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환경연합, 제주형 하천정비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하천정비로 원형이 완전히 파괴된 병문천
하천정비로 원형이 완전히 파괴된 병문천

 

20년 이상 환경파괴에 대한 비판에도 반복되는 사업이 있다. 바로 제주의 하천정비 사업이다. 

원형 파괴는 물론 생태계까지 없애는 하천정비 사업에 대한 비판이 무수히 쏟아졌음에도 수천억원이 투입돼 똑같은 방식으로 하천을 파괴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와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1일 오후 2시 도의회 의사당 대회의실에서 '제주형 하천 정비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책토론회는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이 '하천정비 실태조사를 통해 본 제주 하천정비사업 문제점과 과제', 고병련 제주국제대 교수가 '하천의 자연성을 위한 제주도 하천정비에 대한 제언', 이두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하천연구본부 연구위원이 '제주형 친환경 하천정비 방안 모색 연구'로 주제 발표했다.

지정토론은 홍명환 도의원이 좌장을 맡아 박창열 제주연구원 박사,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김태일 제주대 교수, 오영훈 제주국제대 교수, 백승준 제주도 재난대응과 재난복구팀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양수남 국장은 "제주 하천의 생태적.역사 문화적 가치, 자연재해 예방 가치는 하천정비사업으로 인해 무참하다고 할 정도로 파괴돼 왔다"며 "소가 있는 곳은 하상정비를 하면서 없애버렸고, 양안의 울창한 숲은 제방을 쌓으면서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하천정비로 원형이 완전히 파괴된 병문천
KBS제주방송총국 옆 한천. 원형 그대로의 모습이다. 
하천정비로 원형이 완전히 파괴된 병문천
KBS제주방송총국에서 300m 밑 종합운동장 인근 한천. 하상을 평탄화하고, 석축을 쌓아 원형이 사라졌다. 

 

양 국장은 "제주의 하천정비는 그동안 개발의 성역이었다고 할 정도로 지난 수십년간 아무 걸림돌 없이 공사가 진행돼 왔다"며 "홍수피해 방지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하천정비로도 모자라 저류지는 200개나 만들고도 하천정비는 끊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 국장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년~2020년) 제주에 총 30개 하천정비사업을 진행중이고, 총 공사 길이는 70km가 넘는다. 하천정비에 투입된 예산만 5년 동안 3392억원이다. 

이런 하천 정비로 원형이 사라진 대표적인 곳이 천미천과 한천, 의귀천 등이다.

양 국장은 하천관리에 대한 정책으로 △제주형 하천관리 계획 수립 △구간별 땜질 정비가 아닌 유역별 관리 계획 필요 △직접적 하천정비 방식이 아닌 빗물 침투, 분산관리 통한 간접적 홍수관리 △하천 정비에서 하천 복원으로 전환 △하천관리 정책 대전환 등을 제언했다.

양 국장은 "제주특별법(제413조 하천관리에 관한 특례)을 통해 하천법에 있는 환경부장관의 권한이 제주도지사로 이양됐는데 오히려 권한이양이 독이 됐다"며 "원칙없이 무분별한 하천정비사업이 줄을 이으며 수많은 하천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양 국장은 "도지사의 권한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데 우선 가장 먼저 제주형 하천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도의회 차원에서 하천관리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제주하천의 특성에 맞는 자연친화적 정비사업 지침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 국장은 "지난 수십년간 제주도 하천정비사업 패턴은 구간을 쪼개면서 수많은 공사를 해 왔다. 쪼개기는 예산 문제도 있지만 환경영향평가에도 적용되지 않아 생태환경문제에 대한 견제가 소홀해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대표적인 사례가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인 천미천인데 30년 정비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 국장은 "제주도의 하천정비나 도로개발이 실제 필요한 것도 있지만 토건사업자를 유지시키고 건설산업을 진작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온 게 사실"이라며 "이제 하천정비에서 하천 복원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형 하천정비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주제 발표하는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제주형 하천정비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주제 발표하는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양 국장은 "정부는 '영산강.섬진강.제주권 자연성 회복 구상'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하천관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제주도 역시 하천관리의 획기적 전환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 국장은 "그동안 일률적인 하천정비가 아닌 꼭 필요에 의해서만 정비사업을 실시하고 자연형 하천으로 되돌리는 복원사업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그린뉴딜에도 부합하고, 자연형 하천복원사업을 통해 건설과정과 건설 후 관리 인력, 파생산업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양 국장은 "2025년이 되면 하천 관련 예산은 모두 지방비로 처리해야 한다"며 "제주도 당국은 중요한 하천은 국가하천으로 지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하천으로 지정되면 정부의 예산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천의 가치도 높일 수 있다"고 주문했다.

고병련 국제대 교수는 하상 암반 파괴식 하천정비를 금지하고, 식생을 파괴하는 호안의 석축 쌓기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치수에 치중한 하천정비로 하상 암반이 파괴돼 제주만이 갖는 하천의 자연성을 영구히 훼손해 제주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되고 있다"며 "하상파괴는 하천의 직강화로 유속이 가중돼 하류 하천범람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 교수 역시 "하천정비가 필요한 하천이나 환경기능이 저하된 하천은 자연생태의 하천모습에 가깝게 유지할 수 있는 친환경 하천공법을 도입해야 한다"며 "하천정비가 아닌 복원 패러다임 전환, 조례 제정과 도민 거버넌스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형 하천정비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주제 발표하는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제주형 하천정비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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