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80) impartiality 공정

im·par·ti·al·i·ty [impὰːrʃiǽlǝti] n.공정(公正) 
또시 튼내어보는 공정의 공정함
다시 떠올려보는 공정의 공정함

impartiality는 in(m)- “아닌(=not)”과 part “부분”의 결합이다. 이 part라는 어근(語根)에서 나온 낱말로는 party “(사교) 모임”, participate “참가하다”, department “부문” 등이 있다. impartiality의 어원적 의미는 “어느 부분으로도 치우치지 않음”이다. ‘공정’은 보통 “공평하고 올바름”을 뜻하지만, 영어의 impartiality에서는 “어떤 쪽으로도 기울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에서도 한국양궁은 말 그대로 세계양궁의 '넘사벽(uncrossable wall)'이었다. 양궁에 걸린 5개의 금메달 중 4개를 획득하는 쾌거를 이루면서, 이번에는 대한양궁협회(Korea Archery Association)의 공정한 선수선발 과정이 주목을 받았다. 국가대표 선발 과정은 체계적인 건 당연하고 살벌하기까지 한 경쟁 구도(competitive composition)를 선수들에게 요구한다. 세계대회보다 어렵다는 국내 선발전(selection contest)은 국내 각지의 양궁장을 돌면서 매달 한 차례씩 열린다. 이렇게 전국 각지에서 열리다 보면 별별 기후상황(climatic conditions)을 다 맞이하게 되는데, 어떤 곳은 엄청 무덥고 어떨 땐 춥기도 하고 바람도 많이 불고 또 이렇게 대회를 치르다 보면 도쿄올림픽 준결승 때처럼 한 번은 꼭 비가 억수같이(like cats and dogs) 쏟아진다고 한다. 그러면서 선발전에서 쏘았던 총 4,055발의 기록만으로 대표선수를 선발하는 것이다. 거기에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해도 다음 대회에 출전하려면 다시 원점(starting point)에서 선발전을 통과해야만 하니 가히 무한경쟁(unlimited competition)을 통한 무한공정이 아닐 수 없다.

공정이 공정한 경쟁을 위한 공정이라기보다도 그간에 무너졌던 신뢰(trust)를 회복(restoration)하기 위한 공정이어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의 공정이란, 공정의 공정함(fairness of impartiality)이란 그리 간단치 않다. 일례로, 결과의 공정에만 치중하다가 또 다른 불공정을 심화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표적인 예가 2020년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non-regular workers)의 정규직 전환 문제였다. 결과의 공정만을 추구하다 보니, 비정규직 직원들뿐만 아니라 정규직 직원들도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인천공항공사 취업준비생들(job seekers)에게까지도 취업 기회(job opportunities)의 박탈이라는 불공정의 분노를 일으켰다. 이쯤 되면 공정은 모두의 공정이 아니라 저마다의 공정이 된다. 코로나 긴급재난기금(emergency disaster relief fund)의 경우만 하더라도 ‘국민 모두에게 주어야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피해가 심한 사람들에게 주는 게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오직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생각하지만, 그 능력이란 게 양궁의 경우에서처럼 확실한 수치로 계산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마다 능력이 다르고 다양하기에 그 평가가 쉽지 않다. 게다가 능력우선주의는 잘못하면 승자독식주의(the winner-takes-all nature)를 낳을 수도 있기에 공정한 것 같지만 사실 매우 비정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에 대해 누군가와 경쟁하며 살아왔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경쟁 없이는 원하는 것을 얻기가 힘들었다. 과정(process)보다 결과(consequence)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살다 보면 더욱 그렇다. 우리가 지나쳐 온 과정들이 공정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관성적으로(with inertia) 바쁘게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사실, 인류의 역사(the history of mankind)를 돌이켜 보아도 공정의 역사는 매우 짧다. 이전에도 물론 사회적 공정이라는 외침은 있었으나 지금처럼 시스템이나 제도 변혁(reformation)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정도는 아니었다. 오늘날에는 그런 ‘공정’이 가장 뜨거운 이슈(red-hot issue)가 되어 있어서 그런지 ‘공정’인 척하는 ‘불공정’들도 만연한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모두가 자라난 환경이나 처한 입장이 다른 만큼 앞으로도 공정의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될 수밖에 없겠지만, 그 공정이 공정한 경쟁을 위한 공정이라기보다도 그간에 무너졌던 신뢰(trust)를 회복(restoration)하기 위한 공정이어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신뢰야말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생명줄(lifeline)이기 때문이다.

신뢰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어 주는 핵심 도리다. 그것만이 올바른 정치의 담보물이요, 문명사회를 가늠하는 윤리의 척도다. 사람은 신뢰가 없으면 사람일 수 없다. 나라에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제대로 될 수 없다. 이처럼 신뢰는 그 쓰임이 너무나도 크다! 

- 정조의 『정조 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 중에서 -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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