배·보상 금액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구조적인 차별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념사업회는 "무엇보다 ‘일실이익’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4·3 당시 연령뿐만 아니라 성별, 직업군 등까지 파악해야 한다는 점에서 당시 이를 공신력을 갖추고 입증할 수 있는 세부적인 임금통계나 정확한 생활비 산정금액 등이 존재했었는지도 의문"이라며 "통상적인 물가상승률만이 아닌 임금상승률을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며, 나아가 또 다른 4·3희생자인 4·3후유장애인, 4·3수형인에 대한 객관적인 지급 기준 마련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기념사업회는 "배·보상 절차와 관련해서는 신청주의 채택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유족의 입장에 선다면 4·3 희생자 개개인에 대한 사실상의 세부적인 재심사가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배·보상의 기준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기념사업회는 "이번 연구용역이 중요한 것은 4·3특별법 개정에 따른 후속적인 제도개선의 방향성을 제시하려고 하는 데 있다"며 "실제 배·보상 지급액 기준만이 아니라 ▲배·보상 청구권자의 범위 ▲지급 절차와 방법 ▲가족관계등록부 작성 및 정정 등 쉽지 않은 쟁점들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기념사업회는 "4·3 희생자이지만 집단학살 등으로 인해 법률상의 유족이 존재하지 않는 소위 ‘무연고 4·3희생자’ 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과 4·3 특별법 개정 과정에서 또 다른 쟁점이었던 4·3 수형인에 대한 ‘직권재심’ 조항에 대한 현실화 문제를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념사업회는 "행안부도 인식하고 있듯이 이번 용역은 직접적으로는 제주4·3만이 주요대상이지만, 이번 정부 용역에서 설정된 기준은 별도로 특별법이 통과된 ‘여순사건’을 비롯해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등 한국 과거사 청산 문제에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밖에 없다"며 "행안부는 관료 사회 중심으로 용역 최종안을 작성하려 하지 말고 공론화를 통해 국민들의 지혜를 모아 제대로 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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