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마흔세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1.

곶자왈은 ‘곶(곶자왈수藪)’과 ‘자왈(木)’의 합성어로 된 고유 제주어로, 곶은 숲을 뜻하며, 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서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 표준어의 ‘덤불’에 해당한다. 곶자왈은 돌무더기로 인해 농사를 짓지 못하고, 방목지로 이용하거나, 땔감을 얻거나, 숯을 만들고, 약초 등의 식물을 채취하던 곳으로 이용되어 왔으며, 불모지 혹은 토지이용 측면에서 활용가치가 떨어지고 생산성이 낮은 땅으로 인식되었다. 곶자왈 내 용암이 만들어 낸 요철(凹凸) 지형은 지하수 함양은 물론 다양한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숲을 이루어,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1997년 이래 곶자왈 지대를 지하수 보존 등급 2등급 및 생태보전 등급 3등급 지역으로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는데, 그 면적은 113.3㎢로 제주도 전체 면적의 약 6.1%를 차지한다. 곶자왈 지대는 지형 경사가 급한 남북부 지역을 제외한 동서부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데, 크게 다섯 지대로서, 동쪽에서 부터 구좌-성산 지대, 조천 지대, 교래-한남 지대, 애월 지대 그리고 한경-안덕 지대이다. 곶자왈 지대에 대한 관심은 지하수 분야뿐만 아니라 동식물 등 생태 분야로까지 확대되면서 학술적 가치 및 보전의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질학적으로 곶자왈 지대는 제주도의 화산활동 중 최후기 단계인 약 10만 년에서 3만 년 전 화구로부터 분출된 분석과 용암 그리고 분석구의 사면 붕괴로 인해 만들어진 용암 지형으로, 지표 아래로는 평균 3~10m 두께를 갖는 용암층이 마치 시루떡처럼 겹겹이 쌓여 있고, 용암층 사이 사이에는 두께 1m 내외의 고토양층이나 화산쇄설물 퇴적층이 분포하는 지하 지질구조를 이루고 있다.

화순곶자왈 생태숲 내부용암판 하부에 최대 30cm 내외의 조그만 숨골이 형성되어 있다. 곶자왈을 구성하는 용암류는 아아 용암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제주도 북동부와 서부 해안가에서 흔히 관찰되는 파호이호이 용암류를 포함한다. 곶자왈은 용암류의 성질, 유동 형태 그리고 용암이 냉각되는 동안 형성된 다양한 절리 및 함몰 지형 형태, 그 이후 겪게 된 풍화, 침식 그리고 식생의 발달을 통해 오늘날의 모습을 하고 있다. 즉, 곶자왈은 외견상 ‘지형 지질 측면에서 보면 토양이 거의 없거나 그 토층의 심도가 낮으며, 화산 분화시 화구(오름)로부터 흘러 나와 굳어진 용암의 크고 작은 암괴가 요철 지형을 이루고 있고, 식생 측면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양치식물과 함께 나무(자연림)와 가시덩굴이 혼합 식생하고 있는 자연 숲지’를 지칭한다.

안덕곶자왈의 경우, 병악(혹은 대병악,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표고 492m) 및 소병악(혹은 족은오름, 표고 473m) 일대에서부터 상창리를 지나 화순리, 그리고 산방산 근처 해안까지 최대 약 1.5km의 폭으로 약 9km에 걸쳐 분포하는데, 지역에 따라 ‘상창곶자왈’과 ‘화순곶자왈’로 불린다. 안덕곶자왈을 구성하는 용암은 병악 및 소병악으로 부터 분출한 아아 용암으로 현무암질 조면안산암 조성을 가진다. 안덕 곶자왈 지대는 그 주변에서 비교적 평탄한 저지대를 이루는 파호이호이 용암을 피복하고 있어 지형적으로도 구분된다. 아아 용암 시료에 대한 Ar-Ar 연대 측정 결과, 안덕곶자왈은 최고 7만 7천 년 전에서 3만 5천 년 전의 용암 분출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1960년대 초에는 서광 남송악 일대의 곶자왈에서 삭다리나무를 걷어 모슬포 오일장에서 팔고 학교를 다녔던 곳, 곶자왈이다. 60년전 누이가 곶자왈에서 나무를 해서 ‘교수’되라면서 사준 ‘영어사전’,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늘 고맙다. 

ⓒ제주의소리
생태계의 보고이면서 제주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곶자왈. ⓒ제주의소리

2.

바다의 곶자왈은 제주섬 주변에 해안가를 중심으로 뻗어있다. 제주중산간 곶자왈을 바닷속으로 옮겨 놓았을 뿐이다. 사람 대신에 바닷고기와 해초류가 사는 곳이 바다 곶자왈(海藪木)이다. 누구는 중산간의 곶자왈을 파괴해서 잘 사는 제주로 발전시켰다 자랑하고, 다른 누구는 바다의 곶자왈에 풍차라는 칼을 꽂고 ‘청정과 공존’이라며 대권에 나간다.

