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수소폭발 및 방사능 유출 사고 모습. 사진=KBS 지식채집프로젝트 베짱이 <후쿠시마 원전사고...그 후 8년> 방송 갈무리.

2011년 지금부터 10년 전의 일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당시 정권을 쥐고 있던 민주당의 간(管) 총리는 원전을 일본 국내에서 없애자는 정책을 내놓았다가 결국 총리 자리에서 내몰리게 되었다. 그 뒤에 어마어마한 일본의 전력회사와 이와 담합하는 자민당 정치인들이 있었다.

2011년 8월 자민당 노다 총리가 들어선 일본에서 핵은 다시 고개를 들게 되었다. 원전 폐기에 앞장 선 간(管) 총리를 내몬 핵 재벌들은 노다와 추종자들, 즉 원전을 반대하지 않는 양순한 지도자를 손아귀에 넣고 다시 원전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0년 말에 원전 건설을 일본과 계약한 베트남, 그리고 2011년 말 원전 수주를 체결한 터키, 그리고 원전을 타진했던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활발하게 원전의 온기를 키워가고 있었다. 나라가 핵발전소 파괴로 방사능 오염이 심각해지는 현실 속에서도, 돈이 되면 모든 짓을 다 하겠다는 핵마피아의 무서운 집념이 묻어난다. 그렇게 혼이 나고, 그래서 원전을 포기한다고 선언하기까지 한 일본은 어느 새 돌변했다. 동경전력을 위시한 핵 재벌에 휘둘리고 있었다. 이런 파탄을 보면서 일본의 불안을 읽었다. 이것을 보면서 한국이 자각하면 좋겠는데, 문재인 정권 이후가 문제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핵 원전을 팔아먹는 것으로 국위를 선양한다고 여기는 지도자가 잠재되어 있다. 중동 아랍에미레이트에 원전을 수주한 후, 그 기술력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한수원은 최근 동유럽의 루마니아와 수출을 시작했고, 주변 터키와 폴란드에도 계약을 성사시키고 있다. 이런 핵의 수호자가 바로 조선일보를 위시한 언론들이다. 10년 전 엄청난 재난이 이웃 국가에서 벌어졌는데, 우리는 지진이 없는 나라이니 안심이라고 문제를 덮어버리고 있다.

그런데 왜 원전에 집착하는가. 사람을 죽이고 대대손손 사람을 못살게 하는 이 원전을 버리지 못할까. 그것은 정치인과 원전 회사 관계자와 에너지 학자의 끈끈한 이익의 카르텔이 있기 때문이다. 핵폭탄으로 망한 기억이 있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의 그 엄청난 고통을 당하면서도 아직도 핵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그 자본의 결속과 정치적 결단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새삼 느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기고 있다. 정치를 시작하고 첫 대변인에게 정책을 공포한 윤석열이 첫 번째로 원전 핵 활성화를 들고 나섰다. 이뿐만 아니다.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첫 정책을 발표한 최재형이 역시 원전 핵을 들고 나왔다. 새로운 정치적 결단이 ‘원전 핵’이었다는 것은 그 뒤에 큰 정치 후원자가 누군가를 가늠게 하는 일이었다. 윤석열 후보는 후쿠시마에 핵 방사능 오염이 없었다고까지 발언하고 있음을 볼 때, 그 저의가 이해되지 않는가.

허남춘 제주대 국문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최근 4년간 핵 탈피를 정착시켜 왔고, 우리 삶이 핵으로부터 안전해질 것이란 기대를 했는데,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현 정권도 국내 핵 탈피의 기조를 지켰지만, 해외 핵 원전 판매에는 방조했던 과실이 있다. 핵 에너지의 문제를 한국이 너무 소홀히 다루고 있으며, 일본에서 일어났던 사건이 조만간 우리에게도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다. 차기 지도자 그룹들이 한결같이 국내 핵 발전을 들고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 마피아도 핵 기술력을 지닌 학자들과 결탁하고, 언론을 호위무사로 삼고 드디어 지지율이 높은 야당 정치권과 새로운 판짜기를 시작하고 있다. 위태로운 조국의 핵 기술력을 자랑으로 삼는 것이 정치권과 여론의 동향이어서 안타깝다. 우리도 10년 전 일본처럼 처참해질 수 있음을 기억하자. / 허남춘 제주대 국문학과 교수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