2017년 1월 18일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준영 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제주도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해상풍력프로젝트가 소음과 진동 등 해양생태계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사업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18일 제주도에 따르면 국내에 가동 중인 풍력발전기는 모두 531대(2017년 1월 기준)로, 이 중 해상풍력발전기 10기는 모두 제주도에 설치돼 있다. 제주도는 올해 2조6898억원을 투입해 해상풍력발전기 5기를 추가로 건설할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우선 시범지구 지정이 완료된 한림해상풍력(100MW)의 착공을 추진한 뒤 대정해상풍력(100MW)은 지구지정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후 월정·행원(125MW), 한동·평대(105MW), 표선(135MW) 등을 해상풍력지구로 지정하고 환경영향평가 등을 진행해 제주도에 5기의 해상풍력발전기를 짓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아 왔던 제주 해상풍력프로젝트는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2011년 낸 '해상풍력발전의 환경적·경제적 영향 분석'을 보면 1MW의 풍력발전기에서 내는 소음도는 약 103~106dB에 달한다. 이는 지하철이나 오토바이에서 나는 소음이 90dB, 전기톱을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소음 100dB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해양풍력발전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대기 중에 전달되기도 하고, 수직 구조물을 따라 바닷속으로 전달되기도 하므로 주변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터빈에서 발생하는 진동은 해양 포유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 해상풍력발전시설물의 표면에 생물이 부착하거나 녹이 스는 것을 막기 위해 보통 방오도료(防汚途料)를 칠하곤 하는데, 여기엔 페인트 등의 유해성 물질인 유기주석 성분(TriButylTin·TBT)이 섞여 있다. 방오도료가 해류를 따라 흘러들어 가면 해역에 있는 생물은 물론 해양생태계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개발원의 설명이다. 고래 보호 시민단체 핫핑크돌핀스도 해상풍력발전기가 해양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경고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해상풍력발전기는 덴마크에서 1991년 최초로 설치된 뒤 2010년까지 유럽을 중심으로 약 830기가 설치됐다. 이후 이들 지역에서는 해양풍력발전기에서 비롯되는 소음과 진동, 전자기장의 영향으로 어류와 포유류가 죽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소음으로 청력을 잃어 목숨을 잃은 고래, 물개 등도 수천수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공동대표는 “해상풍력 블레이드·기어·타워 등이 내는 소음과 진동음이 발생하고 저주파와 전자기장도 발생해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남방큰돌고래를 비롯해 연안 어장과 해안가 양식장에도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며 “해상풍력발전기가 제주의 해양경관과 어우러져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는 제주도의 사업방침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조 공동대표는 “꼭 지어야 한다면 해상풍력발전기가 해양생태계에 끼치는 면밀히 조사해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조례 제정을 통해 해상풍력발전기에 대해 전문가와 시민이 심의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탐라해상풍력 드론촬영 사진 ⓒ제주의소리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중공업이 한경면 두모리~금등리 해역에 설치한 해상풍력발전단지인 탐라해상풍력 드론촬영 사진. ⓒ제주의소리

하지만 해상풍력발전기에 대한 환경단체의 반발에도 추가 건설에 대한 제주도의 고집은 완강하다.

제주도 경제통상산업국 관계자는 “해상풍력발전기는 제주도가 ‘탄소 없는 섬’으로 나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며 “많은 해양풍력발전기가 세워진 덴마크 등 해외 다른 지역을 면밀히 조사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해상풍력발전기가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해상풍력발전기 건설 계획) 수정을 고려해보겠지만, 아직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오는 2030년까지 전력 수요의 100%를 육·해상 풍력발전의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계획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제주도 전체 전력공급의 16.2%를 295메가와트(㎿)의 육해상 풍력발전과 448㎿의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육해상 풍력발전 2,345㎿와 태양광 1,411㎿ 등을 설치하여 도내 전력공급의 백퍼센트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카본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풍차, 태양광의 직류전기에너지와 교류발전소전기와 병합과정에서 약간이 주파수 차이가 정전사고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신재생에너지 증가로 전력계통이 불안정하다. 최근에 신재생에너지 증가로 인한 제주지역 대규모 정전사태를 막기 위해 한국전력공사가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통째로 제주로 옮긴 데 이어 393억원짜리 신규 설비 시공에 착수했다. 물론 거센 바람과 소금기 먹은 해풍은 송전 선로와 애자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정전 원인이기도 하다.

3.

바다 곶자왈에 왜 풍차라는 칼을 꽂는가?

청정 제주바다를 왜 죽이는가? 해안가 동산에 공터는 널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창 앞바다에 10기의 풍차는 오늘도 돌아가고 있다. 제주에서는 생산된 남아도는 전기는 육지로 역송전과 ESS 저장, 풍차발전기는 셧다운(Shut Down) 시키고 있다. 전임 지사들의 ‘싸놓은 똥을 치우는 것은 제주도민의 몫’이 되고 있다.

제주바다는 제주를 감싸고 덮어주는 기후변화의 이불, 여름이면 가벼운 홑이불이고 겨울이면 포근한 솜이불이기 때문이다. 풍차 칼은 제주바다 이불을 조각낸다.
제주바다는 살려야 한다. ‘바당 풍차 설러불라’.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

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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